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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강아지인 줄?

#꼬맹이를 만나다

by J브라운


요즘 아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나 다이어트할 거야."

"입을 옷이 없어!!"


그래서 느껴진다. 아~ 여름이 왔구나.


여름이라고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아내가 먹고 바로 눕는 버릇이 있어 이대론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저녁식사 후 아내와 함께 동네 한 바퀴를 걷기 시작했다.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대략 4.5km를 걷게 되는데 은근 오르막길도 있어 제법 운동이 된다. 그리고 아직까진 밤공기도 선선해서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다. 앞으로도 계속 아내를 데리고 나와야겠다.


이런 개냥이를 봤나


며칠 전 아내와 운동을 하고 오는 길에 평소와는 다르게 아파트 인근 근린공원 쪽으로 돌아온 날이 있었다. 조금 더 걷고 싶은 마음에 택한 코스였는데 공원에 있는 정자 앞에 웬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정자에 사람이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앉아있던 녀석. 이 녀석은 뭔가 싶어 다가갔더니 우릴 보고도 도망가지 않았다.


내가 "야옹" 하고 말을 걸자 녀석도 "야옹" 하고 대답을 하더니 우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람 손을 탄 녀석이구나 싶어 손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했더니 바로 내 손과 발에 자신의 머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이 녀석 뭐지?'


모습을 보아하니 얼마 전 아내와 집에 오다가 마주친 그 치즈냥인것 같았다. 귀 커팅이 되어 있고 치즈 무늬도 비슷해 보였다. 사진을 찾아봤더니 딱 그녀석이다.

너였구나

그런데 이 녀석, 나에게 쉼 없이 고개를 들이밀면서 애교를 부린다. 머리와 얼굴, 턱을 쓰다듬는 내 손길이 괜찮았는지 조금 있으려니 배를 보이고 발라당 누워버렸다.


'아 이건 못 참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배를 만져줬더니 이 녀석 이번에는 배를 만지는 내 손가락을 살짝 핥기도 한다.

이 녀석 정말 강아지 아냐?


지금껏 만난 길냥이중에 단연 이 녀석이 최고의 개냥이었다. 아니 어디서 이렇게 순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왔을까.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 한 참을 치즈냥과 함께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가 이제 그만하고 가자고, 털이 너무 날린다고 한 마디 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오늘 그루밍을 잘 안 했는지 바지엔 털이 잔뜩 묻었고 화단 쪽에서 지내서인지 녀석을 만졌던 손은 흙먼지가 묻어 때가 타 있었다. 그 손으로 아내 손을 잡으려 하니 아내가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 쳤다.


또 만나


치즈냥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는데 녀석이 우릴 계속 따라왔다. 신기했다. 길냥이가 이렇게 사람을 따라오기도 하는 건가? 아내도 신기한지 저 녀석이 우릴 따라온다고,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 모르겠는데? 조금 더 오다가 말지 않을까?"


영역 동물이기에 자신의 영역을 벗어난다 싶으면 그만 따라오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조금 있으려니 더 이상 따라오지 않고 멀어져 가는 우릴 보다가 사람이 지나가자 화단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렇게 동네 개냥이와의 첫 만남은 끝이 났다.


집에 돌아와 아내가 찍어준 동영상과 사진을 봤다.

세상에 정말 어쩜 이렇게 순하고 예쁠 수가 있을까. 아내에게 앞으로 동네 마실의 마지막 코스는 그 공원으로 하자고 얘기했더니 어쩐 일로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고양이를 만지진 못하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건 아닌 아내의 눈에도 그 녀석이 예뻐 보였나 보다.


사랑스런 치즈냥아,

우리 이제 종종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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