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 'Rain' & 진주 '가니'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떠 거실로 나오니 베란다 너머로 비 오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바람도 제법 부는 듯했는데 소리를 들으니 비가 무슨 여름철 장맛비 내리듯 많이도 오고 있었다. 화요일 저녁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 금요일까지 온다 했던 일기예보가 웬일로 맞았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출근길은 항상 아내와 함께한다.
올해 8월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부터인데 전에 살던 집보다 지하철역이 좀 더 멀어지는 바람에 아침 출근길에 아내를 항상 지하철역에 내려주고 출근을 하고 있다.
아내를 내려주고 조금 있으려니 빗줄기가 꽤나 굵어지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임에도 높은 기온 탓에 차 앞유리에 습기가 많이 차 있었는데 갑자기 굵어진 빗줄기에 시야가 더 좁아졌다. 겨울 초입에 웬 비가 이렇게나 오나 싶으면서도 여느 날처럼 라디오를 들으며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웬걸, 출근길에 항상 지나는 터널을 하나 통과하니 바로 물폭탄이 떨어졌다.
비 오는 날에도 운전을 많이 해봤지만 오늘 출근길의 빗줄기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다. 들이붓듯 내리는 비에 와이퍼도 열심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앞은 여전히 잘 보이지 않았고 간간이 반대편 차선의 차들이 뿌리고 가는 물세례에 화들짝 놀라기를 반복했다.
시야가 좁아진 데다 사이드 미러도 잘 보이지 않게 되자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해 어디라도 차를 대고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지금 이곳은 고속도로, 게다가 조금 전 휴게소 하나를 지난 상황이었다. 앞으로 20~30분은 더 가야 출근길 마지막 휴게소가 나올 것이었다.
퍼붓듯 내리는 비와 그로 인해 가려진 시야, 그리고 지체되는 출근시간에 슬슬 짜증이 밀려올 때쯤 라디오에서 태연의 'Rain'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왠지 네가 보고픈 밤 차오르는 눈물 떠오르는 나의 맘 속 비가 오면 내리는 기억에..」
오늘 날씨에 딱 어울리는 노래다.
감미로운 태연의 목소리를 따라 한껏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하며 흥얼거리다 보니 어느새 밀려오던 짜증도 사라지고 비 오는 분위기에 빠져드는 듯했다. 그리고 때마침 비도 조금 잔잔해진 것 같아 톨게이트를 나오자마자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주차를 하고 진주의 '가니'라는 노래를 틀었다.
「가니. 정말 날 떠나니. 가니. 다신 안 올 거니. 가니. 이젠 못 보는 거니 그럼 기다릴 필요 없는 거니..」
비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두 개 있다.
하나는 태연의 'Rain'이고 또 하나는 진주의 '가니'.
'가니' 이 노래는 가사만 보면 비와 상관없을 듯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여전히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뮤직비디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롱테이크로 여주인공(배우 김지수 님) 혼자 비 오는 차 안에 앉아서 슬피 우는 게 전부다. 하지만 주인공의 미친 연기력 때문이었을까 아님 눈물과 비라는, 왠지 묘하게 닮은 두 가지가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었을까.
이 뮤직비디오는 비 오는 날만 되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라 이 노랠 찾아 듣게 만든다.
노래에 더해 차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도 들렸다.
'두두두두~' 비가 적당히 오는 날은 이 소리도 꽤나 들을만하다. 일정한 리듬을 타고 떨어지는 빗소리에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지는 듯해서.
노래를 다 듣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한결 기분이 나아짐을 느꼈다. 미친 듯이 퍼붓는 비에 대한 걱정과 뒤이어 밀려온 짜증으로 하루 시작부터 오늘 왜 이러나 싶었는데 이 노래 두곡으로 안 좋은 감정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에 아무 생각 없이 나를 밀어 넣다가도 가끔 이렇게 비 오는 날에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삶의 활력소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