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 다니엘 Sep 14. 2022

리스타트 51 - (33)

통학열차


나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세 번째 예는, 아직까지도 내가 가장 많이 후회하고 있는 점이다. 내가 1년 과정 과목을 공부하는 도중의 어느 날이었다. 그날의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클래스메이트들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녀의 집에서 미식축구 슈퍼볼 게임을 단체로 시청하자면서 그 클래스 전체를 초대했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 준비를 위해, 귀중한 시간과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여서 그런 행사를 기획했을 거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대학시절에  KSA회장으로서 일하면서 그런 행사를 기획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나는, 그녀의 초대에 응해서 다른 클래스메이트들과 함께 그 슈퍼볼 경기를 그녀의 집에서 시청했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 가지 않기로 결정을 했고,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내게는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수업이 끝난 후 내가 그녀의 초대에 참석하겠다고 의사를 밝히면 그만이었던 상황이었는데, 나는 오히려 그 교실을 뒤도 안 돌아보고 나온 후 집으로 향했다. 앵무새처럼 난 시간이 없어서… 라는 말을 혼자서 속으로 되뇌면서 말이다. 


지금도 내 인생에서 그 순간을 떠올리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내가 그녀의 초대에 가지 않겠다고 결정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통학열차에 몸을 실고 집으로 향하고 있을 때 느꼈던 감정과, 1990년의 늦가을 어느 일요일 오후에 버스를 운전하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너무나도 흡사했다는 점이다.   


'내가 아까 그 클래스메이트들 모두에게 슈퍼볼을 같이 시청하자고 한 그녀의 초대를 거절한 행동은 잘한 것이지? 그런 거지? 그런데 난 왜 이렇게 거북한 감정이 드는 걸까?'


나는 이 책을 쓰면서도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나 자신에게 반복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내가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그랬다. 나는 그때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그 법과대학원 1학년 과정 내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공부를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내 클래스메이트들 및 상급생들과 좀 더 자주 어울렸어야 했다. 


물론 나는 내가 앞에 언급한 상황과 비슷한 상황들을 1학년 과정동안 마주할 기회가 여러 번 더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런 만남의 기회들을 의도적으로 피하곤 했다. 그 이유는, 나는 내가 그들과 그렇게 어울리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나 자신에게 솔직히 말한다면, 나는 나의 지혜롭지 못한 아집 때문에 내 클래스메이트들의 의견이나 정보가 내 것보다 좋을 수도 있다는 점을 묵살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던 내 편협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파운더스 신드롬’ 또는 ‘대표병’에 걸렸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가 이 대표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몇의 일부 창업자들은 본인이 창업했을 때인 스타트업 회사 초기의 회사 운영방식을, 그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한 단계에 가서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잘못된 판단을 한다고 한다. 


맞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대표병이, 내가 법과대학원 1학년 과정을 겪으면서 편향된 시각으로 대인관계를 유지했던 결정적인 이유였던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내가 대학시절 KSA에서 두 개의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내 방식대로 사는 것만이 인생에서 유일하게 맞는 방법이라고 결정한 후, 그 법과대학원 1학년 과정을 마칠때까지 그런 내 삶의 방식을 유지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지금 그때의 내 인생을 뒤돌아보면, 이 세 번째 예가 바로 내가 법과대학원 1학년 교과과정을 패스하지 못한 결정적인 근본 원인이었라고 생각한다.   



이전 11화 리스타트 51 - (3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