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스러움에 대하여

#꼰대인 듯 꼰대 아닌 꼰대 같은 나

by J브라운




꼰대

1.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2.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

*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나이가 들면서 많이 듣는 소리 중 하나가 이 '꼰대'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사전적 의미 중 첫 번째로 본다면(물론 은어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꼰대가 되는 걸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결국 누구나 나이를 먹게 되니까.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다 꼰대가 되는 건 아니다. 개인의 차이가 있기도 한데 중요한 건, 나이 40줄에 살짝 발을 담그고 있는 나도 점점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는 거다. 이것 참 큰일이다.


꼰대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를까? 다짜고짜 나이부터 물어보고 어리면 바로 반말하는 사람, 회사에서 부서 회식을 꼭 목요일이나 금요일 저녁으로 잡는 상사, 본인의 생각만 내세우며 주위 의견은 듣지 않는 사람, 요즘 젊은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 등. 꼰대라는 단어에 참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중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은 꼰대의 정의는 바로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슨 얘긴가 싶었는데 이내 알 수 있었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기에 당면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단순히 흑백논리로 얘기할 수 없다는 걸. 모든 건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르다'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자신만이 옳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만이 정의이고 정답이라 할 수 없다. 개인의 환경과 성격에 따라 다 본인만의 정의와 방식이 있는 것이다.


일례로 직장에서 후배의 업무처리 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조언을 해주는 선배들이 있는데 이건 정말 큰 실수이자 오해다. 본인 방식이 맞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이런 건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후배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하고 있을 뿐이니까. 물론 그 후배로 인해 조직 내에서 업무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조언을 해줄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간섭할 필요가 없다.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사람과 그만큼의 다양한 방식이 있기에 정해진 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꼰대를 얘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라떼는 말이야~" 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별로 쓸 일이 없는 이 말은 주로 수직적 인간관계에서 자주 듣게 되는데, 누가 처음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만든 말인 것 같다. 웃기면서도 뼈가 있는 말이다.


"라떼는 말이야" 이 말은 내가 군대에 있었던 2000년에도 많이 듣곤 했다. 고참들이 후임들을 갈굴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군대 편해졌네, 나 때는~"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 웃긴 건, 그렇게 그 말을 싫어했던 나도 정작 계급이 높아져 후임들에게 잔소리를 할 땐 그 고참들을 복사라도 한 것처럼 똑같이 따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역시나 개구리는 올챙이 적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사람은 당한 만큼 돌려주어야 어느 정도 직성이 풀리는 존재인가 보다.


지금의 난 이 말이 풍기는 권위주의적인 뉘앙스 때문에 거의 쓰지 않는데 둘러보면 후배들과의 자리에서 라떼를 찾는 수많은 선배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하는 건, 사람들은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친구도 아닌 회사 선후배 사이에서 뭐 재미나고 감동적인 거라고 묻지도 않은 선배의 지난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말 그대로 안물안궁이다.


젊은 꼰대도 있다


놀라운 건 나이 든 사람만 꼰대가 되는 게 아니라 젊은 세대에서도 꼰대가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와 환영회 겸 회식을 하려고 했더니 그 신입사원은 본인은 술을 마시지 못하니 빼 달라했다고 한다. 놀란 선배들이 주인공이 빠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몇 번 얘길 했는데도 한사코 거절을 했다 하며 부서 이사님까지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환영회 겸 회식은 금요일 오후 업무시간을 이용하려고 했기에 이사님은 신입사원에게 그럼 회식이 진행되는 동안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퇴근하라고 했는데 그 신입사원은 다른 사람들은 다 술자리에 있는데 본인만 일을 할 수는 없다며 그냥 퇴근하겠다고 대답했다 한다.


이 글을 읽고 아무리 이 신입사원을 이해해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아.. 나도 꼰대인가 보다 싶어 댓글들을 봤더니 다행히도(?) 이 신입사원에 대한 비난의 글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이런 말을 남겼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동하면 그건 꼰대인 거다.


맞는 말인 것 같았다. 요즘 젊은 세대는 개인주의적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문제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면 그건 분명 문제다. 두 가지가 엄연히 다른만큼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요즘은 직장에서 상사들이 꼰대처럼 보이지 않으려 직원들 눈치를 보고 오히려 젊은 직원들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젊은 꼰대로 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꼰대라는 말도 무조건 나이가 많음으로 규정되는 건 아닌가 보다 싶다.


꼰대이고 싶지 않아서


2018년, 결코 짧지 않았던 10년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자영업에 뛰어들어 맥주집을 오픈했을 때 20대의 어린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해야 했기에 꼰대럼 보이지 않으려 많이 노력했었다. 그래서 직원들을 부를 땐 항상 이름을 불러주었고 일을 시켜야 할 때도 말머리에 제나 "미안한데"라는 말을 꼭 붙이곤 했다.


가끔 그 어린 직원들이 앞으로의 진로나 인생에 대해서 질문을 해 올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난 나도 인생 1 회차라 나이 마흔인데도 잘 모르겠다며, 어떻게 하고 싶은지 직원들의 생각을 역으로 물어보곤 했다. 어차피 나도 정답을 모르는데 이 친구들에게 무얼 알려줄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내 경험이 이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 거라고 거창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나는 그저 이 젊은 세대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너무나 궁금했고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물어보며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알아가는 게 너무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얘기를 이어가다 보니 나이는 삼촌뻘이었지만 그 친구들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였을까? 가게를 접은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몇몇 친구들과는 생일도 챙기며 종종 안부를 전하고 있다. 그럼 난 적어도 이 친구들의 기억 속엔 꼰대로 남아있는 건 아니려나? 그랬음 좋겠다.


나이를 먹어가며 꼰대가 되어가는 내 모습에 나도 깜짝 놀랄 때가 종종 있다. 가뜩이나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꼰대라는 얘기까진 듣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예전 내 눈에 비친 기성세대를 점점 닮아가는 내가,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걸 찾는 내 모습이 나이 듦의 전형적인 모습인 듯해서 따금씩 서글퍼 때가 있다.


요즘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하며 라떼아트를 배우고 있는데 라떼아트를 연습하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혼자 '라떼는 말이야'를 중얼대며 피식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건 꼰대처럼 보이지 않겠지? 모르겠다. 꼰대가 되고 싶진 않은데 요즘따라 꼰대인 듯 꼰대 아닌 꼰대 같은 나.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내 마음은 언제나 20대 같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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