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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Apr 16. 2021

버티며 사는 삶

2021년 달력을 매만지며


완연한 봄이 되었다. 답답한 규칙 속에 침묵으로 버티기 위해 침묵으로 버텨낸지도 8개월. 잔잔하게 구석에 있는 좋은 에너지를 가슴으로 받아 삶을 버텨내려 했지만 생각보다  되지 않는다.  이상의 순수한 마음들은 존재하지 않은 , ' 좋은 4 어떻게 하면 나는 여기서  버틸  있느냐' 대한 시험을 해본다.


물론 알고 있다. 얼마나 덧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한심한지. 이 젊음을 여기에 보태고 있는 시간이 허무하게 뿌리 내어 나를 얼마나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지도 말이다.


그깟 1년을 버틴다고 자신과 약속한 게 뭐라고

이를 꽉 깨물고 이 자리를 버틴다.


너무 긴장해 숨도 잘 쉬어지지 않고

어깨에 돌을 얹은 것 같아도 버틴다.


모니터 속으로 쏙 숨은 채

휴가날짜를 바라보며 버틴다.


하루에도 스무 번쯤은 달력을 보며 디데이를 세어본다. 세 자리 숫자가 이제 두 자리가 되었고, 내 뇌에서는 나갈 수 있다고 나갈 거라고 매일같이 주문을 외운다. 그렇다. 거의 매일 한 시간 정도는 달력을 바라본다. 연두색 형광팬으로 줄 그어놓은 휴가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달력을 몇 번이고 쓰다듬어보며 '나, 잘 살아가고 있는 거 맞겠지?'라고 질문을 한번 던진 채 또 버틴다.


나는 계속해서 버티고 있다. 나약한 사람이 아니라고 증명해 보이고 싶은 어리석은 우쭐함인가. 일 년을 꽉 채우고 단단해질 미래의 기대에 대한 미련함인가. 그게 무엇인지 몰라도 무언가를 해내고자 버티는 의지는 나다운 모습 중에 하나이다. 무언지 몰라도 그것을 믿고 나는 계속해서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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