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9일 일기
1. 보다시피 모든 사소한 행위 뒤엔 아무리 하찮을지라도 무한한 진실이 실려있네, 다시 말하면 끝없는 반향과 결과를 내포하는 거지. 파도를 치게 하려면 오줌을 싸면 되는 식이야. 대서양 위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태평양에 허리케인이 생긴다고 하지 않나. 그러니 때론 자유롭게 바보짓을 해도 괜찮네. 무작위의 웃기는 짓 말일세. 그 바보스럽고 무작위적인 웃기는 짓이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법이야.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면 (The Beating Of The Butterfly's Wings, 2000)>영화 중에서
2. 오드리 토투의 눈빛 연기와 사랑스러운 특유의 색감이 잘 묻어나 있다. 달달하고 어이없게 코믹하나 프랑스 영화답지 않게 담담한 느낌이 담겨있으며 심지어 장면들은 정신이 정말 없다. 이런 역설적인 부분들이 내 마음들을 잔뜩 흔들어 놓은 듯하다. 그래서 글로 담아 놓지 않으면 잃어버릴 것만 같았던 영화. 더 깊숙이,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볼 사색의 기회를 준다.
3. 꽤나 꾸준하게 하는 바보 취미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에게 많은 장면들이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내 작고 쉴 틈 없는 날갯짓을 세상은 몰라도 저 멀리 보이는 맑은 하늘은 알고 있겠지.' 라고 계속해서 주문 외우듯 살아온 지난 삶이 스쳐지나 간다. 나의 고약한 불완전함 속에 피어난 쓸모없다고 이름 지어진 것들이 내 등을 토닥여줄 것만 같았다.
4. 1분 1초를 헛되이 보내고 싶다는 말을 했던 때가 2년이 되었다. 여전히 그대로 헛되이 잘 살고 있음에 참 다행이다. 그 시간들이 쌓여서 더 넓은 날개를 펼치게 해주었으며 내 삶의 질서를 계속해서 흔들어 주고 있다.
5. 기왕 이렇게 된 김에 허리케인을 기대하며, 바보처럼, 헛되이, 무작위로 웃기는 짓을 더 많이 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