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해외 출장
몇 년 만에 가는 인천 공항인가,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서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다. 간절히 바라 왔던 시기가 나에게 왔다. 워낙 해외로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이젠 여행이 아니라 출장으로 해외를 떠난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대학교 1학년 때 토익 점수 500점을 보고 '나는 진짜 영어는 특히 언어는 아닌가 보다.'라고 한숨을 쉬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물론 대학생 때 내 영어실력이 어찌 되었든 포기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영어수업을 듣고, 대학원도 국제 대학원을 입학하며 교환학생도 다녀오고 논문도 영어로 써서 제출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나의 마음은 어땟는가?'라고 묻는다면 나 자신과 마주하며 좌절하던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공부해도 늘지 않는 내 영어실력과 언어 쪽으로 발달되어있지 않던 머리를 원망하며 많이 힘들어했다. 특히 교환학생을 갔던 시기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말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하고 답답했다. 그렇게 전혀 준비도 되지 않은 채로 몸소 모든 걸 부딪히고 다치니 항상 상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영어를 못한다고 국내에서, 해외에서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무시를 받았는지 모른다. 덕분에 영어에 대한 자존감은 바닥 중에 바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금도 부족한 영어 실력을 알기에 영어 과외를 하고 끊임없이 나 자신을 다잡는다. 기회는 완벽하게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시도하는 자에게 오는 것 같다.
나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해외 경험과 해외에 있는 친구들 덕분에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름 아닌 Soul이라는 것을 배웠으니 말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 고귀한 마음 말이다. 작년인 2021년에 아르떼(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Asia Ta Workshop을 참여했었고, 그에 이어 2022년 Asia Teaching Artist Exchange Workshop and Joint project공고를 보고 작년에 워크숍에서 한 팀이었던 싱가포르 언니에게 배짱 있게 연락해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물론 싱가포르가 제1 언어가 영어이기도 하고, 언니는 이미 영국 등 다양한 해외에서 공부해서 영어 실력은 월등하고, 사실 말도 정말 빠른 편이었다. 내가 언니의 말을 반 정도 알아듣나..? 에서 시작했다. 그래도 영혼이 통하는 건 완전 다른 일이다. 모두 알지 않는가. 같은 한국말을 해도 대화가 통화지 않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것. 영혼의 짝꿍이었던 싱가포르 언니는 나이스 하게 오케이를 했고 그렇게 우리는 프로포절을 함께 완성해서 합격까지 하게 되었다. 덕분에 내 영어 실력도 함께 Up 되었다. 어느 순간 언니와 말하는 것들이 너무 편했고, 들리지 않던 문장들이 이해되는 시간이 다가왔다. 역시 언어 공부는 반복이 핵심인가 보다. 열심히 회의를 하다 보니 나를 둘러싼 두려움이 뚝 사라져 버렸다.
뭐 아무튼 지금 프로젝트를 위해 가볍고 즐거운 싱가포르에 가려고 인천공항에 가는 중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시도하려는 무모하게 부딪혔던 지나날의 용기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던 집념 덕분에 지금 이렇게 기회가 나에게 왔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더 멋지게 발전시켜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