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테스트.. 나는 어떤 사람일까?
아마도 안 해 본 사람이 없을 MBTI 테스트를 얼마 전에야 한번 해봤는데 그 결과 ISFJ라는 유형이 나왔다.
"용감한 수호자"라는 성격 유형인데 결과를 보니 기가 막히게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어렸을 땐 내향적인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어떻게든 바꿔보려 노력하기도 했었는데 살아보니 깨닫게 됐다. 사람 성격이란 게 그렇게 의지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내향적인 내 성격에도 많은 장점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전엔 잘 몰랐던 나만의 장점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이 있는 것이다.
지나칠 정도의 꼼꼼함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뭔가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면 엄청 꼼꼼하게 과정을 챙기는 성격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결과가 만족스러울 순 없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대충 넘겨버리는 건 내 성격상 잘 되지가 않는다. 이것 때문에 가끔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땐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걸 어떡하겠나 하는 생각으로 넘어가곤 한다. 그래도 이 성격으로 인해 그만큼 좋은 결과를 많이 얻었던 것도 사실이고 주위에서도 이런 모습을 좋게 평가해 주시기도 했다.
하지만(다시 얘기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성격이 이렇게 생겨먹어서 무엇하나 대충대충 넘기지 못했다는 것. 가끔은 매사 대충대충 넘어가는 나와 상극인 사람들의 성격이 엄청 부럽기도 하다.
조금 부끄럽고 쑥스러워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얘길 듣게 된다. 일이 많으면 티를 내라고. 그래야 사람들이 안다고. 티 안 내고 밀려드는 일을 꾸역꾸역 하다 보면 주위에서는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고 어딜 가도 똑같은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이건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일을 맡긴다고 무조건 다 받아들이는 건 결코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가 않다. 분명 본인에게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한계점이 있음을 인지하고 과하다 싶으면 어렵더라도 얘기를 해야 한다. 나 역시 성격상 이런 얘길 꺼내는 게 뭔가 회사 시스템에 반하거나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는 것 같아 너무도 어려웠지만 그렇지 않으면 본인만 스트레스를 받을 뿐, 주위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아 정말 생각만으로도 피곤하다. 그리고 고민 끝에 어렵게 얘길 꺼내더라도 허무하게 이런 대답이 돌아올 수도 있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맞는 말이다. 진작 얘길 하지 않은 건 분명 내 잘못인 거다.
또한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이런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분명 내가 일은 더 많이 하고 있는데 선배라는 이유로 일도 적게 하면서 연봉은 더 많이 받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꼭 그런 사람들이 가끔씩 보여주는 업무 퍼포먼스에서 일한다는 티는 또 엄청 내곤 한다. 정말 얄밉기 그지없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가끔은 그런 티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성격상 그렇게 티를 내진 못하지만 혹 주위에서 어떤 성과에 대해 내 공이 많다고 얘길 한다면 그때만이라도 마음껏 티는 내줘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알아준다. 그저 묵묵히 일만 하고 티 내지 않으면 의외로 주위 사람들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누가 알아달라고 일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회사에서 이만큼의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쑥스럽지만 가끔씩은 티를 내는 게 필요하다.
다양하진 않아도 깊이 있는 사이가 좋아요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다양함보단 그 폭이 좁더라도 깊이 있는 사이를 선호한다. 예전엔 사람을 사귐에 있어 폭넓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나에겐 그게 맞지 않았다. 많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마음을 깊이 터놓고 지내는 사람이 나에겐 더 소중하다.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생각이 바뀌게 됐는데 지금 내 대인관계에서 회사를 포함해 업무적으로 얽힌 사람들을 제외하면 따로 만나거나 연락을 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대신 이들과는 깊이 있는 유대감이 있어 가끔 만나고 연락하더라도 언제나 반갑고 기분이 좋다. 물론 이건 사람 성격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겐 이런 인간관계가 맞다. 그리고 신기한 건 분명 내성적인 성격의 내가 이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선 누구보다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한다는 거다. 다시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다.
사소한 것도 잘 기억해요
참 쓸데없는걸 잘 기억한다. 아내와 연애를 할 때도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툭 뱉은 얘길 잘 기억하기도 했고 사람들 얼굴도 잘 기억해서 한 두 번 본 얼굴도 다음에 바로 알아보곤 했었다. 지금도 사람들과 얘길 하면서 들은 것들을 잘 기억해서 나중에 그에 대해 물어보곤 하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것들이 그 사람과의 관계를 깊게 만들어주고 대화를 할 때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줬던 것 같다.
그리고 난 내 얘길 많이 하기보다 상대방의 얘길 많이 듣는 편인데 얘길 들으면서 최대한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그의 감정을 느껴보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과 함께 화를 내기도 하고 함께 웃기도 하고 때론 같이 울기도 하는데 그러고 나면 말하지 않아도 나와 그 사람 사이에 무언가 끈끈함이 생겨난 느낌이 든다. 그래서일까? 아는 누군갈 만나 수다를 떠는 건 내겐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장점에 비해 단점도 많은 게 사실이다.
여전히 낯가림이 심해 낯선 사람들이 많은 모임은 너무도 불편하고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진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아직도 회의나 미팅에서 의견을 내는 게 그리 자연스럽진 않다. 모임에서도 리더이기보단 사람들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게 세상 마음 편하고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내 단점이 실망스럽거나 싫진 않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누구나 장단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니까. 예전엔 마냥 외향적인 모습의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요즘 들어선 내 모습에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나도 이 정도면 인간적으로 괜찮지 뭐~
요 티끌만 한 근자감을 무기 삼아 고개 딱 들고 어깨 쫙 펴고 오늘 남은 하루도 자신감 있게 보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