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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Jan 05. 2021

어떤날

저무는 한해를 보겠다고 해넘이를 위해 찾아가는 길.

산의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버겁다. 

엉덩이는 무겁고 다리는 아프고 숨이 가빠지며 땀이 난다.

한 발을 내딛기가 힘들어질 즈음 산은 내리막길을 내어준다.

삐꺼덕 거리는 관절이 소리를 내도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에 콧노래라도 부르려 하면 

다시금 보이는 끝없는 계단

오르락내리락하기를 서너 번

붉어진 얼굴은 땀으로 번들거리고 코끝에 서리는 입김이 범벅 되고서야

오른 산꼭대기

동서남북 탁 트인 산의 정상에 도착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해를 돌고 

아침, 저녁 하루를 돌고

해는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차츰 희미해지며

서서히 산등성이로 자취를 감춘다.



새해 떠오르는 해를 보겠다고 해돋이를 위해 찾아가는 길

여명의 어스름함은 오르막길도 내리막길의 어려움을 모르는 채

시작을 알리는 기쁨에 들뜨고

이름 모를 산새들의 응원소리와 반갑게 맞이하는 까치의 인사가

발걸음을 가볍게 내딛게 한다.

새색시 순정 같은 붉은 기운이 하늘가를 물들이며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며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새롭고 벅찬 한해를 맞아한다.

아직 가보지 않은 오르막 내리막길에서의 시작을 꿈꾸면서


같은 장소

다른 시간

그리고 붉고 변함없는 똑같은 태양


나는 한해를 살아온 건가?

하루를 살아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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