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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Feb 26. 2023

산 자와 죽은 자의 땅 이집트 3

이집트의 민낯

이집트의 민낯     



새벽 3시에 일어나 씻고 짐 정리하고 다섯 시 체크아웃. 조식 먹고 지금 룩소르로 가고 있다. 이제 진짜 이집트를 만나러 간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땅 이집트의 민낯을 보러 간다. 후르가다에서 룩소르로 이동하는 길은 황량했다. 풀 한 포기 없는 돌산들만 나오고 또 나오고.   


버스밖 풍경

  


그 옛날 노예들이 농사가 끝나면 이 돌로 뭐를 할까 궁리하다 무덤을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노는 노예들을 볼 수 없던 왕족들이 자신들의 무덤을 만들기 천지사방에 깔린 돌을 이용해 피라미드를 만들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데 가이드의 일침. 그 옛날 피라미드 만드는데 동원된 사람들은 농민이었다고 했다. 농번기가 끝나고 일이 없을 때 돈을 받고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뉴딜정책과 비슷한 것이라 애해하면 된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위정자들이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도 비슷했던것 같다.      

 


버스에서 바라 본 일출



돌산 사이로 이집트의 태양이 떠오른다. 어제는 석양을, 오늘은 해돋이를 보며 달린다. 여기저기 셔터 소리가 바쁘다. 그제는 터키의 마르마라 해협의 일출 오늘은 내륙의 일출 눈이 호강한다.  

한 시간을 달려도 돌산만 있는 생명의 기척이라곤 느낄 수 없는 그곳에 참새만 한 새들이 날아올랐다. 신기했다. 아무리 척박한 곳이라도 살아있는 것들의 온기에 나도 모르게 경외감이 들었다.  


     

후르가다에서 룩소르 가는길


도로와 도로 사이의 오직 돌산. 그 돌산이 도시의 빌딩처럼 그늘이 되어 주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도로에 신호등이 없다. 신기하게도 차도 사람도 잘 다닌다. 돌산이 끝나고 나일강지류를 끼고 있는 농촌 마을들이 보였다. 차도와 마을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고 집과 밭이 어우러져 우리네 농촌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아직도 나귀를 타는 사람 마차로 이동하는 사람 차도 다니고 옛날과 현대적 교통수단이  있어 한 공간 안에 있어 특별했다.

    

나일강변의 사탕수수 밭


이집트의 치안은 불안해 보였다. 다리가 있는 마을 어귀마다 총을 멘 보안관들 있었다. 서부영화에 나오는 악당들처럼 꾀죄죄하고 의욕이 없어 보였다. 정의롭고 용감한 보안관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을 흘린다. 이 보안관들도 공무원이라고 했다.      


검문소


과거와 현재가 동 시간대에 뒤죽박죽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나가는 길에 경찰관이 있는 검문소도 보였는데, 모두 총을 들고 있었고 망루? 같은 곳에는 기관총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왜 위협적이라기보다 희화적으로 보이는 건지. 먼지를 뒤집어쓰고 남루한 옷을 입은 그들에게서 과거의 영광은 볼 수 없어서 안쓰러웠다.

  


말루에 나놔있는 총

우리가 룩소르로 가기 위해 지나는 퀴나 지역 주변은 나일강 지류를 따라 넓은 밭 경작지가 많다. 요즘은 양배추 마늘 사탕수수 밀이 자란다.

 

시골 마을 풍경



지역주민들을 위한 대중교통으로 봉고차가 택시처럼 영업한다고 한다. 따로 정류장이 있지는 않았지만, 봉고차들이 서 너대 모여 있는 곳이 정류장이고 그곳으로 사람들이 모이면 이동한다고 한다. 인원수 제한도 없다고 했다. 목적지를 말하면 5리라의 요금을 내고 그 차가 채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태워서 떠난다고 했다. 오토바이도 있었는데 한 가족 4~5명이 함께 타고 가기도 해 위태로워 보였고, 이삿짐까지 옮기는 것을 보았다. 사는 게 뭔지.



           

나귀가 끄는마차

후르가다에서 룩소르로 버스 이동할 때 보이는 시골 마을의 풍경 낯설고 슬프다. 끝없이 펼쳐진 밭 나일강의 지류를 끼고 흐르고 그 옆으로 마을과 밭이 도로에서 다리로 이어져 있었다. 다리 곳곳에 총 든 초라한 노인 같은 분들이 치안 유지를 위한 마을의 보안관이란다 내가 보기에 복지관 어르신들의 일자리 같다.       



누가 말했을까? 이집트 산 자와 죽은 자의 땅 아이러니 하게도 죽은 자의 영광을 산자들이 누리지도 지키지도 못하는 것만 같아 안타까웠다. 위대한 유산을 가진 위대한 민족이 사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다.  


거리 풍경


도시 곳곳은 파헤쳐져 있거나 공사 중이고 기존의 건물들도 미완성이어서 철근 구조물이 그대로 방치된 채 살림집이 있고 어수선하고 무질서하고 먼지투성이고 지저분하고 기대하고 간 곳인 만큼 그들의 생활을 보고 실망했다. 내가 본 이집트는 황망하고 슬프고 미래가 없어 보였다.  유적이 아닌 이집트의 민낯을 본 나는 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이집트의 위대한 유산을 보러 온 관광객. 나의 본분에 충실하자. 룩소르에 들어서 스핑크스의 길을 지나 카르낙 신전에 도착했다.


스핑크스의 길


카르낙 신전.

 이집트 조상들의 유산은 위대했다. 돌무더기속에서도 지난날의 화려했던 삶들이 고스란히 살아났다. 뿌연 모래 먼지 속에도 태양은 눈 부시고 널브러진 돌 더미들은 지난날의 영광과 카리스마를 간직하고 나를 맞이했다. 두꺼운 돌기둥 사이를 누비며 이집트 유적지를 돌아봤다. 나의 버킷 리스트 하나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늘어선 열주와 오벨리스크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카르낙신전



위대한 유산

지금의 삶이 고달퍼도 영혼의 쉴곳은 평온하다.

돌무더기들이 주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려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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