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미터 이상의 진입로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 동네 맨 끝에 앞뒤로 있는 두 땅은 아직 빈터로 남아 있다. 두 땅 가운데 뒤땅의 주인인 A씨는 도로 경계 때문에 한동안 속앓이를 많이 했다. 동네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보니 나는 A가 어떤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그 문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비교적 잘 알고 있다.
10여 년 전, A씨는 필지 정리가 막 끝난 지금의 우리 동네 맨 끝 땅을 샀다. 바로 뒤에 산이 있고, 멀리 강이 내려다보이는 것이 누가 봐도 탐나는 땅이었다. 구획 정리도 다 되어 있었고, 단지 내 도로도 나 있는 상황이라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집을 지을 수 있는 그런 땅이었다.
A씨가 땅을 살 때만 해도 분양은 모두 끝났지만 거의 대부분이 빈터였다. 그러다가 D씨가 가장 먼저 집을 지었다. 1년쯤 뒤 B씨가 집을 지었다. 다시 1년쯤 지나 A씨가 땅을 1미터 정도 높이고, 개발업자가 엉성하게 쌓아 놓은 돌축대를 반듯한 보강토로 다시 쌓는 공사를 했다. 집을 짓기 위한 기초 작업을 한 것이다. 땅을 산지 3년이 지났을 무렵이다. 공사 시작하기 앞서 A씨는 측량부터 했다.
측량을 해보니 보이는 것과 조금 달랐다.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자기 집 앞까지 도로가 나 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림2>처럼 사선으로 도로가 나 있었다. 도로에서 A씨 땅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의 폭이 2미터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공사를 위한 대형 차량이 드나들 수가 없어 건축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크레인으로 자재를 옮겨 가며 집을 짓는다고 해도 결국에는 준공이 나지 않기 때문에 무허가 집이 된다. 폭 4미터 도로를 확보하지 못한 땅에는 처음부터 건축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B씨가 자기 땅의 사용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 주면 A씨는집도 짓고 준공도 낼 수 있다. 문제는 B땅에 영원히 B씨가 살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성질 고약한 누군가가 이사와 A씨와의 사소한 갈등이 있은 뒤 앙심을 품고 자기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 버리면 A씨는 상당히 곤란해지고 만다. B씨가 말뚝이라도 박아 버리면 차가 드나들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A씨는 그 땅에 사는 내내 B씨에게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A씨 문제의 경우, 1차로 부동산의 잘못이 크다. 따라서 실제로 부동산이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리고 해결도 해 주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A씨가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도 많았다. 만약 그 땅을 중개했던 부동산이 그 사이 폐업을 해 버렸거나 담당자가 어디 멀리 이사를 가버려 소재가 불분명했다면 A씨가 겪어야 할 곤란은 더 심했을 것이다.
해결은 <그림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A씨가 B씨 소유의 땅 일부를 사서(1.5평 정도) 도로로 만들기로 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이를 위해 A씨는 시세를 웃도는 돈을 주고 그 땅을 사서 도로로 만들었다. 그 돈을 부동산이 부담했는지 B씨가 부담했는지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이 사건은 다행히 B씨가 A씨의 사정을 이해해 땅을 조금 파는 것으로 비교적 쉽게 해결이 났다. 하지만 이렇게 잘 해결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A씨가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B땅을 가진 사람의 경우 대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은 값을 부른다. 그런데도 A씨는 도로를 확보해야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수 밖에 없다. 땅구입 단계에서 제대로 경계를 확인하지 않게 되면 이처럼 필요없는 속앓이를 하게 된다.
땅을 사기 전 도로가 확보되어 있는지, 이웃한 땅과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부동산에서는 잘 모르고 그저 ‘아무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수 있다. 부동산 말만 믿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