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부터 챙겨보던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2가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내일(10/31)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4팀의 파이널 무대를 끝으로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는데 어느 크루가 우승을 할지 무척이나 궁금하긴 하지만 그래도 매번 신나고 멋진 무대를 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벌써 마지막이라니. 춤알못인 나도 너무나 아쉬울 뿐이다.
센 언니들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이 명대사를 남기고 끝난 스우파 시즌1은 당시 꽤나 큰 이슈가 됐다. 방송 종료 후 스우파에 출연했던 댄서들은 누구 할 것 없이 각 종 예능 프로그램에 줄지어 얼굴을 내밀었고 스우파 프로그램 자체도 '댄서'라는 직업의 위상을 한 층 끌어올리며 그간 가수들의 그림자 역할을 해 왔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그들도 K컬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
그리고 2년 뒤 스우파 시즌2가 시작됐다.
이번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크루(츠바킬, 잼 리퍼블릭)까지 출연하며 더욱 기대감을 모았는데 1회를 보고선 조금은 실망스러움을 느꼈다. 8개의 크루가 처음 다 같이 모이는 자리에서 기싸움에 치중된 모습과 교묘히 편집됐을 영상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와.. 정말 기싸움장난 아니구나!!'
악마의 편집과 빌런
서바이벌 경쟁 프로그램은 언제나 이슈가 될 만한 자극적인 요소들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소위 '악마의 편집'이 등장하고 극적인 재미를 가져다줄 한 명씩의 빌런이 나타나게 되는데 스우파 시즌2도 예외는 아니었다. 초반 빌런을 한 명 뽑으라면 아마도 댄스크루 '딥앤댑'의 리더 미나명이 아니었을지. 이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초반엔 크루 간 경쟁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많이 보여줬는데 이는 아마도 시청률을 의식한 편집이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악마의 편집은 그 이름에 걸맞게 초반 프로그램이 인기몰이를 하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그렇게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과 독설을 내뱉던 팀들이 처음 탈락 크루가 나오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살벌하게 기싸움을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최선을 다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상대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첫 방송에서 센 언니들 포스를 물씬 풍기며 스테이지를 씹어먹을 듯한 표정으로 등장했던 사람들 맞나 싶었다.
동료애
아마도 방송 초반의 모습은 설정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댄스 신이 코레오그래피(안무)와 스트릿 댄스(프리스타일)로 크게 나눠진다 해도 이미 그 안에선 활발한 교류가 있었을 텐데 이렇게 무턱대고 날 선 모습을 보인다는 건 '설정'외에는 말이 안 된다 생각했다.
실제로 일본 크루 '츠바킬'이 탈락하면서부터는 서로 울먹이며 아쉬워하는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게 이들의 본모습이 아니었을지. 경쟁 프로그램인데 처음부터 하하, 호호 웃는 모습은 방송의 긴장감을 확 떨어뜨릴 수 있기에 제작진이 요청했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누구보다 서로의 노력과 열정을 알기에, 승패가 갈리더라도 패자를 인정해 주고 따스하게 안아주는 그들. 언젠가부터는 배틀 무대에서도 무섭게 노려보기만 하던 처음과는 달리 다들 표정에도 여유가 생겼다. 패배하면 끝인 배틀이지만 승자도 패자도 없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게 바로 동료애 아닐까 싶어진다. '댄서'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진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묵묵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온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이, 아무리 경쟁이라 해도 적의(敵意)만 품을 수 있었을까.
한 무대에서 함께 춤추며 최선을 다하는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동료애, 바로 이 감정이었으리라.
파이널
그간 탈락 크루가 나올 때마다 TV로 보고 있는 나도 괜히 울컥해지곤 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이 점수로 순위가 정해지고 또 누군가는 반드시 떨어져야 하는 모습이 꼭 우리네 사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화 같은 세상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유독 스우파를 보면서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지며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 최선을 다했지만 그 노력을 똑같이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러웠고 한편으론 그런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동료들을 보며 부럽다 느껴지기도 했다.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얼마만큼 내 삶에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내 주위엔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동료나 친구들이 얼마나 있는지.
처음 8개 크루로 시작했던 프로그램이 이제 최종 4개 크루만 살아남아 파이널 무대를 앞두고 있다.
탈락한 크루에겐 end가, 살아남은 크루에겐 and next가 되었던 긴 여정이 이제 곧 끝난다. 누가 우승을 하게 될까? 나도 응원하는 크루가 있지만 그 팀이 우승하느냐 보다는 얼마나 멋진 파이널 무대가 될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마지막 무대인 만큼, 살아남은 크루들의 더 멋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