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달력을 매만지며
완연한 봄이 되었다. 답답한 규칙 속에 침묵으로 버티기 위해 침묵으로 버텨낸지도 8개월. 잔잔하게 구석에 있는 좋은 에너지를 가슴으로 받아 삶을 버텨내려 했지만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다. 더 이상의 순수한 마음들은 존재하지 않은 채, '이 좋은 4월 어떻게 하면 나는 여기서 잘 버틸 수 있느냐'에 대한 시험을 해본다.
물론 알고 있다. 얼마나 덧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한심한지. 이 젊음을 여기에 보태고 있는 시간이 허무하게 뿌리 내어 나를 얼마나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지도 말이다.
그깟 1년을 버틴다고 자신과 약속한 게 뭐라고
이를 꽉 깨물고 이 자리를 버틴다.
너무 긴장해 숨도 잘 쉬어지지 않고
어깨에 돌을 얹은 것 같아도 버틴다.
모니터 속으로 쏙 숨은 채
휴가날짜를 바라보며 버틴다.
하루에도 스무 번쯤은 달력을 보며 디데이를 세어본다. 세 자리 숫자가 이제 두 자리가 되었고, 내 뇌에서는 나갈 수 있다고 나갈 거라고 매일같이 주문을 외운다. 그렇다. 거의 매일 한 시간 정도는 달력을 바라본다. 연두색 형광팬으로 줄 그어놓은 휴가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달력을 몇 번이고 쓰다듬어보며 '나, 잘 살아가고 있는 거 맞겠지?'라고 질문을 한번 던진 채 또 버틴다.
나는 계속해서 버티고 있다. 나약한 사람이 아니라고 증명해 보이고 싶은 어리석은 우쭐함인가. 일 년을 꽉 채우고 단단해질 미래의 기대에 대한 미련함인가. 그게 무엇인지 몰라도 무언가를 해내고자 버티는 의지는 나다운 모습 중에 하나이다. 무언지 몰라도 그것을 믿고 나는 계속해서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