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을 잃었을 땐
나는 무엇이며, 왜 여기 있나 몇 번이고 골똘하게 생각하는 요즘이다. 직장인의 고비가 3,6,9 란다. 3개월 차가 나에게 찾아와 조금씩 고비가 오기 시작한다. 아무렴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던 나로서 코로나로 인해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공문을 상신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 저녁에는 기분을 조금이라도 전환하기 위해 지난 여행사진을 살펴봤다. 여기저기서 그 장소의 내음이 나를 기다려주는 것 같다. 구글에서 지도를 찾아보며 여행 갔던 나라들을 조곤조곤 입으로 읊으며 랜선 여행을 다시 떠나본다.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인도, 영국, 프랑스, 독일, 체코,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그리스, 크로아티아,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케냐, 미국...
그중 가장 마음에 새겨진 7번 발걸음. 2013년마다 매년 인도를 가던 발걸음을 멈추니 여간 허전한 게 아니다. 검정치마의 ' International Love song'을 들으며 짜이 한 컵 부여잡고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별을 가만히 바라고 싶은 하루다.
I wanna be with you
oh I wanna be with you
through the rain and snow I wanna be with you
oh I wanna be with you
and I really really wanna be with you
I'm so very lonely without you
I can hardly breathe when you are away
without you I might sleep away all day
so you can come and see me in my dreams
you can come and see me in my dreams
oh my eyelids are heavy but my heart's filled with bright lights
sleep all day to see you
you'll be in my arms tonight
배낭 하나 들고 떠나지 못하니 무엇에 열정을 쏟아야 할지 갈길을 잃은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장소에서 기대감과 설렘을 찾아야 할까 계속해서 고민한다. 물론 인생이 고민처럼 풀리지 않으니 지금 해야 할 것들을 묵묵하게 해 나가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만...
반짝거리던 눈망울, 날아갈 것 같은 발걸음, 큰 소리로 심장이 뛰어대던 설렘을 다시 되찾길 기다린다. 곧 다가올 30대의 시작은 낭만이 가득하길 기도하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