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형제 중 막내, 내성적이고 부끄럼 많던 아이가 국민학교에 입학하고 빡빡머리 중학생과 사춘기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스무 살 성인이 됐다. 군대와 건강상 이유로 4년을 휴학하는 바람에 자그마치 8년이나 보내야 했던 캠퍼스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첫 발을 내 디뎠던 건 28살이었던 2007년.
부모님 품에 안겨 칭얼대던 꼬마 아이가 진짜 어른이 되기까지 2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또 16년이 지났다.
모든 시간이 그렇듯 그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땐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금방이다. 내 이름이 새겨진 첫 명함을 보며 가슴 벅차고 설레었던 그 순간이 언제 이렇게나 옛일이 되어버린 걸까. 아직까지 생생한 스물한 살 군입대를 하던 날도 벌써 23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신기하다. 아직도 얼마 전 일인 것 같은데.
이렇게, 정말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되어 버렸다.
어쩌다 어른
어렸을 적 내가 상상하던 어른이 된 내 모습은 진짜 어른이 된 지금의 나와 얼마나 닮아있을까?
대학만 가면, 취업만 되면 끝이라 생각했던 철부지는 아직도 끝없는 걱정길이 펼쳐진 삶을 살아간다. 어쩌면 학창시절이 더 좋았을지 모른다. 적어도 그 시절 모든 시험엔 정답이 있었고 언제나 옆에서 나를 잡아줄 든든한 가족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른이 되고 마주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정해진 답이 없다. 주입식 교육만 받아온 내게 이런 서술형의 주관식 문제들은 너무 어렵다. 반복하면 적응이 돼 괜찮을 것 같았던 삶의 난제들은 여전히 마주할 때마다 어려워 피하고 싶을 때가 많은데 어른이기에, 스스로 이겨내야 함을 잘 알기에 나만의 답을 찾기가 더 어려운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내게 삶은 여전히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 때론 답이 아님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답을 찾게 될 때도 있는데 이게 또 지나고 나면 나름 도움이 된다. 학창 시절 오답노트가 꽤나 도움이 됐던 것처럼.
언제쯤 '살아보니 인생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을 때가 올까.아니, 이런 때가 오긴 하는 걸까?
여전히 물음표 투성이 인생이지만 나의 시간은 계속된다.
브런치 작가 J브라운
2020년 11월.
몇 번의 고배를 마신 뒤 브런치 작가가 되어 처음 글을 올렸던 날이다.우연히 만나 며칠의 임시보호 후 좋은 가족을 만나게 된 강아지 콩이와의 시간을 기록하며 시작한 나의 브런치.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어디서 배워본 적도, 어딘가에 글을 올려본 적도 없는 내가 과연 계속해서 이 블로그를 채워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3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J브라운이라는 필명으로 90여 개나 되는 글을 남겼다. 그중 몇몇 글은 운이 좋게도 노출이 잘 되서인지 조회수가 꽤 나오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글들은 그렇지 못했다. 물론 예상치 못하게 조회수가 많은 날은 기분이 무척이나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내 글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더라도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난 그냥 이렇게 글을 쓰는 게 재미있고 이 시간이 너무도 행복하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기에 그만큼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지금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글을 쓴다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지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이 글들이 누군가에게 잠깐의 쉼, 위로,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내 글에 그런 능력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 서투르고 어설픈 이야기가 지금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그런 의미가 되어준다 생각하면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