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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Mar 23. 2024

냉면


살얼음을 딛고 선 맨발

심장 끝까지 저릿하게 해도

타는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시원한 육수 한사발에 

흐르는 땀 씻기운다


명사십리 고운모래

하느아래 첫동네 주메산골

메밀면에 말아내온 국수 한그릇

누님 얼굴처럼 저란 무맛


다음에 놀러오면 괴기국 끓여주마

얼굴쓰다듬던 고운 손길

함흥브드 배 타는 날

다시는 갈 수 없는 곳이 되고


돌아돌아 다시찾은 오장동에는 

배 안에 가득했던 사람들 사라지고

머리허연 할배 꾸벅 졸고 앉아 있네


따1듯한 엄마의 등

맵시좋고 고운 누님 그리우면

시언한 국수 얼음물에 말아

후루룩 마신다

고향산천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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