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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Mar 06. 2023

생강나무 노란 등잔


삼월에 부는 바람

가슴속 파고드는 까칠한 꽃샘바람

기름기 없어 버석한 마른버짐 피어나고

벌어지는 옷깃 여미는 봄날     


거무죽죽 껴입은 겨울을 벗지 못한 골짜기

느슨한 햇빛 따사롭게 번지면

겨우내 얼었던 땅 뭉긋이 풀어지고

혀 내밀어 부는 바람 간을 본다     


물오른 나무 윤이 나기 시작하고

기다리던 시간 놓칠세라

뾰족 심지 새 생명을 내놓는다

생살 찢어가며 가만가만 노란 등잔 걸어놓는다    






다시 봄, 그래 잊지 않고 다시온 새봄.

아직은 이른 

그래서 아직은 겨울 외투를 그대로 두르고 다니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봄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두꺼운 옷을 하나씩 둘씩 

누가 먼저날것도 없이

산은 벌써 봄맞이를 하고 있다.

헐벗은 가지가 물렁해지고 삭정이같이 건조한 나무에는 윤지가 돌기 시작한다.

딱딱했던 흙은 밟으면 부드럽게 내발을 감싸안는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는 직박구리의 움직임도 분주하고 노래소리 경쾌하다.

이제 싹이 움트기도 전에 생강나무 산수유의 노란 꽃잎들이 피어날것이다.

이미 준비된 자세로 나무 뒤에 대기하고 있는 꽃들

그 밝은 등잔불을 만나기를 기다리는 내마음도 벌써 불이켜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등짝에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살

뺨을 간질이는 꽃샘바람

내마음은 벌써봄

다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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