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D-89일을 남겨두고

나의 위로, i에게

by 설주


일은 당장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늘 굴뚝같지만 나름 나의 이유를 대고 시간을 채우며 남아있다. 그 이유가 남들에겐 보잘것없을지라도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조직생활 1년 견디기 프로젝트이다. 사실 그 이유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뒀을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요즘은 이 상황에 쉽지 않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한다. 머리가 너무 아픈데도 일은 폭풍처럼 몰아치고 그 일을 끝내려면 눈치가 보이니 반차를 쓰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일을 하는 동안 나에게 돌아오는 끝없는 비난의 소리들과 무언의 행동들. 특히나 "도대체 너는 여기서 뭘 하는 거냐"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몇 번이고 나를 죽이는 기분이 든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끊임없이 주는 압박과 통제에 무력감을 느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손끝을 떨며 HB 연필을 붙잡고 일기를 쓴다. '이런 나를 나 자신이 따뜻하게 안아줄 필요가 있다'라는 글을 한 마디 쓰고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끊임없이 질책당해도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다독였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견디기 힘이 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날.


마침 대학 동기 i가 연락이 왔고 나는 때 마침 i에게 내 사정을 쏟아낸다.


그런 i가 내게 건넨 말,


'너의 꿈이 내 에너지야 항상 고맙고 사랑해, 지금 이 순간도 버티고 있는 너의 모습이 누군가에겐 영감이야. 너와 이야기하면 언제나 가슴이 복 받이는 거 알아?'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내가 맞닿아 있는 현실이 완전히 분리된 허구처럼 느껴진다.


정말이지 위로다. 위로고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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