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주 Jun 20. 2022

너희에게 예술이란 무엇이니?

사랑스러운 거무튀튀 손가락


예술로 플러스 마지막 차시, '춤추고 그리고 연주하고'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말 그대로 마지막 시간인만큼 예술 교육의 확장판의 총집합이었다. 벌써 이렇게 6주가 지나다니 정말 그 사이에 일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끝이난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첫 시작이 너무 좋아서인지 왠지 모르게 이 직업이라면 평생 직업으로 삼고 될 만하다는 기분이 든다. 나름 한 학기가 지나갔지만 수업시간 내내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기에 천직을 찾았음이 분명했다. 물론 이걸 나 혼자 잘나서 해낸 거야라고 하기에는 매 시간마다 반짝 거리는 눈동자로 예술로 플러스 수업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 아이들을 생각하며 마냥 쉽다고 하기엔 고차원 예술교육 그 자체였던 이 시간을 기쁨으로 잘 견딜 수 있었다.


버섯 체조 과정


일단, 마지막 차시에서 했던 것들을 설명하려고 한다. 첫 번째 시간에는 버섯 체조를 진행했다. 버섯이나 균의 사진을 활용해서 그 자리에서 즉흥으로 체조를 만들고 '국민체조'음악에 맞추어 아이들은 체조를 하였다. 함께 만든 버섯 체조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이게 뭐라고 깔깔대고 일어서서 신나게 춤추던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훤하다. 5학년이라서 유치하게 생각할까 봐 나름 걱정했는데, 어린이는 어린이들이다. 버섯 체조의 과정 하나하나를 즉흥으로 그리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드로잉 했던 시간들이 이렇게 쓰이는구나 싶었다. 아이들이 칠판을 보고 신나게 체조를 할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 드로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자처럼 버섯과 곰팡이를 관찰하는 시간

두 번째로 가진 시간은 버섯과 블루치즈를 직접 관찰해서 과학자의 눈으로 느낀 점을 그림과 글로 적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블루치즈 냄새를 맡자마자 난리법석이었다. 다들 꼬릿 꼬릿 한 냄새에 중독이 된 듯 "지독해요~"라고 말하지만 입은 헤벌래 하고 웃고 있었다. '지독한 냄새들을 엄청 즐기구는구나 너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덕분에 관찰을 더 웃으면서 할 수 있었다. 버섯과 곰팡이의 표면, 색깔 그리고 그에 따른 느낀 점들을 적는데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버섯과 곰팡이를 정말 과학자처럼 상세하게 후각, 시각, 촉각 등으로 나눠서 쓰는 아이들도 있었다. 버섯의 말캉말캉함을 '마시멜로 같다, 물컹물컹 젤리 같다.' 등 다양하게 표현해주었다. 아이들의 재미있는 표현력과 관찰력에 또 한 번 영감을 받고 나도 일상에서 작은 것들을 더 크게 발견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탄을 사용해 활동하는 아이들 1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균과 곰팡이를 직접 목탄으로 그려보는 시간을 아이들과 가졌다. 목탄과 도화지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이렇게나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절로 뿌듯해졌다. 여기서 잠시 목탄에 대해 설명하자면,


목탄: 회화 재료. 버드나무, 회양목, 너도밤나무 등을 구워서 만든 가늘고 부드러운 소묘 재료. 가볍고 편리하며 용이하게 지울 수도 있어서 특히 구도의 밑그림이나 습작 및 스케치에 매우 적합하다. 목탄 소묘에 있어서 그러데이션을 할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종이 등을 원추형으로 감은 찰필(擦筆, stump, 압지(押紙)나 엷은 가죽으로 말아서 붓과 같이 만든 물건)을 사용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목탄은 단 하나로도 선의 굵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데 큰 매력이 있다. 그리고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손이 아무렴 거무튀튀해지기 마련이다. 정말 잘 손에 잘 묻는 재료이다 보니 더욱이 아이들이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목탄을 사용해 활동하는 아이들 2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과 몸에 목탄을 온몸으로 그리면서 자유롭게 행위예술을 하듯이 보이는 모습은 정말이지 '나 오늘 스트레스 풀려고 작정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수업에서 교보재를 사용할 때 주제에 맞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던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 "너무 손에 잘 묻어요. 제 손좀 봐요. 근데 너무 재밌어요."라고 하면서 폭발적인 예술가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아이들에게 잠재되어있는 예술적인 능력을 이날 톡톡히 바라보았고 그것을 바라보며 바로 이 명언이 떠올랐다. 그리고 전 세계 어린이들의 예술적 능력을 지키기 위한 사명 하나가 생겼고 그 마음을 잘 지키면서 살아야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Every child is an artist. The problem is how to remain an artist once he grows up.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들이 커서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게 하느냐이다.)


활동이 끝난 후, 아이들에게 "예술이란 너희에게 무엇이니?"라는 질문을 했다. 첫 시간에 질문했을 때는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거요, 연주하는 거요, 춤추는 거요"라고 대답하며 행위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자유로움이요, 기쁨이요, 행복이요, 폭발, 자기만의 색깔 찾기인 것 같아요, 나만의 상상력을 표현하는 것, 꿈, 재미,  힘든 건 줄 알았는데 행복한 것, 예술로 플러스다."등 내가 차마 상상할 수도 없던 대답들에 큰 감격을 받았다. 즉,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변화를 보며 예술로 플러스 수업을 경험을 통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장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변화들 속에 아이들도 나도 함께 성장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마지막날 한 아이의 선물

그리고  아이에게 선물을 받았는데, 정말 선물을 받는 일은  자체로 의미 있지만  아이의 담긴 마음과 선물 하나하나가   깊이 와닿았다. 선물의 내용 하나하나가 인상 깊었는데, 무엇보다도 낙엽을 직접 코팅해서 한쪽에는 '반짝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책을 읽어야 머리가 반짝하다.'라는 말이 써져있었던 책갈피였다. 책을 좋아하는 나를 어떻게 알고  마음을 품고 올해는  다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알라딘 카드를 두장이나 주었는데  또한 인도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너무나 의미 있는 선물이었다. 아이들 덕분에 새로운 세계를 보았고  덕에 마음을  아름답게 키워갈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한국에서 인도 찬드라반 마을을 찾고 싶다던 나는 공립학교 아이들에게 찬드라반 아이들과 같은 감정을 느꼈고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라면 무슨 일이든 해낼  있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으로 받은 F뾱뾱이 키링은 스트레스를 푸는데 제격이었고 귀여운 스티커들은 환상과 동심의 세계를 함께 꿈꾸게 만들어주는  같았다. 마지막으로 파란색 용과 노란색 나비 탱탱볼 피겨를 받았는데, 겉은 말랑해 보이지만 속은 단단하게 변한  모습을 말해주는  같아 고마웠다. 물론 내가 작은 것에도 이것저것 의미부여를 워낙 많이 해서 이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이걸 하나하나 포장했을 마음에 눈물 나게 고마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고마운  아이들의 말들이었다. 7 아이들은 모두  같이 "선생님, 가지 말아요. 다시 같은 선생님으로 와야 해요. 500 왔으면 좋겠다."  심금을 울리는 말들을 해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담임 선생님들도 똑같은 선생님 다음 학기에 오시냐고 여쭤보셨다. 이번 학기 정말  해낸  같다. 너무도 만족스럽고 행복한  학기였고, 오래오래 할머니가 돼서도 Teaching Artist 분야에 몸을 담고 나중에   꿈을 꾸기 위해서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야지. 2022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Teaching Artist 위한 노래를 부르며 글을 마무리한다.



A Whole New World


I can show you the world

Shining, shimmering, splendid

Tell me, princess, now when

did you last let your heart decide?


I can open your eyes

Take you wonder by wonder

Over sideways and under

On a magic carpet ride


A whole new world

A new fantastic point of view

No one to tell us “No”

Or where to go

Or say we’re only dreaming


A whole new world

A dazzling place l never knew

But when I’m way up here

It’s crystal clear

that now l’m in a

whole new world with you


Now I’m in a whole new world with you

Unbelievable sights

Indescribable feeling

Soaring, tumbling, freewheeling

Through an endless diamond sky


A whole new world

(Don’t you dare close your eyes)

A hundred thousand things to see

(Hold your breath – it gets better)

I’m like a shooting star

I’ve come so far

I can’t go back to where I used to be


A whole new world

(Every turn a surprise)

With new horizons to pursue

(Every moment red letter)

I’ll chase them anywhere

There’s time to spare

Let me share this

whole new world with you


A whole new world

(A whole new world)

That’s where we’ll be

(That’s where we’ll be)

A thrilling chase

(A wondrous place)

For you and me




작가의 이전글 어른들의 사랑이면 충분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