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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Oct 30. 2022

리스타트 51 - (69)

1월에 찾아온 봄


바로 이 느낌이야


그리고 2018년 2월 초의 몹시 추웠던 어느 날 오후, 나는 하버드의 스미스 캠퍼스 센터를 방문해서 오매불망 그리던 하버드 학생증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하버드 학생증을 내 손에 받아 들고 내려다보면서 나는 2016년 가을 매주 한 번씩, 저녁에 있는 <비즈니스 작문> 수업에 가기 전에 하버드의 와이드너 도서관 앞에 서서 커피를 마시면서, '언젠가는 반드시 하버드 학생이 될 거야…' 라며 나 자신에게 항상 약속하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만 하더라도 하버드 학생증은 내가 반드시 가져야 할  물건이었지만, 막상 그 학생증을 손에 들고 보니 그때부터는 반드시 나와 함께 하버드에서의 여정을 같이 해야 할 물건으로 변모했다. 


그래서 그 학생증을 다시 내려다보니, 그 학생증의 사진이 있어야 할 곳에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파릇파릇한 학생의 얼굴이 아니라, 웬 중년 남자의 얼굴이 날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 학생증을 내 손에 들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내 인생의 두 번째 돌파구의 문을 내 힘으로 열어젖혔다는 것을 충분히 느꼈으니 말이다. 


그랬다. 나는 그 하버드 학생증을 손에 넣은 순간부터, 내가 하버드와 함께 걸어가야 할 여정은 시작된 셈이라고 느꼈다. 나는 또한, 내 여정의 중간중간마다 엄청난 양의 독서량과, 작문 숙제들과, 기말시험, 그리고 넘고, 또 넘어야 할 여러 가지 장애물들이 날 기다리고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상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적어도, 그 하버드 학생증을 처음으로 내 손에 들게 된 그날 그 순간만큼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나 홀로 오롯이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잠시 동안, 나만의 설레임과 행복감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이런 감정… 아주 오래전에 한 번 느껴본 것 같은데…' 


그리고 나는 바로 그때, 내가 어릴 때 미국에 이민 온 후 처음으로 학교 체육시간에 내가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던 그 시절, 나만이 느꼈던 설레임과 행복감의 추억들과 함께… 


초가을의 햇살 좋았던 어느 날, 실내체육관 안에서 빨간 색과, 파란 색의 체육조끼를 걸쳐 입은 우리들은 남녀 혼성 피구팀을 조성한 후, 그 체육시간 내내 공을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또 서로에게 던진 공을 받다가 넘어지면서도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때가 한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밝았던 실내조명들 아래에서 서로 부딪히고 땀 내음을 맡으며, 우리들의 웃음소리, 고함소리, 그리고 우리들이 신고 있던 운동화들이 체육관 바닥에 부딪히면서 내는 삑삑 소리와 함께, 우리들만의 새로운 삶의 한 페이지를 그렇게 적어내려갔다. 그 체육시간 내내 체육관의 스피커를 통해 들었던 우리들만의 응원가… 아이린 카라의 <What a Feeling>이라는 노래와 더불어…


'What a Feeling… 그래, 바로 이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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