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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Mar 13. 2024

물길의 울음




과녁을 향해 활을 쏘듯 달려드는 빗줄기

방패도 피할 곳도 없는 땅 위의 알몸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콘크리트로 무장한 도로

빨리 가려던 길은 우왕좌왕 의지 없이 흔들린다

퍼붓는 빗물 이기지 못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도로를 세차게 흐르는 도시의 여울목

갈라진 틈새에 감춰 놓은 실종자들

처음 만난 복병에 아무렇게나 휩쓸린 도시      


길잃은 물길이 풍장이 되어 가라앉고

남겨진 흔적이 신발 끝에 질척이고 

드러난 환부에 붕대를 감는다     


지난밤 바람은 나머지 구름을 데려가고

갈라진 거리에 뒹구는 나뭇잎 

움켜진 가슴에서 흐르는 물길의 울음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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