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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의 음악 Jun 01. 2022

구거가 포함된 땅의 장단점

전원주택용 땅을 살 때 주의할 점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땅을 보러 다니다 보면 '구거'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구거(溝渠)란 '폭이 좁고 적은 물이 흐르는 일종의 도랑'을 일컫는다. 이런 도랑에다 '구거'라는 생소하고 어려운 이름이 붙어 있는 이유는 이 단어가 지적법 상의 용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쉽게 말해 자연적인 도랑을 포함해 용수나 배수를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수로와 그 주변 땅을 '구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러한 구거는, 장마철에 잠깐 물이 흐르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런저런 개발로 물길이 끊겨 그냥 땅으로 보이거나, 관을 묻어 지하화 하는 바람에 역시 눈으로 봤을 때는 그냥 땅으로 보이는 형태로 존재한다. 문제는 구거의 형태가 어떠하든 지적도를 떼면 분명하게 나타나고, 국가 소유라 매매나 건축 행위가 불가능하다. 


땅을 보러 다니다 보면 이런 구거가 포함되어 있는 땅이 있다. 부동산 업자들은 그런 땅을 '국가 땅인 구거를 자신의 땅처럼 사용할 수 있다'며 큰 장점으로 설명한다. 구거가 어떤 형태로 포함되어 있느냐에 따라 부동산 업자의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구거가 포함된 땅의 장단점


예컨대 200평짜리 땅을 샀는데 그 땅 밑으로 구거가 지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구거는 흙으로 덮어 있어 말을 하지 않으면 구거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다. 그런데 그 면적이 50평쯤 된다면? 그런 경우, 돈을 주고 사는 땅은 200평이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땅은 250평이 된다. 너무나 달콤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그 땅을 사서 평생 텃밭으로만 사용하다가 말 것이라면 큰 문제없다. 하지만 그 땅에 집을 지을 계획이 있다면 구거가 어디로 흐르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구거가 지나는 자리에는 절대 집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구거가 땅의 한쪽 끝으로 지나고, 구거를 피해 집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면 금상첨화다. 부동산 업자의 말대로 국가 땅을 공짜로 제 땅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창고나 어떤 형태의 구조물을 세울 수는 없다. 누군가 고발을 한다면 곧바로 철거해야 한다). 


하지만 구거가 땅 한가운데로 지난다면 문제가 된다. 양평의 경우, 대개의 전원주택용 땅들은 보존관리지역과 계획관리지역으로 나뉜다. 보존관리지역(대개 산자락과 가까이 붙은 땅)은 건폐율이 20%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땅이 100평이면 집을 지을 수 있는 바닥 면적이 20평밖에 안된다는 뜻이다. 더 큰 집을 원한다면 2층이나 3층으로 올리는 수밖에 없다. 계획관리지역은(산자락에서 비교적 먼 땅) 건폐율이 40%다. 따라서 1층 바닥 면적이 최대 40평인 집을 지을 수 있다.  


이런 조건 하에서, 만약 구거가 땅 한가운데로 지난다고 생각해보자. 집의 바닥이 구거를 절대 침범해서는 안된다는 조건과, 바닥 평수가 20평이나 40평 이하여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상태에서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모양대로 집을 짓기란 쉽지 않다. 땅을 살 계획조차 없는 사람이 이런 말을 들으면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막상 집을 지으려고 설계를 해 보면 '한 평'이 아쉬 울 때가 많다.


파란색 표시가 구거다. B의 땅 한가운데로 지나고 있다. 집을 지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위치다. 반면 A의 경우, 가장자리로 구거가 지나 집을 짓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땅 구입 단계에서 부동산 업자는 구거가 포함된 땅의 장점만 열심히 설명하지 단점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또 땅을 사려는 사람은 50평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른 이야기가 귀에 잘 안 들어올 수도 있다. 하지만 구거에다 텃밭 농사를 짓거나 정원을 꾸미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건축물은 결코 세울 수 없다. 


집짓는데 방해가 안 된다면 구거는 복덩어리


만약, 내가 사고자 하는 땅의 가장자리에 구거가 있다면, 그리하여 집을 짓는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면 그런 땅은 부동산 업자의 말대로 괜찮은 땅이다. 구거를 자기 땅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청에 구거 점용 신고를 하고, 해마다 일정 금액의 세금을 내면(얼마 안된다) 자기만 단독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땅은 실질적으로 자신의 땅이 되는 것과 같다. 


그렇지 않고 구거가 집을 짓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위치에 있다면 그런 땅을 구입할 때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집을 크게 지을 것도 아니고, 구거를 피해 작게 지으면 되지' 이런 생각으로 그런 땅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은 모를 일이다. 생각과 상황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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