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만들기 (5)

라떼는 말이야... (5)

by 김 다니엘


그런데 그걸 나처럼 악기의 원음만 녹음할 수 있고, 내가 위에 언급한 편곡 기능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31년 전의 sequencer, sound module, 그리고 키보드를 사용해서 녹음하려면 (그리고 그걸 원곡과 가장 가깝게 표현하려고 한다면) 우선 말 그대로 원곡 전체를 머리속에서 항상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녹음을 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실수한 마디의 첫 부분으로 돌아가서 다시 녹음을 거듭하는… ㅠ.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시간 효율성도 떨어지고, 또 편곡하려고 하는 사람을 무척이나 지치게 만드는… 정말 무식한 녹음 및 편곡 방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난 그렇게 무식한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 당시의 나로서는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드럼 사운드를 sequencer를 통해 녹음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원곡의 멜로디, 베이스, 드럼 사운드를 모두 따로 녹음해서 저장했으니, 이젠 소위 말하는 ‘양념’ 부분을 녹음할 차례였다. 여기서 내가 ‘양념’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은, 우리가 노래를 듣다 보면 한 구절이 끝나고 그 다음 구절로 넘어가기 전에, 신디사이저, 기타, 또는 드럼 사운드 등을 사용해서, 어떤 곡의 마디와 마디, 또는 구절과 구절을 연결하는 부분에 좀 밋밋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을 경우, 그 부분을 채워주는 걸 말한다. 내가 알기로, 작곡가들은 흔히 filler 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양념’ 부분을 어떤 악기로 어떻게 표현을 하는가에 따라서 그 곡의 분위기가 변한다. 나의 경우, 모든 ‘양념’ 부분을 원곡에 가깝게 재현하려고 애를 썼고, 다행이 원곡이 그렇게 많은 악기로 구성된 게 아니어서, 이 부분은 그만하면 무난하게 넘어갔다. 물론 다른 악기 녹음할 때와 마찬가지로 날밤 새우기를 밥 먹듯 하는 과정은 피해갈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신해철 씨 음악의 특징 중 하나가 사람 목소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어떨 때는 그걸 신디사이저 같은 악기로 표현하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코러스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 목소리 한 개가 들어있는 녹음 파일을 여러 개의 멀티-트랙에 복사한 후, 그 숫자를 늘인다. 그러면 그 부분이 상당히 풍성한 보이스 느낌을 준다. 그러나 나에겐 그런 보이스 이펙트를 가능하게 할 기계도 없었고 또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결국 그 코러스가 들어가는 부분은 신디사이저 음향 효과를 sound module 에서 선택한 후, 양 손으로 코드를 짚는 것으로 해결했다. ‘


그래서 결국 1992년 봄에 대학교 강당에서 치러진 ‘한국의 밤’에서 나는 그 편곡된 곡을 연주하며 퍼포먼스를 마쳤고, 그 후로 31년이라는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키보드를 통해서 뭘 연주한다는 것 자체를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드디어… 2023년 새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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