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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Jun 13. 2022

어른들의 사랑이면 충분해요.

아이를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


'꿈꾸는 북극성'이라는 주제로 연극 차시를 진행한 하루. 예술로 플러스는 시각, 무용, 연극, 음악을 다루는데 그중 내가 경험도 적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연극 차시를 하게 되는 시간이 다가왔다. 아이들 앞에서 극 상황을 보여줘야 하고, 아이들이 충분히 즐기고 느끼게 끔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었다. 그래서 그런지 연구하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 가운데 연극에 대해 이해하고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성장한 것 같다. 특히 개인적으로 연극배우들에게 박수를 짝짝짝. 어색한 발연기를 웃기다고 바라봐주고 참여해주는 예쁜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아이들과 라포 형성이 잘된지라 아이들이 오히려 연극하는 나를 격려해주고 일으켜주는 기분이었다.


많은 활동을 했지만 나는 시각 TA이므로 아무렴 시각 활동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아이들이 자신이 바라는 버킷리스트를 그리고 작성하는 시간이었는데, 이 시간이 유독 좋았던 이유는 어른인 나 자신의 부족함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한 명 낳으려면 몇천만 원이 필요하다는 말 그리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필요한 게 한 두 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내가 어린이 Teaching Artist로 경험하면서 만난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절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꿈꾸는 북극성 1

먼저 첫 번째로, 소개할 그림은 말 그대로 '학원 때려치워'라는 주제를 가지고 버킷리스트를 그렸는데 이 아이 말고도 수많은 아이들이 같은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이걸 그린 이유를 물어보니 "학원을 다 그만두고 가족들하고 같이 집에서 TV 보고 화목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평균 6~7개 학원을 다닌다고 하니 숨이 막힐만하지만 맞벌이 부모님에게 자란 나 또한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마찬가지로 그 정도 학원을 다니곤 했다. 집-학교-학원(여러 개)-집을 돌아다니면 하루가 끝난다. 사실 갈 곳이 없어 방황하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기분이 뭔지 충분히 이해한다. 요즘 아이들은 조금 다를 줄 알았는데,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5학년 밖에 안된 어린아이 가방 안에 Tofel이 들어있고, 엄마가 가기를 원한다고 외고 준비를 하고 그저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12살짜리 어린아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를 잘 해내면 성취감도 있겠지만 진짜 자기 안에 부르는 소리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게 자라오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온 결과 삶을 길게 보면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다. 나는 내가 선택해서 미술을 오랜 시간 전공했고, 그 과정안에서 감격을 느끼며 살아왔으며 그것을 넘어 업으로 Teaching Artist를 하며 매 순간 행복감을 느끼는 중이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서 느끼는 기쁨이 얼마나 될까?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일하는 기계로 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신의 마음에서 부르는 일들을 그림에서 그린 버킷리스트에서 썼듯이 직접 원하는 것들을 외치고 해내길 바란다.


꿈꾸는 북극성 2

두 번째, 버킷리스트는 '우리 가족 다시 화목하고 웃음이 넘치는 가족 만들기', '친구들과의 관계 정리하기', '태오(동생)랑 같이 영화보기', '돈 많이 벌어서 평생 엄마, 아빠 호강시켜드리기'를 아주 예쁘게 정리해서 적고 있었다. 원하는걸 정확하게 적긴 했지만 다시 한번 왜 이것을 썼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가족끼리 화목했으면 좋겠고, 싸운 친구가 있는데 다시 사이가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동생이 너무 좋은데 영화관에도 단둘 이만 같이 가고 싶고, 나중에 돈도 많이 벌면 우리 엄마, 아빠 행복하겠죠?"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이대답을 듣고 보니 '아-아이나 어른이나 관계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구나.'라고 느끼게 되었다. 꼭 내 어릴 때 소원 같기도 하고, 지금의 소원 같기도 해서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내가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지키고 성장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소원처럼 내 인생도 이러한 소원이 있었지.' 이걸 보고 한편으로 관계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느끼는 12살 아이의 책임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꿈꾸는 북극성 3

세 번째 버킷리스트는,. '직접 별똥별을 보고 싶다. 나와 밤하늘의 반짝이는 것들이 같이 있는 그 순간. 가장 행복하다.' 직접 시를 쓴 아이의 그림과 글이었다. 나도 작년에 황매산에 별을 보러 갔을 때가 있었는데, 그 무수히 떨어지는 별들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작은 인간인가를 끊임없이 깨달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의 황홀함과 행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온 별들이 내 몸으로 내려와서 진정한 행복을 수놓듯이 안아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는 너무나 작고 연약해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우리 마음대로 살려고 한다. 자신의 의와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인생에서 성공으로 가는 방향이라고 확신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러운 섭리들을 거스른 나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모난사람인지 알아가는 방향 안에 있다. 그것을 발견하며 살아가고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의미이며 길인 것 같다. 이렇게 12살 아이들도 아는 인생의 길을 나는 이제야 알아가고 있다.




꿈꾸는 북극성과 함께한 버킷리스트들의 공통점은 소중한 사람 혹은 나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시간들을 쌓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 물건, 좋은 학교, 어학연수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지만, 총 7반을 돌아다니며 180명의 아이들과 함께 이 수업을 진행해본 결과 정말로 필요한 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일뿐. 그 시간 안에서 어른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커가는 것. 그것이면 충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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