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uo Aug 11. 2016

남겨진 것들에 관하여

슬프지만 기억해야 할



벌써 캔디가 우리 곁을 떠난 지 한 달이 지났다.

내게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소중한나의 가족이 떠나갔다.



7월 장맛비가 무섭게 내리던 주말에 다섯 식구는 캔디와 호두까지 데리고 남해로 내려갔다.

한참 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이라 무를 수도 없었다.

장맛비 때문에 맑은 하늘은 보지 못했지만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짧고 긴 1박 2일의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 빗길에서 왕복 열 시간 가까운 운전을 끝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다섯 명 모두 두 손엔 짐을 들고, 캔디와 호두는 늘 그랬듯 알아서 잘 따라오겠지 라는 생각으로 주차장에서 집으로 향했다.



늘 그랬다. 미국에서 한국까지 8년 넘는 시간 동안 함께하면서 주차장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사이에는 따로 목줄을 하지 않았다. 캔디는 발이 빠르지만 사람보다 똑똑하고 말을 잘 들었고, 호두는 너무 느려 걷다가 안고 가야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그렇다고 생각했던 일 때문에 사고가 났다. 집에 와서 너무 좋은 캔디가 내가 잡을 수도 없게 주차장을 뛰어다니다 나가는 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하늘나라로 떠났다.


내가 마지막으로 봤고 처음으로 봤다

생각만 해도 마음 아프고 정말 잊고 싶은 순간 이었다. 그렇게 캔디가 하늘로 갔다.

캔디가 떠나고 우리는 집 뒤 산에서 보내주었다. 남겨진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아파하고 미안해하고 힘들어하며 8년간 함께했던 캔디와의 시간과 빈자리를 겪어나갔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캔디와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했을 호두를 보면 다시 눈물이 났다. 호두는 한동안 짖지도 않았다.

캔디와 가장 특별했을 언니는 옛날 캔디의 사진을 찾아보며 계속 슬퍼했다. 나 또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우리가 주고받은 사랑에 너무 고마워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만 느껴졌다.




아직도 아무것도 이해가지 않고 납득가지 않는다.

천사 같은 캔디가 그렇게 갑자기 그런 사고로 하늘나라로 가야 했는지. 화가 나고 누군가에게 원망이라도 하고 싶은 시간이 계속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캔디를 보내준 곳에 꽃 씨앗을 뿌려주었는데 몇 주 만에 찾은 그곳에서는 싹이 났다.

너는 끝까지 사랑만 주는구나


캔디가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감사했다. 캔디가 우리와 1박 2일의 가족여행 내내 함께하다 떠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그 시간이 마지막이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함께 했기에

캔디도 우리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고 행복하게 하늘로 갔을 거라고 믿는다.



나와는 친구 같았고, 으르렁 대고 언니 곁을 독차지하려 했던 라이벌 캔디.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기억나는 태어나서 가장 아프고 힘들었던 매 순간마다

어찌 알았는지 옆에서 가만히 함께 해주고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해줬던 캔디는

내가 준 사랑보다 받은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아직도 너무 미안하고 생각이 많이 난다.


지금도 너무 생각이 나고 항상 그립다.

우리 집 식구들도 모두 캔디를 그리워하고 있겠지,

말로는 다들 캔디가, 캔디 이뻤는데 이렇게 말하며 괜찮아진 척 하지만

그 빈자리를 캔디와 우리가 주고받았던 사랑을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그 작은 캔디. 우리 캔디. 착한 캔디


나는 아직도 캔디 사진이나 영상을 잘 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캔디에 관해 나의 마음을, 이 일을 기록해 놓는 이유는

기억을 고의적으로 덮고 잊고 살려 노력했던 나 자신에게

감당할 수 없는 것 같은 슬픔 또한 기억나는 대로 남겨두고,

그대로 생각하고 기억하는 것 또한 나에게 남겨진 몫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빈자리는 아직 너무 크다.

살아가면서 내가 감당해야 할 더 큰 힘듬과 이별이 남았을지를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지만.

캔디가 떠난 지금도, 우리가 이 넓은 세상에서 인연을 맺고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과 사랑을 생각하면

지금 나의 가족, 친구, 아는 사람과 하루하루 지나가는 이 시간이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게 이런 사랑과 감사를 가르쳐준 캔디에게 또 한 번 고맙다.

캔디는 하늘에 있지만 오늘도 함께 하고 있다.

보고 싶은 캔디 사랑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