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형, 진짜 왜 이래?

우리 집 까칠 대마왕

by J브라운


우리 가족은 부모님, 큰형, 작은형 그리고 막내아들인 나, 이렇게 다섯 식구다.


삼 형제간 나이도 두 살 터울이어서 어렸을 땐 정말 진절머리 나게 싸웠더랬다. 어느 날은 밖에서 남자애 둘이 싸우고 있어서 동네 아주머니가 뜯어말리셨는데 알고 보니 우리 큰형과 작은형이 그렇게 서로 죽자 사자 싸우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가만 보면 어렸을 때부터 키는 작은형이 제일 컸고 그 다음이 큰형 그리고 나로 순서가 이어졌는데 작은형이 그 큰 키로도 큰형에게 결국 어찌 못했던걸 보면 역시나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나이가 깡패고 먼저 태어나고 볼 일인 듯하다.


작은형.

어느 가정에서나 자녀가 세명 이상일 경우 가운데의 성격이 좀 모가 나는 경우가 많은 듯한데 우리 작은형도 그랬다. 분명 싸움닭은 아닌데 큰형이랑 자주 싸우고 그것도 모자라서 동생인 나한테도 시비 걸고 맨날 때리고.


그럴 때마다 작은형에게 쏟아지는 부모님의 단골 멘트가 있었다. 큰형과 싸웠을 땐

"너 형한테 왜 그래, 동생인 니가 참아야지"


나와 싸웠을 땐

"너 막내한테 왜 그래, 형인 니가 참아야지"


일명 부모님의 '형이니까 참아라, 동생이니까 참아라' 시전. 어렸을 땐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커서 돌이켜보니 작은형이야말로 유년시절에 부모님께 참 많이 서운했을 것 같다.


똑같이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나이에 두 분의 질타와 훈계가 본인에게만 집중되고 있었으니 그 상황이 얼마나 억울하고 싫었을까. 하지 말라면 더 한다고, 그래서 큰형과도 그리고 나와도 그렇게 수많은 주먹다짐을 벌였던 걸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친구들과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집에서의 작은형은 참 까칠했다.

어렸을 때 삼 형제가 잘못을 해서 아버지께 함께 혼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아버지는 우리 부모님 세대가 그러하시듯 보수적이셨고 특히나 직업군인이셨던 터라 엄하신 편이었다.


삼 형제가 무릎을 꿇고 앉으면 아버지는 큰형부터 한 명 한 명 아들들의 잘못에 대해 말씀을 하셨고 '할 말 있으면 해 봐라' 하고 변명의 기회를 주시곤 했다.

큰형은 대개 고개를 숙이고 "잘못했습니다." 외엔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럼 아버지는 사랑의 매로 큰형을 어루만져 주셨다.


문제는 작은형이었는데 내 기억으로 작은형은 부모님께 혼나면서도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좋게 말씀하시려던 아버지도 작은형의 이런 태도에 심기가 불편해지셨고 그렇게 작은형은 한 대 맞을 거 두대, 세대를 맞서야 잘못했다며 부모님께 용서를 구하곤 했다.


막내인 나는... 바로 양손을 연신 싹싹 비비며 울면서 "잘못했습니다."를 연발했다. 막내아들의 눈물에 어느 아버지 맘이 약해지지 않으랴...그때마다 아버지는 사랑의 매로 나를 매우 가볍게 어루만져 주시곤 했다.


그 모습이 작은형의 눈에 더 얄미워 보였던 걸까? 언젠가부터 큰형과 작은형의 싸움은 잦아들었지만 나와 작은형의 싸움은 작은형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계속됐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작은형과 방을 같이 썼는데 책상이 형과 나란히 붙어 있었다. 별문제 없이 지내다가도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고 험한 말이 오갔으며 그에 빈정이 상해 몸싸움으로 번지곤 했는데 작은형이 나보다 키가 한 뼘 정도는 커서 일방적으로 내가 수세에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마다 난 내 작은 키를 원망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작은형도 본인보다 키가 작은 큰형에게 맞았던 걸 보면 형제간 싸움은 역시나 체격이 아니라 나이순이었나 보다. 그렇게 싸우고 화해도 안 한 체 잠은 또 한 이불을 덮고 같이 잤다. 자면서도 서로 아무 말 없이 어색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 침묵이 길게 갈 땐 거의 1주일을 간 적도 있었다.


그리고 작은형은 중학교 때부터 아침마다 엄마를 정말 힘들게 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형의 아침잠 때문이었다. 큰형과 나는 뭔가 성향이 비슷한지 중학교 때부터 아침에 엄마가 깨워주시면 바로 일어나서 곧잘 등교 준비를 하곤 했다. 그런데 작은형은 좀 달랐다.

아침마다 엄마와 작은형은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매일 아침 삼 형제 도시락(많이 싸실 땐 총 5개)에 아버지와 아들들 아침밥도 챙겨주시랴 가뜩이나 분주하신 엄마가 작은형을 깨우면 작은형은 대답만 "네 일어날게요."를 연발하면서 바로 일어난 적이 없었다.


시간은 가고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형이 지각할까 다급해지신 엄마는 약간 큰 목소리로 작은형을 깨우시곤 했는데 그때부터 작은형은 뭐가 그리도 심기가 불편한 건지 큰소리로 "알았어요~ 일어날게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도 여전히 꼼짝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그러는 사이 난 등교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곤 했는데 그때마다 "아 좀 일어나야!! 아이~구!!"라고 소리치시던 엄마의 목소리와 "알았어요!! 일어난다고요!!"라고 이만큼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하던 작은형의 외침 소리가 집 밖에까지 들려오곤 했다. 작은형은 항상 간당간당하게 학교에 도착한다 했는데 지금도 작은 형수님의 말에 의하면 아침에 제때 일어나질 못해 회사 셔틀버스 시간을 겨우 맞추거나 가끔은 늦어서 형수님이 회사까지 태워다 주고 오신다 했다.


그랬던 작은형이 대학교를 가면서 많이 변하기 시작했다. 계기가 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냥 성인이 되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이 대학교를 가고나서부터는 지금까지 나와 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있는지. 그리고 지금은 큰형보다 오히려 더 편한 형이 되었다. 본인도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운 정만큼 들었던 미운 정이 형제 사이를 좀 더 단단하게 엮어줬는지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 어머니가 내게 이런 말씀을 해 주신 적이 있다.

작은형이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했는데 좀 더 잘하고 싶어서 과외 좀 시켜달라 얘길 했었다고. 속 깊은 둘째가 그런 말을 꺼내기까지 참 고민이 많았을 건데 그걸 들어주지 못한 게 아직까지도 미안으로 남아있다고 하셨다. 그 당시 큰형이 고3이었고 아버지도 군생활을 퇴직하시고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신 지 몇 년 되지 않았던 터라 집안 사정상 작은형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셨던 거다.


그래서 작은형한테 참 미안하면서도 많이 고맙다고 하셨다. 엄마도 아들 셋 키우면서 골고루 사랑을 나눠줬어야 했는데 마음과는 다르게 그렇게 하지 못했음에도 혼자 알아서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들어가서 대기업에 취업한 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많이 서투르고 어려우셨던 거겠지...


작은형.

어렸을 땐 속으로 '이 형은 성격이 이래서 나중에 어쩔라나' 싶었는데 지금은 형제 중 성격이 가장 좋고 부모님께도 나보다 훨씬 더 잘한다. 세심하진 않지만 투박함 속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람.


어느새 둘 다 마흔이 넘어 이제 조금은 친한 친구처럼 편하게 느껴지는 작은형. 오늘은 간만에 작은형에게 안부 문자 하나 보내야겠다.


"형 별일 없는가? 추운데 감기 조심하소~"





작가의 이전글폰팅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