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의 모든것, 쏘카
약 3달 전에 지인의 추천으로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었다. 기존 세무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스타트업인 삼쩜삼(자비스앤빌런즈)의 직원인 나에게 이 다큐멘터리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택시 업계와의 기나긴 갈등 끝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타다를 보면서, 우리 회사도 비슷한 처지에 놓이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는 갈등을 현명하게 푸는 데에 힘을 보태겠다는 희망 섞인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최근(2022년 7월 14일)에 쏘카에서 <CITY DILEMMA>라는 제목의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도시에서 발생되는 딜레마를 이야기하고 싶은 듯했다. 다큐멘터리에는 쏘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이 다큐를 통해 제주도에 있는 쏘카 스테이션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제주도로 여행을 가게 되면 쏘카 스테이션을 한번 이용해 볼 생각이다. 한편 코로나가 본격적인 확산에 돌입했던 2020년 초중순, 쏘카는 서비스에 사용했던 차들을 중고로 판매한 이야기도 나왔다. 비행기, 기차, 고속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일반 차량들은 재고 처리(?)가 수월했기 때문에 쏘카는 팬데믹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사업을 잘 유지시킬 수 있었던 듯하다.
또한 이 다큐멘터리는 쏘카의 정체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쏘카는 택시, 렌터카, 고속버스 또는 자차를 대체한다. 새로운 교통수단이 추가되는 것이다. 나도 평소에 이동 수단으로 쏘카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쏘카는 자연스럽게 이동 수단의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차를 분 단위로 빌려 쓴다'라는 것은 어쩌면 정말로 교통수단의 혁명을 의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쏘카는 타다(사명: VCNC)의 모회사였다. 하지만 최근에 Toss(사명: Viva Republica)가 쏘카로부터 VCNC를 인수하였고, 쏘카와 타다는 별개의 회사가 되었다.
엄청나게 많은 차들이 주차장에서 놀고 있다. 무려 전체 차량 중에 96%가 놀고 있다고 하는데, 토스의 이승건 CEO는 '내 자본이 엄청 들어간 차의 사용량 중 96%가 그냥 주차해 놓는 용도로만 쓰이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할 정도이다. 어쩌면 이 놀고 있는 차들 바로 옆에는 이 차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 둘을 이어주기만 해도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효율이 발생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쏘카는 바로 이 지점에 집중하여 비효율을 효율로 전환하려 한다. 나에겐 당장 필요 없지만 다른 사람에겐 매우 필요한 물건들을 적재적소에 위치시킬 수 있도록 하는 당근 마켓과도 컨셉이 비슷해 보인다. 두 회사는 단순히 물건들을 중개해 주는 역할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 중개 속에서 최대의 효율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다. 그리고 내 회사인 삼쩜삼(사명: 자비스앤빌런즈)은 자유로운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어 있다. 즉, 평일에 집 밖으로 나갈 일이 많지 않다. 정기적인 중장거리 이동을 요구하지 않는 회사에 있다 보니, 자차를 소유할 필요성을 잘 못 느낀다. 심지어 두 달 뒤에 결혼을 하는 상황임에도 그렇다. 여자친구도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차 살 돈을 아껴서 더 좋은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은 차가 사치품으로 느껴진다. (아마 나중에 아기가 생기면 달라지겠지?)
그럼에도 이 2가지 요소가 없었다면 자차를 사야 했을 것이다. 내가 사는 지역이 택시를 잡기 수월한 곳이라는 것과 쏘카와 같은 카셰어링을 이용하기 쉬운 곳이라는 것이다. 둘 중 하나만 없었어도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자차를 사야 한다는 딜레마를 감수하며 차를 사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쏘카 덕분에 차를 사지 않아도 괜찮다는 새로운 옵션이 생겼고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 차를 안 사도 되니 사회적으로도 비용이 절감될 테고 개인적으로도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쏘카는 차량을 공유하는 것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 영역을 넘어서서, 이동 수단 전체를 제공하려고 한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면 그 과정에 필요한 최적의 이동 수단들을 단계별로 모두 제공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네이버 지도를 통해서 어떤 과정으로 이동해야 할지 찾은 후 그 속에서 자차로 이동하는 루트만 쏘카를 이용하고 다른 교통수단이 필요할 때 그에 따라 각 앱을 실행해왔다면, 이제는 네이버 지도나 다른 앱들을 켤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쏘카는 끊김이 없이 매끄러운, seamless 한 교통수단 슈퍼앱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을 공유하는 플랫폼만 제공했던 쏘카이기 때문에 다른 교통수단에 대한 서비스 제공은 타 기업을 이용하여 해결하고 있다. 모두의 주차장, 일레클(전기자전거) 등의 회사를 인수하였고 라이드플럭스(자율주행)에 투자를 하는 등 슈퍼앱으로써의 발걸음을 차근차근 내딛고 있다.
류석문 쏘카 CTO는 '사용자들이 이동에서 오는 불편함은 쏘카에 맡기고 이동에서 오는 행복과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쏘카의 목표라고 한다. 세차, 수리, 최적의 경로 찾기, 여러 앱 실행하기 등 이동에서 오는 불편함은 쏘카가 해결하고 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