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시작은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나만의 가족을 만든지 7년째이다. 결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지 않았다. 일평생 자식들에게 가혹하리만치 무뚝뚝하고 강압적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남자에 대한 기대감이 없이 자랐고, 입만 열면 시집살이 신세타령이 늘어지던 엄마를 보고자라 있지도 않은 시댁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나는 평생 홀가분하게 혼자 살겠다 생각했었다.
결혼을 생각하게 된 건 서른 즈음이었다. 주위에 연애가 길었던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기 시작하고 너무나도 귀여운 자식을 낳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 그 삶이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은 살면서 뭔가를 해야 하는 때가 온다고 했는데 그때가 결혼의 때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모두가 말리는 대학원에 들어가 뜬금없는 공부를 하고 있을 때라 나의 불확실한 미래가 더 그런 생각을 부추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연애와 결혼을 위해 많은 소개팅을 했다. 나는 여고를 나왔고, 대학도 여자가 대부분인 전공이었으며 하는 일도 여자만 거의 하는 일이었기에 남자사람친구 같은 건 남 얘기였다. 언제나 여성군단들과 함께였다. 다행히 그 여성군단들의 도움으로 무수한 소개팅의 기회를 얻긴 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수많은 소개팅에서도 그렇다 할 썸도 연애도 없이 시간이 흘렀다. 남자 만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깨달았다. 어느덧 대학원도 졸업을 앞두게 되었고, 나는 오랜 타향살이에도 지쳐 고향으로 가고 싶었다. 졸업을 하면 고향으로 돌아가 전공을 살려 일을 다시 시작해보기로 결정을 했다.
그렇게 짐 정리와 주변정리를 시작할 무렵 예전 회사 후배의 뜬금없는 연락과 함께 소개팅 제안을 받았다. 가끔 만나면 남자 소개해달라 농담 삼아 이야기를 했었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소개팅이라 생각하고 소개해준 후배에 대한 예의만 차리자는 생각으로 나간 자리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은 어딘가에 다 인연이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나는 남편을 처음 만난 날, 같이 이야기하는 내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지고 돌아오면서 이 남자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생겼었다. 한편으로 나의 자란환경과 모난 성격을 만들어준 가족사를 생각하며 내가 가족을 이루고 편히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 아직 사귀지도 않은, 두 번도 만나지 않은 사이건만 나 혼자 김칫국을 사발로 마시며 그 남자의 다음 연락을 기다렸었다.
기다리던 다음 연락이 왔고, 우리는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에 다시 만났다.
내가 만약 이 남자와 연애와 결혼을 한다면...
남보기에 평범한 삶을 위한 나의 시작은 그렇게 기대와 걱정으로 복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