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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Oct 29. 2022

리스타트 51 - (68)

1월에 찾아온 봄


1월에 찾아온 봄


2018년 1월 말의 어느 날, 나는 우편함을 체크하다가 커다랗고 두툼한 서류봉투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발신인을 보니 HES에서 온 것이었다. 


'이게 뭐지? 혹시 내가 생각하던 그게 맞을까?' 


내가 그 서류봉투를 집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열어보니, 처음으로 눈에 띈 것은 금색 하버드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있는 자주색 폴더였고, 그 안을 열어보니 ALMM 과정의 입학을 축하한다는 편지와 함께 관련 서류들이 여러 장 들어있었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되어있는 요즘 세상에 서면으로 된 HES 합격통지서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나는 마치 아날로그 문명으로 되어있던 과거로 잠시 되돌아간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나는 그 합격통지서를 읽으며, 매일같이 해가 뜨기 전인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코어 프로그램의 온라인 강의를 듣던 때를 떠올렸고, 그 프로그램의 자격증을 우편으로 받아보던 날의 감정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윽고, 내가 마주하게 될 미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과연 HES에서 공부를 잘 해낼 수 있을까?' 


'HES에서 어떤 과목들을 수강해야, 내가 졸업한 후에 내 커리어를 정하는데 가장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나의 생각들은 마치 내가 하버드 학부에 갓 합격한 신입생이나 할 법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HES에서 내가 받은 서면으로 된 그 합격통지서가 마치 나를 잠시 과거로 여행하게 해서, 내가 만약 고등학생 때 하버드 칼리지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다면 이런 느낌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HES의 그 합격통지서는 나로 하여금, 내 인생의 전반부에서 내가 경험해야 했던 여러 번의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도 함께 떠올리게 했다. 


'내가 2008년 처음으로 HES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HES의 입학 지원 과정을 밟아 나갔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내가 2006년 여름에 온라인 MBA 과정을 포기한 때나, 2008년에 HES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이 ALMM 과정에 대한 정보를 처음으로 접해 보았던 때가 아닌 2018년 1월 말에야 이 합격통지서를 받게 된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나는, 그날 내가 받은 HES의 합격통지서를 나만의 아주 작은 성공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나는, 2018년의 봄은 나에게만 그 해 1월에 일찍 찾아왔다고 자축하면서 그 이른 봄의 따스함이 주는 행복감을 그날 나에게만 넌지시 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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