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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Aug 26. 2022

8090 미디어 - 음악

Toto - Africa


내가 이 ‘리스타트: 51’이라는 책을 쓰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은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지, 아니면 넣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내 블로그에 올릴 말이라면 좀 더 다양한 주제를 담을 수가 있지만, 책이라는 매체는 지면의 한계라는 것이 존재하고, 또 그렇게 내 기억에 남아있는 모든 것들을 쏟아붓기 위해 글을 쓰려고 내 인생의 전반부에서 있었던 일들을 추억하다보면, 정작 넣어야 할 주제로부터 동떨어진 내용들만 내 머릿속을 채우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내가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사실 그런 이유가 더 컸다. 어떤 지면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온라인 상의 자유로운 플랫폼을 통해서, 내가 ‘리스타트: 51’ 책에 담지 못했던 내용들을 적을만한 장소를 정해서 내 생각들을 표현하는 곳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노래들 중, 얼마 전 내 머릿속에 떠오른 한 곡에 얽힌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토토'라는 그룹의 '아프리카'라는 노래를 처음으로 듣게 된 때는 1982년이었다. 당시엔 이 노래가 최신곡이라고 여겨졌었고, 1982년도에 CD가 상용화가 되긴 했지만 일반인들한테 알려지기엔 아직 일렀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특정 가수의 노래를 구입한다고 하면, 대개 그 가수의 앨범 전체가 들어있는 LP판이라고 부르는 레코드 판을 사든지, 아니면 카세트테이프를 구매하는 식이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8-트랙 플레이어라는 게 있긴 했는데, 가정용보다는 영업용으로 더 많이 사용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친하게 지내던 학교 친구들이 있었다. 항상 한 교회에 단체로 출석하는 멤버들이었는데, 학교가 끝나든, 주말이든, 삼삼오오 만나서 여기저기 쏘다니든지, 아니면 일요일 같은 경우엔 단체로 예배를 드린 후, 함께 점심을 먹고, 탁구장에 가든가, 아니면 오락실에서 몇 시간씩 죽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이 주말도 아니었는데, 학교를 마치자마자 항상 그랬듯 우리 모두는 함께 모여서 학교 근처에서 떠들며 놀다가 그중, 어느 한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그래서 함께 저녁을 먹고, 그 집 부모님과 그 친구의 다른 가족들에게도 인사하고, 그 녀석의 좁은 방에 열 명이 넘는 우리 모두가 앉았다. 한 가지 특이했던 건, 그 친구가 우리 모두가 발을 씻고 나서야 자기 방에 들어올수 있다는 엄포 아닌 엄포를 놓았던 일이다. 우리가 서로의 집을 여러번 방문했었지만, 그런 가풍은 처음이라 좀 얼떨떨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것을... 


저녁 아홉 시를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사람만 모여도 수다 떨 일들이 많은데, 열 명이 넘는 우리 모두가 한 방에 둘어앉았으니, 할 얘기가 오죽 많았을까? 그때만 해도 요즘처럼 분위기 있고, 화려한 실내조명으로 집을 장식하는 가정이 그리 많지 않았던지라, 그 방 주인이었던 그 녀석의 방 역시, 방 천정 한 가운데에 형광등하나만 덩그러니 달아놓았는데, 그날 따라 녀석은 분위기를 잡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 형광등을 끄고, 책상 위에 스탠드 하나만을 켜 놓았다. 그러더니, 얼마전에 새로산 앨범이라면서, LP판 하나를 찾아서 턴테이블에 놓고 턴테이블 바늘을 그 노래가 시작하는 부분에 맞췄다. 이윽고 흐르기 시작한 노래가 그룹 'Toto'의 'Africa'라는 곡이었다. 


그래서, 그 단촐한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그 좁은 방의 사방 벽들을 우리 등 뒤로 하고, 우리 모두는 방 한 가운데로 서로의 발을 모은 상태에서 우리들의 꿈 이야기를 했었다. 누구는 크면 뭐가 될거라 하고, 또 누구는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다는 말들... 어찌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아니,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성장기로 접어든 우리 모두는 그렇게 우리들의 꿈을 말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그때 만나서 이 곡을 함께 듣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때는 정말 우리 모두가 그렇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그 중 어느 한 명과도 연락이 닿는 사람이 없다는 것 또한 세월의 한 부분이겠거니... 하며 나는 이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아직도 그날밤의 그 추억이 함께 떠오르곤 한다. 말 그대로 청운의 꿈을 말하던 그날 밤 우리 모두가 나누었던 추억의 조각조각들... 아마 그 녀석들도 지금 어디선가 불현듯, 이 노래를 들을때면 본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추억거리 중에서 그날 밤과 연관된 그 특별했던 그날밤의 기억 한 조각을 떠올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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