내겐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두 명 있다. 한 사람은 초, 중, 고, 대학교까지 같이 나온 동네 친구고
한 사람은 중, 고등학교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이다. 우리 셋은 친구이다.
그 두 사람 이전엔 다섯 명이었다. 두 명이 더 있었지만 이런저런 안 좋은 이유로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며칠 전 꿈에 네 명이 모두 등장했다. 네 명과 내가 싸워서 나만 혼자 남겨지는 내용이었다. 꿈에서 깨자 두 사람이 생각났고, 곧바로 카톡을 했다. 그리고 중, 고등학교를 같이 보낸 M양의 대답에 나는 뭉클해졌다.
"내가 너를 두고 갈 리가 없어."
감동이라고 하자 그녀가 또 말했다.
"아니, 진짜로 다른 애를 두고 가면 갔지 널 두고 갈 리가 없어."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스스로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2019년 겨울, 메신저의 어지러운 세상이 싫었다. 속세가 싫었다고 할까. 전화도 카톡도 다 싫었다. 친구, 지인의 연락도 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언제나 그랬듯 진로 때문에 방황하고 인생에 회의감을 가졌다.
그때 일주일에 한 번씩 답이 없는 안부 인사를 보내던 게 M 양이었다. 내가 답장을 보내지 않을 걸 알면서도, 오늘은 날씨가 어떻다, 너의 기분은 어떻니,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라며 나를 도닥였다.
그 문자를 보며 눈물을 글썽였던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언제나 나를 응원해 주는 지인이 있다. 나이차이는 많이 나지만 친구 같이 편한 옛 직장동료.
내가 하는 어떤 말에도 큰 반응을 보이며 어떤 선택을 했고, 계획이 어떤지 이야기할 때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응원해 주는 J선생님. 고민이 있을 때 대화를 하다 보면 웃고 있고 힘을 얻게 된다.
"생각은 할 수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마."
살고 싶지 않다는 내 말을 들은 애인의 말. 구직활동을 하고 면접을 보며 시작이 두려워 또다시 흔들리는 나에게 '난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의 다른 말을 한다. 울고 있는 나를, 뭐든 안 될 것 같다는 나를 붙잡고 또 붙잡았다.
이렇게 아슬아슬 살아가게 된 건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약을 먹어서라고 생각했다. 다른 건 없다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순간순간의 지지, 응원, 포용이 새삼스레 깨달음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리고 최근에야 그게 다가 아니었구나. 사람들도 '약'이었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
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라는 게 함정.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아무 것도 의미 없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