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주 Jun 25. 2022

채워 넣지 말고 비워내세요

고독을 찾는 삶


개인적으로 고독한 시간은 나의 삶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무언가로 가득 채워 넣다 보면 언젠가 빵 터지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아서 일까? 아니면 대학 4년 내내 고독의 중요성을 배우고 자라 서였을까? 사람들은 고독과 외로움을 혼동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그 구분을 하기 좋은 글귀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내가 나와 교제하는 실존적 상태를 고독이라고 한다면, 고독과 마찬가지로 홀로 있으나 인간 집단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나 자신으로부터 버림받은 상태가 외로움이다. - 한나 아렌트


즉, 인간의 본성은 고독 그 자체이며 그래서 외로움과 고독을 혼돈하지 않고 고독 안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도 지금 항상 익숙하고 함께하던 것에서 벗어나 홀로 떠다니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시기다. 1년 6개월 만에 오랜만에 찾아오는 고독 속에서 조금 갈길을 잃어버린 양처럼 헤매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굳고 단단하게 먹는다. 혼자 있음을 잘 견딜 수 있다는 건 내가 잘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내가 나와 지내면서 다시 삶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것들이 있으면 그것들을 기록해 고쳐나가고, 그 실수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다시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많은 시간 동안 나는 나의 외로운 마음을 타인으로부터 채워 넣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타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될까 봐 전전긍긍했던 것 같은데, 이제 그런 마음을 먹던 나를 버리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바라보며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려면 어떤 시간이 가장 많이 필요할지 고민을 했다. 아무렴 기독교 신앙인인 나에게는 Meditation이 최고의 시간이다. 지금 이렇게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는 글을 쓰고, 성경과 좋은 책들을 읽으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그리고 더 좋은 사람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기도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지낸 지 이제 갓 한 달이 되어가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내 마음 안에 상처들과 아픔들은 조금씩 씻겨나가고 사랑할 힘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오히려 '세상에 안될게 뭐가 있어?'라는 무모함 또한 가지게 된다.  


매일같이 마음을 확인한다. 내 마음의 행복은 언제인지, 그 시간이 과연 고독의 시간과 맞물리는지 말이다. 대충 나의 외로움을 헛것들로 채우고 싶지 않아 운동도 하고,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끊고, 교회도 다시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마음들을 지속할 힘을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겉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에게는 올해 가장 큰 변화이기도 하다. 평소에 불편하거나 귀찮게 느끼던 것들을 스스로 자처해서 직접 해보고 경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직접 해보니 이 시간들은 지난 아픈 몸과 마음에서 해방시켜주고 있으며 충만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예수님의 모든 위대한 제자들처럼 테레사 수녀가 새삼 확언해 준 진리가 있다. 사역은 주님과의 직접적이고 친밀한 만남으로부터 비롯되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래서 요한일서의 첫마디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울림을 준다.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괗나 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자세히 보고 우리의 손으로 만진 바라"(요일 1:1) 이렇듯 고독은 정화와 변화의 자리고, 처절한 씨름과 위대한 만남의 자리이다. 고독은 단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다. 고독의 자리에서 그리스도는 우리를 자신의 형상대로 다시 빚으시고, 세상의 해로운 강박증으로부터 해방시킨다.  - 헨리 나우웬 '마음의 길' 43p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신학자를 뽑으라면 헨리 나우웬이 1등일 것이라 생각한다. 말 그대로 상처 입은 치유자가 무엇인지 알게 해 주었고, 정말 사람의 마음을 어루어 주는 수많은 책들을 썼으니 말이다. 위의 글처럼 고독의 자리에 서있다 보면 정말 내가 강박처럼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해방되게 된다. 아마 고독은 그리스도인의 가장 중요한 자세이며 태도이다. 나는 그것을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으로서 끊임없이 채우려고 했다. 스스로 무언가 되어보이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이 인생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에 오랜 시간 갈구하며 살았던 것 같다. 이제 이런 내 모습을 내려놓으려 한다. 어떤 상황에 있던 무엇이 되던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와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 참 신앙인의 태도인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독은 스스로 의롭게 여기던 사람을 온유하고 배려 깊고 용서하는 사람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깊은 죄성을 뼈저리게 절감하고, 하나님의 더 큰 자비를 철저히 깨달아 안다."-헨리 나우웬 '마음의 길' p50


내가 수많은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애쓰던 지난날들에 대해서 후회하지는 않는다. 성장통 중 하나였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 나의 이런 모습은 추후에 죄성으로서 또 나올지도 모르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Meditation의 자리로 돌아가서 나를 보리라.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하여. 그리고 그 힘으로 세상을 사랑해야지.  


작가의 이전글 82년생 김지영 두 번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