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석양
사막의 석양
후르가다에서 지프사막 투어를 하려면 점심을 든든히 먹어야 했다. 넓은 뷔페식당에 있는 많은 음식, 크레프 소고기 오리 닭 생선 그리고 각종 음식이 허기를 부르는데 막상 먹을 건 없는 게 우리나라 뷔페와 다를 게 없다.
호텔 입구에 준비된 지프를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퉁퉁 튀어 오르며 강남스타일과 이집트 음악을 들으며 사막으로 고고~~.
돌산인지 사막인지 모호한 길을 달려 베두인 마을 잠시 쉬었다. 풀 한 포기 없이 먼지만 풀풀 날리는 사막에 천막 두 개 벽돌 건물 하나 가 달랑 있다. 주변에는 벽돌 건물인 화장실에서 관광객에게 화장실 사용료를 받고 있었다. 우리도 급한일을 해결하고 배두인이 주는 차 한잔을 마셨다. 그곳에서 볼펜이 있으면 달라고 하는데 가져온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집에서 굴러다니던 볼펜이나 가져올 걸, 필요한 사람에게 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미리 알았다면 준비했을 텐데, 뭔가 도움이 되지 못해 안타까웠다.
황량한 사막에 지프, 사륜구동차가 수십 대가 있었다. 그 주변에는 터번을 두른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모여있고 몇몇은 사륜구동차에 올라앉아 있었다. 또 몇 대는 먼지를 날리며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 풍경은 마치 매드맥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지구가 핵폭발로 파괴돼 살아남은 자들이 길거리에서 미친 듯 소리 지르며 휘발유를 뺏던 그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 착각하며 맬 깁슨은 누굴까 찾아보았다.
차를 마시고 볼일을 본 우리는 다시 지프에 올랐다. 달리고 달려 돌산 앞에 멈췄다. 그 돌산을 올라가라 한다. 그다지 높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막 투어 온 거 아니냐? 근데 웬 돌산 기어오르기? 아무튼 나무 가지 하나 없이 의지할 데 없는 돌산을 맨손으로 벌벌 기며 올라갔다.
작은 동산 같은 산이었는데 가팔랐다. 꼭대기에 올라서 반대편을 내려다보니 소박한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동전의 양면. 내려갈 때는 반쯤은 돌산을 내려가면 그 반은 사막 운동화에 꾸역꾸역 들어오는 모래의 무게를 느끼며 천천히 언덕을 내려갔다.
모래언덕 한편에는 한 배두인이 그곳에 누워서 책인지 뭔지를 보고 있었는데 제집 안방인 듯 편해 보였다. 우리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우리는 모래언덕에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애들처럼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사막의 하루를 닫았다. 서울에서도 노을 보기를 좋아했다. 하루를 마감하며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의 수고로움에 나의 하루를 실어 보내면 아쉽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노을이 주는 주홍빛깔에 안정감을 찾기도 하며 말이다. 이곳의 석양 또한 다르지 않다.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 돌아갈 곳이 있다는 편안함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안정감. 생애 첫 사막의 석양을 바라보며 마음속 기원을 해본다.
다시 지프에 탑승.
이리저리 부딪치며 달리다가 내리란다. 사막은 이제 어두워 별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 저기 있는 게 오리온 자리고 저기가 북극성”
딸이 하늘을 가리킨다. 반짝이는 별이 우리 모녀에게 아는 체를 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이리저리 돌아본다. 반짝이는 별 무리를 보며.
그 사이 가이드는 하트를 그리고 휘발유로 불을 붙이고 그 안에 들어가서 기념사진을 찍어 줬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점점 많아졌다.
어두운 밤길을 가르며 리조트에 도착. 바에 가서 맥주로 목을 축이고 하루를 마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주는 밥 먹고 놀고 쉰 축복된 또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