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끝은 아름다울까?

지난 사랑에 대한 오해

어느 계기가 되어 지난 연애들을 돌아보았다. 매번 상처받은 입장이라고 생각하며, 무지막지하게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했다. 끝이 너무 힘들었기에 그렇게 '모든 연애가 너무 힘들었다.'라고 정의하며 꽁꽁 포장해 뒀다. 

포장지의 리본을 푸르고 다시 돌아보니 그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마치 반짝 거리는 사금 같았다. 뜨겁게 누군가를 나 자신보다 사랑하고 이해하려 노력했던 시간들. 다치고 넘어져도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랐던 바보 같은 모습들. 다시 생각해도 '너무 사랑했구나, 아름다웠구나.'라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에 힘들었던 거지. 물론 미화하기에 어려운 기억들도 있지만 그래도 아픈 기억들은 언제나 누군가의 같은 아픔에 큰 위로가 된다. 

다신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웠던 시간들은 어느새 지나갔고 이제 지난 추억들의 상자를 풀었으니 고이 마음의 바닥에 묻어두려 한다. 너무 잘해왔고, 멋졌고, 망가졌고, 아팠고, 괴로웠고.

희로애락을 느꼈던 있었기에 누군가의 사랑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더 단단하게 삶에 용기를 낼 수 있는 내가 서 있다. 

연애의 끝이 아름다울지는 모르겠다. 그게 결혼인지도 미지수이고, 사실 결혼을 해도 알 수 없는 게 사랑 아닌가? 그래도 다시 믿어본다. 잘 해낼 거고, 잘해왔고, 잘할 거라고. 흔들려도 괜찮고, 무너져도 괜찮다고, 그러니 더 사랑해 보라고 나를 밀어붙여야지. 괜찮아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면 되고 또 사랑하면 되고. 

더 이상 과거의 두려움에 매여있지 말자. 그냥 사랑하고 많이 웃고 행복해하자. 그 과정 중에 아픔이 있다면 그 아픔들을 잘 해석하며 어루어 만져주자. 그러다 보면 앞으로 사랑할 날들이 더 많아질 거야. 

나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제발'이라는 단어를 쓸 줄

아는 사람을 사랑할 것이다.

너를 만나기 전의 사랑은

간섭하지 않겠다는 관용보다

그 과거에도 질투의 눈빛을

반짝이는 사람을 사랑할 것이고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는 냉정의 논리보다

너는 내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를 사랑할 것이다.

사랑은 변할 수도 있다는 말보다

사랑이 변하면 죽어버릴 것이라는

그의 열정을 사랑할 것이고

하루의 정해진 규칙 속에

사랑도 묶어버리는 질서보다

사랑으로 인해 하루를 망가뜨릴 수 있는

자유로움을 사랑할 것이다.

사랑으로 다치지 않기 위해

슬그머니 붕대를 미리 챙기는 사람보다

상처가 나서 죽더라도

사랑을 움켜잡는 용기 가진

그를 사랑할 것이며

밀고 당김의 계산보다

가슴이 탄식하는 대로

제발, 제발이라 신음하는 사람을

죽을 때까지 사랑할 것이다.

윤용인 <어른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