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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Mar 04. 2022

그날 경주


여고 2학년 경주 수학여행

해돋이 보려고 눈 비비며 오르던 좁은 산길

뿌연 안개에 속살 감추던 사춘기 소녀 토함산 중턱에서

무열왕릉 앞으로 뜨는 태양의 정기 받지 못한 채 돌아섰다.     


40년이 지난 오늘 다시 오르는 토함산

넓어진 산길을 자동차로 힘들이지 않고 오른다

차창 너머로 들어오는 바람 햇살 

검푸른 바다 반짝이는 윤슬, 웃음꽃 피어나는 얼굴     


그 옛날 석굴암 주변 좁은 길 

운동장만큼 넓고 환하게 정리되어

깊은 산속 모습 사라진 낯선 그곳에

아직도 남아서 반기는 석굴암 앞 세 단의 돌계단     


설레는 마음으로 계단에 올라서니

체육복 입고 층층이 앉아 웃고 있는 여고생들 

첫사랑 국사 선생님

마음속 흔적 고스란히 살아나던 그 날 해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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