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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의 음악 Dec 26. 2024

정의로운 사람

정의로움과 소중함


아내는 나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곧잘,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 소리를 들을 때면 은근히 기분이 좋습니다.      


‘흠, 내가 정의롭기는 좀 하지’ 

      

내가 정의로운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입힌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 정의로움 때문입니다. 


정의로운 사람은, 정의롭기 때문에 옳고 그른 것을 다투기 좋아합니다. 

그리고 늘 옳은 것을 따릅니다. 

왜냐하면 정의로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늘 옳은 것을 쫓았고, 그것은 아내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부부 싸움을 했고, 좀 세게 했습니다. 

난, 그날도 옳고 그름을 따지기 바빴습니다. 

왜냐하면 정의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아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지기 전에 무엇이 더 소중한지 생각 좀 해 보슈!”     




오랜 세월 오직 옳고 그름만 따지며 살아온 정의로웠던 나의 날들이 생각났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느라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렸는지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정의로운 사람이고, 여전히 옳고 그름을 따지기 좋아합니다. 

그 와중에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어버리면서 말입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주 가끔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라'는 말이 떠올라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 뻔한 어리석은 판단을 피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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