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의 음악 Jul 13. 2020

전원주택과 지하수와 정화조

반드시 대공을 파야 한다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땅을 보러 다니다 보면 처음에는 어떤 땅이 좋은 땅인지 잘 모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보니 교통이나 전망을 중심으로 살펴볼 때가 많다. 이것도 무척 중요하다. 다만 그런 조건들이 충족되었다면 꼭 체크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지하수다. 


다행히 인근에 상수도관이 들어와 있는 땅이라면 관계가 없다. 상수도가 들어와 있으면 오수관도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땅이라면 지하수 파는 비용과 정화조 묻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양평의 경우 지하수를 파는데 드는 비용은 6∼700만 원 남짓 되고, 정화조를 묻는 비용도 4∼500만 원 정도 된다.  


상하수도가 들어와 있는 땅이라면 연결 공사만 하면 된다. 연결 거리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지만 3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지하수와 정화조는 끊임없이 유지 관리비도 들어간다. 돈도 돈이지만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이 지하수와 정화조다. 그런 것까지 감안 하면 많은 돈과 기회비용을 아낄 수 있는 땅이 상하수도가 들어 와 있는 땅이다.      


지하수 파기     


우리나라의 경우 어디든 땅을 파면 지하수가 나온다. 하지만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 양평에 사는 동안 지하수가 부족해 애를 먹는 집들을 많이 봤다. 지하수라는 것이, 수맥을 정확히 찾아 땅을 파 내려가 관을 묻고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옆집은 지하수가 풍부해도 우리 집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지하수 파는 모습을 보면, 운 좋게 한 번 만에 물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좁은 땅 안에서 여기저기 뚫고 내려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꼼꼼한 사람들 가운데는 땅을 계약할 때 지하수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지하수가 나오지 않으면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단서를 계약서에 넣는 것이다.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반드시 대공을 파야 한다     


지하수를 얼마나 깊이 파고 내려갈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일반적으로 지하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표토층의 지하수와 암반층의 지하수다. 우리나라는 20∼30미터 정도 파고 내려가면 대부분 물이 나온다. 이 물이 일반 지하수다. 암반수는 일반 지하수 아래 있는 암반을 뚫고 내려갔을 때 나오는 지하수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70미터 내지 100미터 이상 뚫고 내려가야 암반수가 나온다. 


소공은 지하 30미터 이내, 대공은 지하 70미터 이상 파 내려 간다. 자기가 먹을 물이라면 반드시 대공을 파야 한다. 


현장에서는 ‘소공을 뚫었다’, 또는 ‘대공을 뚫었다’ 라고 표현하는데, ‘소공을 뚫었다’고 하면 30미터 이내로 뚫고 내려가 표토층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하는 것을 뜻하고 ‘대공을 뚫었다’고 하면 70미터 이상 파고 내려가 암반수를 식수로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하수를 파는데 드는 6∼700만 원이란 비용은 대공 기준이다. 전원주택은 대부분 대공을 판다. 그 이유는 암반수는 1년 내내 수위가 일정하고, 오염 가능성이 낮아 깨끗한 물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팔려고 지은 집의 경우 대공이 아니라 소공을 뚫는 경우가 있다. 대공에 비해 소공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 집들의 경우 표토층의 지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뭄이 들면 물이 부족해질 수 있다. 게다가 표토층의 지하수는 지상의 오염물질이 스며들 위험도 있어 수질도 안심할 수 없다. 대개 지하수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은 소공을 판 경우에 해당한다.      


전반적으로 물이 풍부한 곳이라면 소공만 파고 내려가 표토층의 지하수만 이용해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살 집이라면 반드시 대공을 파야 한다. 기후 변화로 지하수가 감소해 표토층의 지하수는 날이 갈수록 수위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면의 오염원도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고.     


소공인지 대공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만약 전원 주택을 사기 위해 집을 보러 갔는데, 그 집의 지하수가 대공인지 소공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다행히 간단히 알 수 있다. 우선 부동산 중개인이나 집주인에게 물어 보면 된다. 소공을 파놓고 대공이라 하면 거짓말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중개인이나 집주인이 거짓을 말할 가능성은 낮다. 문제는 주인이나 중개인도 소공인지 대공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전원주택 마당에 보면 저렇게 생긴 지하수 박스가 있다. 덮개에 허가 사항을 적어 놨는데, 몇 미터 깊이로 팠는지 적혀 있다. 70미터 이상은 대공이고, 30미터 이하면 소공이다


이때는 마당에 있는 지하수 박스를 살펴보면 된다.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모터는 네모진 콘크리트 박스에 들어 있다. 이 박스는 대개 마당에 있고, 녹색 철판 두껑으로 덮여 있어 금방 눈에 띈다. 그 뚜껑을 살펴보면 몇 가지 사항이 적혀 있다. 그 내용은 허가 사항이기 때문에 임의로 적을 수가 없다. 그 내용 중에 굴착 깊이를 표시 해 놓은 것이 있다. 30미터 이내로 표시되어 있으면 소공이고, 70미터 이상으로 표시되어 있으면 대공이다.      

물맛은 좋지만 유지 관리비도 만만찮다     


지하 암반수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 지하 70미터 내지 100미터 아래에서 올라 온 물이라 맛도 좋다. 다만 유지 관리비도 만만치 않다.      


지하 암반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수중 모터와 물의 공급량을 일정하게 컨트롤하는 인버터를 설치하게 된다. 이 두 가지 핵심 부품은 모두 소모품이다. 일정 기간 사용을 하고 나면 갈아줘야 한다. 수중 모터 교체 비용은 50∼70만 원이고, 인버터 교체 비용도 그 정도 된다. 소모품이다 보니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면 그만큼 빨리 망가진다. 평균적으로 3년에 한 번 꼴로 수중모터와 인버터를 교환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삼중 유리창과 외단열로 추위와 더위를 막아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