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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의 음악 Jul 02. 2020

삼중 유리창과 외단열로
추위와 더위를 막아내다

제주보다 양평 - 좌충우돌 전원 스토리



궁전 같은 집에서 1년 조금 넘게 살고 있는데 집이 팔려 버렸다. 전세살이의 설움을 제대로 받으며 나와 아내는 한 겨울에 이삿짐을 쌌다. 이사하는 날, 얼마나 추웠는지 잠시 바깥에 내놓았던 화초들이 다 얼어 죽었다.


한 겨울에 짐을 싸서 나가야 할 우리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집주인은 가까운 곳에 팔려고 내놓은 집이 또 있다며 그곳에 살라고 했다. 같은 집주인이 지은 집이라 내심 불안했지만 전세였다. 딱히 갈 곳도 없었다. 새 집임에 비해서는 값이 저렴했다. 집이 작고 거실에 난로도 있어 잘하면 춥지 않게 지낼 것 같았다.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집은 추웠다. 해가 지면 난로부터 피웠다. 난로를 피우면 실내 온도가 22도나 23도까지 올라가면서 훈훈해졌다. 거실에 앉아 여유 있게 텔레비전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밤이 깊어지면 2층으로 올라가 잠을 잤다(그 집에는 1층에 방이 없었다).


잠을 자고 아침에 1층으로 내려와 보면 집 안이 냉골이었다. 실내 온도는 늘 한 자리 숫자였다(7∼8도). 명절이 되어 3∼4일 집을 비웠다가 돌아와 보면 실내 온도가 3∼4도였다. 그렇게 살았는데도 그 집은 한 달에 약 300리터의 등유를 소모했다. 당시 등유 1리터가 1,300원에서 오르락내리락했으니 한 달에 거의 40만 원이 든 셈이었다(다행히 지금은 많이 싸졌다). 여기에 장작 값을 보태면 난방비는 더 들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추웠다. 


그 집에 살 때는 추운 것도 고생이었지만 소음도 여간 힘들지 않았다. 시골에 무슨 소음이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시골도 시끄러울 때가 많다. 


시골의 소음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다. 다행히 둘 다 여름철에만 발생한다. 하나는 풀을 베는 예초기 소리이고, 하나는 개구리 소리다. 시골 사람들은 부지런하다. 또 낮에는 덥다 보니 통이 트기 바쁘게 풀을 벤다. 여름이면 5시만 되어도 날이 밝는다. 요란한 예초기 소리는 엄청난 소음이다. 절대 잠을 잘 수 없다. 단열이 잘 된 집은 방음도 잘 되기 때문에 문을 닫으면 쉽게 해결이 되지만 방음이 잘 안 되는 집이라면 무척 괴롭다. 시골 특성상 주변 집들의 밀집도가 낮다 보니 제법 멀리서 풀을 베는 예초기 소리도 바로 옆에서 나는 것처럼 요란하다.


그다음이 개구리 소리다. 근처에 논이 있으면 개구리가 엄청 울어 댄다. 멀리서 작게 들리면 참 정겨운 소리지만 가까이서 크게 들리면 잠을 설치게 한다.


그 집이 그랬다. 근처에 원어민 가구가 많다 보니 새벽이면 예초기 소리에 잠을 잘 수 없었다. 밤이면 개구리 소리가 여간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창문을 꽁꽁 닫아도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우리 집을 짓다


그 집에서 1년 남짓 살다가 우리는 마침내 집을 지었다. 추위와 소음에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한 우리는 그저 따뜻한 집을 짓고 싶었다. 업자를 선택하고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 동안의 전세살이를 통해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단열에 신경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집은 두 번의 전셋집과 다른 벽체 구성을 갖게 되었다. 두 번의 전셋집 벽체 구성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하면 이렇다.  


거실-벽지-석고보드 1-석고보드 2-인슐레이션(단열재)-합판-타이백(방수시트)-시멘트사이딩-바깥.


우리가 지은 집의 벽체 구성은 이랬다. 


거실-벽지-석고보드-합판-인슐레이션(단열재)-합판-타이백(방수시트)-50미리 스티로폼-시멘 미장-스타코 미장-바깥.




당시만 해도 우리는 이런 식의 벽체 구성이 어떤 차이를 보여줄지 몰랐다. 그저 ‘따뜻하게 해 주세요’라고 업자에게 요구했고, 업자는 ‘네 알겠어요’하고는 이렇게 시공을 해 주었을 뿐이다. 


벽체 구성은 그렇게 하고, 단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창호도 좋다는 것으로 했다. 앞서 살았던 두 군데의 전셋집은 창호가 모두 21미리 2중 시스템 창이었다. 우리는 업자에게 좋은 창으로 달아 줄 것은 요청했고, 업자는 39미리 3중 창을 달아 주었다. 우리는 그 해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을까?


기본적인 난방을 하고, 저녁이면 거실의 난로를 피웠다. 그렇게 하면 실내 온도가 25∼26도까지 올라갔다. 바깥 기온이 영하 10도가 넘을 때도 우리는 맨 발에 잠옷 차림으로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볼 수 있었다. 


한겨울에도 방문을 조금 열어 놓고 자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답답해서 잠을 깰 정도로 집의 밀폐성이 좋았다.

이 집에서도 잠은 2층 방에서 잤는데, 아침에 1층에 내려와 보면 실내 온도가 늘 20∼21도 였다. 밤 사이 4∼5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한파 주의보라도 내린 날이면 18도 정도로 떨어졌다. 


명절 때 3∼4일 이상 집을 비워 놓고 돌아와도 실내 온도가 10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당연히 그 집에 사는 동안 춥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건축업자가 아닌 까닭에 우리가 했던 단열 방법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또는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잘 모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했던 단열 시공과 다른 시공법이 다양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단열 시공에 별 불만이 없었다. 그런 까닭에 그 이후 몇 번 집을 더 지을 때도 단열 시공은 똑같이 했다.


작년(2019년) 겨울은 별로 춥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실내 온도가 20도 밑으로 내려간 적이 거의 없다. 겨울 내내 춥다는 생각이 한 번도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난방비는 얼마나 나왔을까?


겨울 한 달 가스비가 20만 원 남짓 나왔다. 여름철 난방을 전혀 하지 않고, 취사와 더운물 샤워만 해도 한 달 가스비가 4∼5만 원 나오는 것을 감안한다면 경이로울 정도의 난방비다.


방음은 어떨까? 초인종을 누르기 전까지는 누가 왔는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다. 마당에서 일을 하다가 물이라도 한 잔 얻어 마시려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야 한다. 마당에서 소리쳐 불러도 집 안에 있는 사람이 듣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더 다양한 단열 시공법들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티로폼도 압축해 얇으면서도 내구성과 단열 효과는 더 뛰어난 제품들도 많이 나와 있다. 다른 것은 아끼더라도 단열과 관련된 것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업자에게 건축을 맡기더라도 좋은 자재로 제대로 시공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입주한 그날부터 이런저런 속앓이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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