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coffee
아내와 난 커피를 좋아한다. 하지만 커피를 좋아해서 그만큼 많이 마시는 아내에 비해 난 하루에 세 잔 이상을 마시지 않는다. 유전적 영향으로 알콜을 분해하지 못해 소주 한 모금에도 온몸이 빨개지는 나는 카페인에도 좀 약한 편이다. 가끔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커피를 마실 땐 바로 머리가 어지럽고 심장이 쿵쾅대 아주 죽을 맛이다.
그리고 만성 위염에 시달리고 있어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럼에도 나는 휴일이면 아내와 함께 예쁜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커피를 맛보곤 한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 수많은 카페마다 커피맛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원두의 종류와 물의 온도, 원두가루의 양, 탬핑하는 압력, 그리고 커피를 내리는 시간까지 다양한 이유로 카페마다, 내리는 사람에 따라 커피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coffee lover
언젠가 집에서도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마시겠다고 드리퍼와 핸드그라인더를 비롯해 드립커피 용품들을 잔뜩 사기도 했었다. 물론 한동안은 맛있게 잘 내려 마셨다.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리는 것보다 왠지 내 손으로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커피가 향도, 맛도 훨씬 좋게 느껴지곤 했었다.
원두도 이것저것 다양하게 구비해 놓고 휴일마다 온갖 폼을 잡으며 커피를 내리곤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드립커피 용품들을 사용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젠 애물단지로 전락해 주방 서랍장 한켠에서 고대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 봤더니 이유는 암만 생각해 봐도 핸드그라인더 때문인 것 같았다. 직접 손으로 원두를 가는 것이 맛과 향이 더 좋다고 해서 시작했었는데 이게 은근 힘이 드는 작업이다.
게다가 요즘은 커피도 배달이 너무 잘된다. 만사 귀찮을 땐 역시나 배달이 최고다.
그랬던 내가 요즘 퇴근 후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커피학원에 다니고 있다. 월요일에서 목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인데 이 시간에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음에 꽤나 놀랬다. 더구나 나이 40이 넘은 내가 이 반에서 거의 막내다.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선생님들이신데 시니어 바리스타를 목표로 하시는 분, 취미로 하시는 분, 나처럼 커피를 좋아해서 도전하시는 분 등 다양한 이유로 이곳에 모이게 됐다. 어색했던 처음 며칠이 지나자 수업 분위기도 한결 편안해졌고 모두들 진지하게 임하시는 모습에서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나 역시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배우고 있는데 종종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걸 보면 정말 나도 나일 먹어가고 있구나 싶어 진다.
바리스타 도전!!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하게 된 건 무언가 작은 성취감을 맛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요즘 글을 쓰면서 종종 얘기하는 것 같은데 최근 내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이제야 조금 올라오는 중이다. 연이은 실패의 경험이 내 자존감을 갉아먹어 버렸기 때문인데 그랬기에 작은 것이라도 내 힘으로 끝가지 성취할 수 있는 무언가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것이다.
어떤 게 좋을까 고민하다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커피로 마음을 정했고 이 맘이 그새 변하기 전에 바로 학원 등록까지 해버렸다.
새로운 무언갈 배운다는 건 나이 듦에 상관없이 설레고 재미있는 일이다. 첫날은 조금 긴장도 되고 떨리고 했는데 지금은 사람들과도 어느 정도 가까워지고 장비들도 조금은 손에 익어 실습하는 시간이 재미있다. 얼마 전엔 라떼아트를 배워 어설프게나마 하트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너무도 쉽게 휙 완성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별거 아닌 줄 알고 도전했다가 정말 몇십 번의 연습 끝에 겨우 한 번 성공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웃긴 건, 이게 한번 했다고 계속 성공하는 게 아니고 어쩌다 한 번씩 예쁘게 모양이 나온다는 거다. 역시나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다.
처음 하트다운 하트를 만들었을 때 선생님께서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칭찬을 들으니 조금 민망하기도 했는데 생각해 보니 누군가에게서 칭찬을 받아본 게 언제였던가 싶었다.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건가? 암만 생각해 봐도 누군가에게 이런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게, 내가 봐도 잘 나온 하트 모양인데 왜 난 나라도 자신에게 잘했다 해주지 않았을까.
나를 사랑하기
그러고 보니 살면서 거의 그랬던 것 같다. 남에겐 잘했다, 고생했다, 수고했다 이런 말들을 참 잘해주면서 나 자신에겐 그렇지 못했다.
물론 자신에게만 관대하지 않은 사람들은 많다. 나도 그중 하나인 거겠지.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왜 나조차도 나를 그렇게 많이 아껴주지 못했을까. 뭔가 잘못됐던 것 같다. 자기애가 충만한 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의 난 자기애가 너무나 부족하다. 왜 난 나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걸까.
생각해 보니 연습이 부족했던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분명 연습이 필요하다. 보통의 연애들이 그렇듯이. 그래서 난 나를 사랑하는 법을 잘 모른다. 지금껏 딱히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하는 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나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한다.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성취해 냈을 때 수고했다고, 잘했다고 자신에게 한 마디쯤 해 주는 것.
바로 여기서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미 지난 시간은 어쩔 수 없으니 이번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면(비록 2급이긴 하지만) 그간 고생한 나 자신에게 자랑스럽다고, 고생했다고 말해주기로. 이번만큼은 꼭 스스로에게 칭찬의 한마디를 해줘야겠다.
그리고 이게 습관이 되길 바라본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가 아니라는(물론 나에겐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나를 누구보다 믿고 신뢰하는 나 자신이 있다는 걸 항상 기억하며 살아보려 한다.
그러니 일단 바리스타 자격증부터 합격해 볼까나?
바리스타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