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낙 신전을 보고 점심 먹으러 갔다. 선상의 식당 우리나라 한강 공원의 선상 식당을 생각하면 되겠다. 나일강에 둥둥 떠서 밥을 먹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식당은 깨끗하고 음식도 먹을만했다.
나일강변 식당
그런데 갑자기 식당 안이 소란스러웠다. 화장실 문이 잠겨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갇혀서 나오지 못했다. 안에서 열어보고 밖에서 식당 사람들이 연장을 가지고 이리저리 해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구경 잘하고 밥 잘 먹고 이건 또 뭐선 일이고?
화장실 안쪽의 열쇠가 헐거워져 빠져 버려서 문이 꿈적도 하지 않았다. 식당 주인은 다른 사람들을 부르고 이런저런 연장을 가지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고, 안에 있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요구도 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문을 부스고서야 나올 수 있었다.
화장실에 갇혔던 분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우리에게 미안해했다. 일행분이 다친 곳 없이 무사히 나와서 감사했고 그나마 일이 잘 해결되어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문을 부순 일이 마음에 걸렸다. 가이드는 잘 처리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그래도 없는 집에 와서 화장실 문을 부숴버렸으니 민폐를 끼친 것 같은 미안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식당을 떠났다.
나일강 동안에서 서안으로 배 타기
이제 우리는 산자의 땅인 나일강 동쪽에서 죽은 자의 땅인 나일강 서쪽으로 가려고 식당과 연결된 부두에서 서안으로 건너가는 배를 탔다. 배를 타고 가며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강을 직접 건너는 감동을 맛봤다. 배안에 함께 타고 있던 있던 이집트 꼬마와 춤도 추며 즐겁게 강을 건넌다. 편안한 마음으로 나일강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나일강변을 건너는 배안
나일강의 서안 죽은 자들의 도시에서 처음으로 간 곳은 왕비의 계곡이었다. 황량한 벌판 곳곳이 무덤이라 한다. 하도 도굴꾼들이 많아서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사막 깊숙이 숨겨 놓았다는 그곳을 굳이 가고 있다. 네페르타리의 무덤을 봤다.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벽화들을 직접 보는 가슴 뿌듯함에 이 여행을 함께하는 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벽화는 세월의 흔적을 읽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하고 깨끗하게 보존되어 감탄했다. 가이드설명으론 일본에서 채색 작업을 한 것이라고 한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도 일본에서 공사하고 있었는데.
네페르타리 무덤 안
다시 왕가의 계곡 투탕카멘의 무덤을 둘러보고 핫셉수트 여왕의 장제전을 둘러보았다. 우선 장제전의 규모에 놀라고 그 당시 여왕으로서 그녀의 정치적 치적에 한 번 더 놀랐다. 이 건축물은 세센무트라는 건축가에 의하여 지어졌는데 그는 핫셉수트의 첫 애인이며 숨겨진 연인이라 전해진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종묘를 이토록 거대하고 아름답게 지었다는데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사랑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장제전
이제 이 장제전을 지키고 있는 거대한 멤논의 거상을 만나러 간다. 이 거대한 유적이 동네 어귀에 덜렁 남겨져 있는 것 같아 맘이 아팠다. 이런 거대하고 아름다운 유적을 남긴 조상들은 지금 후손들이 살고 있는 이집트를 위해 무슨 기도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멤논의거상
저녁은 나일강이 흐르는 강가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로 잘 대접받았다. 정성 들인 코스요리였는데 우리 입맛에 맞진 않았다. 가져간 조미김과 함께 즐거운 식사를 했다. 정원 한 곳에 내가 키우는 매일초가 피어있었다. 내 화단의 꽃을 본 양 너무 반가웠다. 낯선 여행지에서 내 생활 속의 것을 만난다는 것에 마음이 울컥했다. 나그네 가는 길에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는 시인의 말이 떠올랐다.
저녁식사 레스토랑
식당 정원의 매일초
날은 어두워지고 우리는 버스로 다시 룩소르 동안으로 가야 했다. 나일강을 건널 때는 15분이던 것을 육로로는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한강에 24개의 다리가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 나일강에는 하나의 다리밖에 없단다. 한참을 걸려 가는 길에 차까지 막혔다.
카이로 시내
그렇게 도착한 곳은 시내에 위치한 파피루스 만드는 공장 겸 매장에 가서 진짜 파피루스 나무도 보고 그걸 사용해서 종이 만드는 법도 보았다
만들고 싶은 크기로 파피루스 나뭇가지를 잘라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썰어 6일 동안 물에 담겨놓았다가 말랑해진 파피루스를 무거운 것으로 눌러 또 6일을 두면 뽀얀 파피루스 종이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10~12일을 두면 누런 파피루스가 되는데 누런 것이 질이 좋은 것이라 더 비싸다고 했다.
작품으로 완성된 것들을 보았는데 크기 모양 그 안에 그림도 다양하게 있었다. 그림 중에는 황제와 여왕의 그림이 있는데 황제 이름 여왕 이름 대신 구매자의 이름을 넣는 것도 상품화해서 팔고 있었다. 좋은 생각이었고 파피루스의 질도 좋아 보였고 그림도 좋았는데 여행자가 기념품으로 사기에는 비쌌다.
파피루스 뮤지엄
이집트의 대표적인 종이공장 견학과 질 좋은 기념품들을 보고 우리는 룩소르 공항으로 이동했다. 다시 비행기로 카이로에 간다. 세기의 불가사의 피라미드를 만나러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