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움과 소중함
아내는 나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곧잘,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 소리를 들을 때면 은근히 기분이 좋습니다.
‘흠, 내가 정의롭기는 좀 하지’
내가 정의로운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입힌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 정의로움 때문입니다.
정의로운 사람은, 정의롭기 때문에 옳고 그른 것을 다투기 좋아합니다.
그리고 늘 옳은 것을 따릅니다.
왜냐하면 정의로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늘 옳은 것을 쫓았고, 그것은 아내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부부 싸움을 했고, 좀 세게 했습니다.
난, 그날도 옳고 그름을 따지기 바빴습니다.
왜냐하면 정의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아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지기 전에 무엇이 더 소중한지 생각 좀 해 보슈!”
오랜 세월 오직 옳고 그름만 따지며 살아온 정의로웠던 나의 날들이 생각났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느라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렸는지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정의로운 사람이고, 여전히 옳고 그름을 따지기 좋아합니다.
그 와중에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어버리면서 말입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주 가끔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라'는 말이 떠올라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 뻔한 어리석은 판단을 피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