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어린이 TA 킥오프 워크숍을 하다
여태껏 다양한 직업을 해보았지만 지금까지 1순위로 마음에 드는 직업군인 TA(Teaching Artist). '나는 이 직업이 왜 좋은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첫 번째,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여서 좋다. 두 번째, 열의 넘치는 각 장르의 예술가들과 함께여서 좋다. 세 번째, 작업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는 하나의 영감처이다. 이 정도로 짧게 간추릴 수 있겠다. 이렇든 저렇든 해외출장을 돌아오자마자 바로 다음날 졸린 눈을 비비며 킥오프 워크숍에 참가하였다. TA들을 총괄하는 PL(프로젝트 리더)들이 직접 준비한 워크숍인 만큼 하나하나 정성스레 모든 과정을 신경 쓴 것이 느껴졌기에 즐길 마음은 완전 충전!!! 2학기를 위한 국어 TF에 관한 설명을 듣고 본격적으로 킥오프 워크숍에 들어가게 되었다.
먼저 첫 번째로 킥오프 워크숍 일주일 전에 '예술가로서 자신을 나타내는 이미지들'을 36명의 어린이 TA들이 각각 자신의 팀 리더들에게 보냈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진들이 전지 여섯 장에 다양하게 붙여있었다.
왼쪽의 사진은 우리 조가 함께 사진을 보고 느낀 것이나 생각나는 단어와 문장들을 포스트잇으로 붙이고 썼다. 누군지 모르지만 사진만을 보고 바로 직관적으로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하나하나 꺼내어보고 이야기하는 과정들에서 왠지 모르게 교육을 받는 학생이 된 입장이라서 더 재밌기도 했다. 오른쪽 사진은 내가 선정했던 사진인데, 케냐에서 사파리를 하던 아침에 찍었던 것이었다. 아 이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야망이 많고, 떠오르는, 이른 아침 부지런한 사람, 긍정적, 낙관적'이라고 써주었는데, 뭔가 잃었던 내 존재에 의미에 대해 다시 되찾는 기분이었다. '나 이런 사람이었지, 스스로가 몰라봐주었지. 앞으로 더 신경 써줘야지.'라고 다시 다독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활동은 각자의 분야별 TA들이 모여서 마스크 오브제를 통한 마인드맵을 진행하고 그것을 자신의 분야의 예술로서 풀어내는 과정이었다. 아무렴 시각예술가들이 모여서 고민을 하니 바라보는 시각이나 방향들이 비슷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지금 현재 예술가 활동을 하는 분들이 같은 조에 많기도 했고, 나와 바라보는 시각이 비슷해서 '주제: 나를 숨겨야 하는 사회'에 대해 정하고 우리는 마음껏 전지에 글을 쓰며 마인드 맵을 진행 했다. 특히 지금의 공교육 중 초등학교 상황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는데, 아직도 학교 안에서는 너무 엄격한 규율과 잣대를 가지고 교육한다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실제 현장에서 모두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렴 아이들이 예전보다는 좋은 활동을 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해도 수업 제식 문화 자체는 여전히 내가 학교를 다녔을 때와 많이 달라지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모든 환경을 쉽게 빨아들인다.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이 경험할 세상은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학교 문화와는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며 꿈을 향해 달려가는 마음을 늘 품고 사는 모습을 학교에서 배우고 오래오래 간직하고 넘어서 행동하고 꿈을 실현하는 과정까지 예술교육을 통해 느꼈으면 좋겠다. 나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드러냄으로써 많은 존중과 인정 그리고 넘어서 사랑을 받는 경험이 쌓일수록 아이들은 더욱이 멋진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니까.
특히 아이들이 적어도 예술로 플러스를 수업을 할 때만큼은 예술 수업을 통한 '나다움'의 발견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특히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자유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모두 동의했다.
덕분에 나 또한 '예술교육의 역할을 무엇인가?'를 매번 나 자신에게도 되뇌는 계기가 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항상 솔루션을 찾던 나에게 다가온 예술교육. '예술은 정답이 없는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모습. 이런 귀하고 소중한 경험들은 아마도 '내 삶에 정답이 없다'라고 느끼며 그 삶을 몸소 보여주는 어른이 되어야 예술교육을 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Teaching Artist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2년 하반기는 예술로 플러스를 진행하며 무수한 질문들을 통해 답을 내리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질문을 발견하는 내가 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질문을 통해 아이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