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웃
전원주택을 짓거나 구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다를 것이다. 다만 특별한 목적을 갖고 하는 전원생활이 아니라면(예컨대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즐기기 위한 목적), 제법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이웃이다.
도시의 아파트는 이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사실 몇 년을 살아도 바로 앞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이웃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층간 소음 때문에 아래윗집과 상관할 일이 생기는 경우는 많다.
전원주택은 다르다. 옆집이나 앞집에 누가 사는지 무척 중요하다. 도시의 아파트와 달리 사방이 트였기 때문이다. 마당에만 나서면 늘 마주치는 것이 이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 앞 도로를 같이 사용할 수도 있다. 이웃의 삶이 내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이웃과 사이가 좋지 않다면 정말이지 괴롭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 이웃을 만날 수 있을까? 원론적인 이야기를 좀 한다면, 자신이 좋은 이웃이 되어 주면 된다. 그렇게 되면 옆집이나 앞집도 좋은 이웃이 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이다. 나는 정말 좋은 이웃의 도리를 다 했는데 이웃은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쁜 이웃은 어떻게 해서 탄생하는 것일까? 이 메커니즘을 알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나쁜 이웃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나쁜 이웃의 탄생
전원 마을에서 나쁜 이웃이 탄생하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다(물론 세세히 따지고 들어가면 한없이 많겠지만).
바로 개와 소음이다. 자연과 함께 살겠다고 온 사람들이다 보니 전원 생활자들은 다들 마음이 넉넉해 웬만해서는 이웃과 갈등을 벌이지 않는다. 그런데 개가 끼어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전원주택 생활자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개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개란 동물이, 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지만 개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시끄럽고 냄새나고 위협적인 존재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개가 갖고 있는 이런 이중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가 나쁜 이웃을 탄생시키는 일등 공신이 되고 만다.
소음도 마찬가지다. 전원주택은 그 성격상 외부 손님들의 방문이 잦다. 또 집의 구조상 그 손님들이 마당에서 놀 때가 많다.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고,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적당히 먹고 마시고 놀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어쩌다 온 손님들은 언제 또 올지 모른다는 아쉬움에 최선을 다해 놀 가능성이 많다. 이때 집주인이 적당히 조절을 하면 다행인데, 부화뇌동하게 되면 갈등의 씨앗이 된다. 한 두 번은 참을 수 있겠지만 잦아지면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이웃 사람도 참기가 쉽지 않다. 전원주택은 문만 닫으면 자신들만의 신세계가 펼쳐지는 아파트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전원에서 살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도시의 아파트 생활과 달리 이웃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개가 되었든 소음이 되었든... 이런 배려가 부족하게 되면 나쁜 이웃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나쁜 이웃을 만나 괴롭게 사는 것도 힘들지만 자기 스스로 나쁜 이웃이 되어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도 못할 짓이다.
그동안 양평에 살면서 개와 소음 말고 다른 문제로 이웃 간에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결국 개와 소음 문제만 조금씩 양보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면 적어도 전원 생활지에서 나쁜 이웃을 만날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