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운전대를 잡지 마오

by J브라운


자차로 매일 왕복 3시간 넘게, 140km 거리를 출퇴근하는 내게 운전은 일상이다. 24살에 면허를 따고 지금까지 20년간 운전하면서 다행히 큰 사고 한 번 없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 할 만하다. 운전이란 게 나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 교통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더 무섭기도 하고.


교통사고 원인은 참 다양한데 그중에서 가장 위험한 걸 하나 고르라면 아마도 음주운전이 아닐까 싶다.

운전을 한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 하지만 안전불감증이라고 해야 할까?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소식은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들려온다.


음주운전, 죽음을 부르는 주문


얼마 전 경기도 광주에서 음주운전을 하던 차량이 경찰 추적을 피해 역주행까지 하다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50대 택시 운전기사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했으며 함께 택시에 타고 있던 승객은 두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를 낸 40대 운전자는 음주운전 의심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피해 2km가량을 도주하다 결국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을 시작했고 마주 오던 택시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가해차량에는 운전자 외 동승자가 2명 더 있었고 이들은 사고 전까지 음주운전으로 이미 20km나 이동한 상태였다고 한다.


여기까지도 화가 나는데 더욱 분노를 금할 수 없었던 건 피해자들은 날벼락같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큰 부상을 당한 반면 가해자인 이들은 겨우 경상에 그쳤다는 점과 특히나 음주운전을 한 남자는 과거에도 음주운전 전과가 여러 번 있어 5차례나 행정 처분을 받은 전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대전에서 대낮에 만취한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몰던 60대 남자가 어린이 보호구역 인도로 돌진, 길을 지나던 초등학생 4명을 들이받는 사건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사고로 9살 초등학생이 사망하게 됐는데 가해자는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고 평소 술을 마시고도 괜찮을 거란 생각에 운전을 해 왔다고 한다. 이 날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인 0.08%를 훨씬 웃도는 0.108%였고 사건 발생 두 시간여 전까지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 뒤 5km를 넘게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뉴스를 통해 가해자가 사고 당일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면서도 자신의 차량을 몰고 나가는 장면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사고영상도 볼 수 있었다. 영상에서 가해자의 차량은 좌회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인도로 돌진했다. 대낮에 음주운전으로, 그것도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을 사망케 한 사건.


아.. 정말 화를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처벌기준


우리나라는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너무나 약하다.

2018년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사망한 故윤창호 씨의 사고를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기존보다는 강화되었지만(일명 윤창호법) 여전히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거의 솜방망이에 가까운 건 사실이다.


한국 음주운전 처벌 기준

1.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른 처벌

0.03%~0.08% :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

0.08%~0.2% : 1년~2년 징역이나 500만 원~1천만 원 벌금

0.2% 이상 : 2년~5년 징역이나 1천만 원~2천만 원 벌금


2.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경우

사망사고 :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

부상사고 : 1년~15년 징역 또는 1천만 원~3천만 원 벌금


3.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 정지/취소 기준

면허정지 기준 :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100일간 면허정지)

면허취소 기준 :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 시 : 2년~5년 징역 또는 1천만 원~2천만 원 벌금(* 2회 적발 시부터 면허취소)


4. 형사상 삼진아웃 제도

상습적인 음주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로 3년 이내 2회 이상 음주운전 전력자가 다시 적발될 경우 무조건 구속 수사토록 한다. 또한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행정처분(정지 또는 취소)을 받은 사람이 다시 적발되면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2년간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박탈한다.


다른 나라의 음주운전 처벌기준


1. 미국

미국의 음주운전 처벌은 각 주마다 다르지만 워싱턴주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사망할 경우 1급 살인죄를 적용하여 징역 50년에서 최대 종신형을 선고한다.


2. 일본

일본은 음주운전을 과속, 무면허와 함께 교통 3악으로 칭하고 있으며 음주운전자뿐만 아니라 운전자에게 술을 제공하거나 권한 사람, 술자리에 동석한 사람도 모두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3. 브라질

브라질은 혈중알코올농도 0%를 초과하는 경우 바로 음주운전으로 단속을 한다. 혈중알코올농도 0.01% 일 경우 50만 원의 벌금과 1년간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며 0.06%를 넘으면 징역에 처한다. 특히 음주로 교통사고를 낼 경우 무조건 살인죄를 적용하여 처벌한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한국의 음주운전 처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중독성


음주운전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더 무서운 건 중독성이다. 앞서 얘기한 음주운전 사건만 하더라도 가해자들은 평소에도 거리낌 없이 음주운전을 해 왔다.

얼마 전 경찰청이 발표한 '최근 5년 재범 기간별 음주운전 현황'을 보면 재범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가 절반을 넘었지만 이 다음은 1년 이내 재범으로 18.3%나 된다. 재범자 5명 중 1명 꼴로 음주운전 적발 후 1년 이내 다시 적발됐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걸까? 더 큰 문제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무면허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과연 이런 사람들에게 법은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나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음주운전은 아예 안 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인데 최근 5년 간의 음주운전 재범률이 이를 증명한다.


음주운전 재범률

2018년 51.2%

2019년 43.7%

2020년 45.4%

2021년 44.5%

2022년 42.2%

** 국내 마약 재범률 35% 보다 높.


또한 6회 이상의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재범자는 지난해 기준 1186명, 7회 이상 재범자는 977명에 달한다.


결국 이렇게 재범이 많은 이유는 법원의 처벌수위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5월 4일까지 처벌받은 6회 이상 음주운전 재범자 판결문 50건을 보면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28건(56%)인데 실형 선고 수준은 평균 징역 1년 3개월로 나타났으며 이외 집행유예가 20건, 벌금형은 2건이었다.

(국민일보 2023.05.09일 자)


음주운전을 무려 6회 이상 했음에도 겨우 1년 3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은 선진국에 비하면 무척이나 떨어지는 편이다. 그렇기에 처벌이 약한 범죄에 대해선 경각심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인데 음주운전 재범률이 마약 재범률 보다 높다는 건 정말 충격이다. 나 같은 경우 워낙에 술이 약해 술을 마시는 날은 차를 아예 안 가지고 가거나 예상치 못하게 마신 날은 차를 그냥 두고 온다. 소주 3잔이 넘어가면 잠들어 버리는 난 음주운전은 생각지도 못한다. 아니, 이건 주량에 상관없이 누구도 해서는 안될 일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에 현실은 왜 이런 걸까?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하기엔 재범률이 너무 높다. 이는 재범자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또한 음주운전은 분명 잠재적 살인행위인 만큼 이에 준하는 처벌기준이 세워져야 한다. 말 그대로 운이 좋아 사고가 안 났을 뿐이지 음주운전은 본인뿐만 아니라 무고한 사람까지 목숨을 잃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범법행위이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기사엔 항상 이런 댓글이 달린다. 죽으려면 혼자 죽을 일이지 왜 애먼 사람 목숨을 앗아가느냐고.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야하는 유족들의 슬픔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


유족들의 슬픔


2022년 6월 16일 대구 달서구 죽전네거리. 혈중알코올농도 0.156%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인도로 돌진해 길을 지나던 60대 보행자를 덮쳐 숨지게 한 음주전과 2범의 가해자에게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내가 유족이었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음주운전으로 조금 전까지도 멀쩡하게 살아있던 사랑하는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살인사건의 가해자에게 내려진 판결이 고작 징역 3년이라니. 이 사고로 인해 남겨진 고인의 가족들은 매일을 울분과 절규 속에서 살고 있다.


음주운전 사건으로 인한 형사재판은 대부분 피해자나 유족 측에 불리한 경우가 많다. 가해자들은 공탁금, 손해배상액 지급, 반성문 등으로 감형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피해자 측에서 할 수 있는 건 판사에게 탄원서를 쓰는 게 전부다. 게다가 소위 있는 집안의 가해자들은 변호사 선임에 아낌없는 비용을 투자한다. 대규모 로펌, 전관예우 변호사 선임 등. 역시나 우리나라의 법은 가진 자들에겐 한 없이 관대하다. 진정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강력한 처벌을 바라며


고대 메소포타미아 바빌로니아의 6대 왕이었던 함무라비가 제정한 법전(일명 함무라비 법전)에는 "한 귀족이 다른 귀족의 눈을 상하게 하면 그의 눈을 상하게 한다.. 동등한 신분인 사람의 이를 부러뜨릴 경우 부러뜨린 사람의 이를 부러뜨린다."라는 구절이 있다. 일명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알려진 부분이다.


물론 음주운전자에게 이 정도까지의 처벌을 바라는 건 아니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냈다고 가해자에게 무조건 사형을 선고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렇게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음주운전으로 인해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강화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으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갑자기 떠나보내야 하는 모습을 더는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니까.


그 피해자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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