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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Sep 13. 2022

리스타트 51 - (32)

통학열차


내가 생각한 첫 번째 근본적인 실패 이유는, 내가 왜 법과대학원에 가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목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A Few Good Men>이라는 영화를 본 잔상이 잔상 그대로 내게 남아 있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잔상만을 의지해서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그 터무니없는 이유로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꾼 결과를 그렇게 맞이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그런 모호한 의도로 법과대학원을 가려고 했던 이유가, 결국은 내가 상류층 삶을 사는 명망 높은 변호사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의뢰인들을 상대하며 사는 환상에만 사로잡힌 나머지, 왜 법과대학원에 가려고 하는지에 대한 심사숙고도 하지 않았던 결과였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그런 난해하고도 세속적인 목표만 가지고 법과대학원에 가려고 했던 것이, 내가 법과대학원 1학년 과정을 실패한 첫 번째 근본적인 이유라고 결론 내렸다.    


내가 생각한 두 번째 근본적인 실패 이유는, 내가 법과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 법조계에서 일해본 경력이 전무(全無)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솔직히 변호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잘 몰랐고, 그런 직업을 내 평생 동안 유지할 정도로 내 적성과 잘 맞는지도 알아보지 않았다. 그 대신, 나는 LSAT성적을 올리는 것에만 치중했고, 따라서 법과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법조계에서 일을 해본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법과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법조계에서 쌓은 경력이 전무하다는 것을, 내가 법과대학원 1학년 과정을 실패한 두 번째 근본적인 이유라고 결론 내렸다.   


내가 생각한 세 번째 근본적인 실패 이유를 생각해 봤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이유는, 내가 마지막 시험을 치를 때마다 경험했던 블랙아웃이다. 처음에 나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 현상인 이 블랙아웃을 내가 경험하게 된 이유가, 내가 법과대학원 1학년 교과과정에서 겪는 압박과 부모님의 기대를 지나치게 인식한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가 좀 더 이 블랙아웃을 경험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나 스스로 심도 있게 분석을 해본 결과, 나는 내가 대학교 시절 경험했던 내 인생의 첫 번째 돌파구를 만들어내기 이전의 내 삶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나는 1학년 교과 과정을 실패할 것에 대한 두려움에 쌓인 나머지, 다른 1학년 학생들과의 사이에 높은 장벽을 나 스스로 만들고, 내가 공부하는 방식만이 1학년 교과과정을 패스할 ‘유일’하고 ‘맞는’ 방법이라고 잘못 판단하고 내 공부 방식만을 1년 내내 고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세 번째 근본적인 실패 이유를 뒷받침할 만한 예를 찾을 수 있었다. 


오판


그 첫 번째 예로, 나는 내 1학년 과정이 시작된 후 여러 교수님들 중 한 분께서, 학생 본인의 과목 요약서 및 판례요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시중에 나와있는 출판사가 발행한 과목 요약서보다 더 낫다고 말씀한 걸 기억했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따라서 1학년 과정 내내, 내가 앞에 언급한 방식대로 공부를 했다. 하지만 그런 지혜롭지 못한 나의 노력은 결국 나의 탈진상태로 이어졌다. 


그러나 내가 일주일 내내 밤낮으로 공부해서 완전히 탈진상태에 빠질 때, 내 클래스메이트들 중 일부는 출판사가 발행한 특정 과목 요약서를 나보다 더 자주 활용했고, 그래서 그들은 주말에 극장에 간다든지, 술집에 간다든지, 아니면 다른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말을 즐겼다. 다시 말해서 나는 열심히 공부하는 데만 몰두했고, 내 몇몇 클래스메이트들처럼 지혜롭게 공부하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그 두 번째 예로, 나는 1학년 과정을 시작할 때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중요한 여러 기회들을 놓친 점이다. 예를 들자면, 내가 다니던 법과대학원에서는 내가 1학년 과정을 시작한 첫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서 상급생들이 결성한 여러 개의 동아리들을 소개하는 <동아리의 날> 행사를 열었고, 그 목적은 1학년 학생들로 하여금 본인이 관심 있는 동아리에 가입하게 하는 것이었다. 


한 때, KSA의 회장이었던 나는 이런 동아리들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9월의 어느 더운 날, 여러 동아리들이 각자의 테이블을 차려놓은 곳을 방문했지만, 결국 시간이 없어서 그런 동아리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어느 동아리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물론 내가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맞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그때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때 당시의 내 삶을 돌아보면, 내가 만약 그 여러 동아리들 중 한 곳에만 가입했더라도, 나는 법과대학원 1학년생으로 느끼는 여러 가지 압박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를 했을 것이고, 그들 모두가 나와 동일한 과정을 이미 겪은 상급생들이었던 터라, 시험 볼 때 느끼는 긴장감은 어떻게 해소하는 지에 대한 아주 중요한 조언을 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불행히도, 내 자신감을 유지해서 마지막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도 있었던 그 당시 내 인생의 몇 안 되는 기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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