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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렌더 이야기꾼 Feb 12. 2023

뭐 먹을래? 2화: 내가 만든 카레

쇠빨대와 집순이의 어쩌다보니 맛기행

내가 만든 카레~
첫입부터 맛있지~
어쨌거나 만들었지이~



두번째 음식은 '내가 만든 카레' 이다.

걱정마시라!

생각보다 맛있다고.





1. 집순이

나는 카레를 만드는 여자다.

재료 손질 30분, 볶고 물넣고 끓이는 데 30분.

이십대때 했던 에그인더헬이 6시간 걸린 걸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삼십대가 넘도록 요리를 제대로 할 줄 모른다.

늘 누가 해준 음식만 먹어왔다. 새해가 되고, 이룬 것 없는 변변찮은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올라왔다. 그래서 나는 카레를 만들기로 했다. 검색을 조금 해보니 재료손질 후 볶고 끓이면 다였다. 자신감이 생겼다. ‘이정도면 해볼만 한데?’ 일어나자마자 마트에 가서 재료를 사왔다.


감자, 당근, 표고버섯, 양송이 버섯 그리고 음료수와 후식을 샀다. 고기는 비싸서 버섯을 두 종류로 샀다. 정작 문제는 딴데서 터졌다. 기껏 카레를 만들겠다 했지만 양이 얼만큼 필요한지 모르겠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직감을 믿기로 했다.


설 연휴를 맞아 북적이는 마트 안에서 감자를 노려보며 몇 등분 나올지를 계산했다. 목표는 엄마, 나, 동생을 위한 3인분이었다. 그렇게 관심법이 끝난 뒤 비닐봉투에 감자를 거침없이 담았다. 감자라는 산을 넘고나니 당근과 버섯은 껌이었다.


그리고 나는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에 5인분의 카레를 만들었다. 엄마는 배고파서 죽겠다고 소리치고 있었고 카레가 끓는 동안 에피타이저로 볶음우동을 만들어 엄마를 진정시켰다. 동생은 식사약속이 있어 저녁으로 먹기로 했다.


약간 싱겁기도 하고, 어딘가 설익는 당근이 떠다니는 나의 첫 카레는 그렇게 탄생했다. 볶음우동으로 배를 채운 엄마도 나의 카레를 시식했다. 한입하더니 생각보다 잘 만들었다고, 맛있다고 했다. 동생도 기어나와 밥한술에 조금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했다. 버섯이 작다고 하긴 했지만 나도 버섯이 그렇게 작아질 줄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두 종류나 들어가서 식감은 확실히 잡아주고 있었다.


카레를 뚝딱 만들고, 뒷 정리하고 미쳐다 못쓴 재료들을 정리하고 나서 나는 나의 카레를 맛볼 수 있었다. 왜 어머님들이 자식새끼 메길 줄 알지 본인 식사 못 챙기는 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장바구니 들고 오며 느꼈지만 구르마 만든 사람은 분명 주부일 것이다. 그 무거운 것을 매일 들고 오가다니! 새삼 엄마에게 감사했다)

뒤늦게 한 술 뜨자 맛있었다. 나의 카레가 맛있었다! 새해에 나는 이루지 못한 것에 힘들어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내 생애 첫 카레를 만들었다. 앞으로 내가 만들, 내가 해갈 것들이 기대된다.



2. 쇠빨대

어느 날 누나가 카레를 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 집안 사람들은 ‘재료 아까워 하지 마’라 말리거나, ‘카레? 해~ 근데 나는 안먹어’ 라는 얘기를 하였다. 처음 보면 너무하단 생각이 들겠지만, 이 사람은 라면 물도 못 맞추는 전형적인 요리 못해서 주변에서 “야 나와 내가 할께”하게 해버리는 사람이라 그런 평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카레를 하겠어!”하고 고체 카레를 사온 뒤 취업준비로 인해 무수한 “나중에 먹자~”로 인해 유통기한을 6개월이 넘은 고체 카레를 보면서 나는 “이거 버릴꺼지?”하고 물었다. 하지만 우리 누나 “아니?”라고 해버린다. 그래서 오늘은 누나가 만든 카레를 먹기로 했다. 큰일났는데?


나는 누나가 카레를 해주는 설 휴일 친척집에 안가고 집안끼리만 보내기로 합의 이후에 누나의 불끈대는 투지를 누르지 못한 어머니는 결국 누나의 유통기한 지난 카레를 맛볼 위기에 처했고, 나는 다행히 친구의 약속으로 도망쳤다. 어머니 못난 아들은 친구와 함께 울어드리겠습니다.


중간 중간에 씻을 준비를 하며 주방에 거의 처음 보는게 서서 감자, 당근, 양파를 썰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아 그래도 애도 아니고 알아서 하겠지’하며 외출 준비를 하려 해도 계속 내 시선을 집중 시켰다. 아니라 다를까 2인분 기준을 잡지 못해 큰 감자 8개정도 들어있는 감자를 다 씻겨서 썰고 있었고, 당근도 큰거를 3개나 썰고있었다. 엄마 미안해.


“누나 나 안먹는데? 지금 나갈 준비 하잖아.”

“알아”


하면서 기어코 야채를 다 썰고 양파까지 썰려는 모습을 인생을 포기한 듯 요리를 쳐다 보지 못한 어머니한테 사진을 찍어서 보여드렸다.


 “아니 엄마 이거 냄비 크기 알지? 야채를 이만큼 했는데 이거 괜찮아?”


어머니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저걸 언제 다먹니’, ‘나 죽을때도 다 못먹겠다.’ 등등을 소감평으로 늘어놓으셨다.


“누나 이거 너무 많다. 야채는 좀 덜어 놓고 틈틈히 또 해먹자.”


라는 말로 누나의 아무것도 모르는 악의없는 폭주를 막았고, 어머니는 그래도 카레를 적당량 드시고 “그래도 맛은 있네”라는 평을 남겨 누나의 기분을 지켜주었다.


이 사건 이후 이틀 후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누나가 갑작스레 “야 내 카레도 오늘 뭐먹지 2화에 넣자.”라는 말을 해버렸고, ‘와 나 비판도 나쁘지 않게 하는데 비난을 훨씬 잘하는데 이거 검수 하는게 누나니까 좀 골려볼까?’라는 못된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하지만 어머니의 평이 맞다면 이 글은 짧은 글이 되겠지 싶었다.

일단 알겠다 했지만 나도 맛없는 걸 먹기 전에 맛있는 걸로 기분을 좀 띄워놓고 싶어서 “누나껀 저녁에 먹고 점심은 일단 다른거 먹자”라고 의견을 말했고 누나도 알겠다 하였다. 다행이었다. 점심은 무난하게 어머니의 식사를 먹고, 망나니의 칼을 기다리는 죄인의 심정으로 저녁을 기다렸다. 밥 먹고 기분 나쁨이 티 날수도 있으니 방에서 혼자 책 읽는 시간을 갖자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니 시간은 또 빠르게 왔다.


누나의 카레를 보며 비주얼은 일단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했다. 음식은 대체적으로 비주얼 괜찮으면 악의로 이상한 소금, 와사비 같은 재료를 숨겨두지 않는 이상 맛있지만 누나를 아직 믿지 못해서 심호흡을 두 세번하고 입에 카레를 담았다. 결과론적으로는 내가 기대를 안 하다 못해 걱정이 너무 많았는지 맛있었다. 씹으면서 ‘이거 왜 맛있지?’하면서 생각했다. 일단 요리 초보에게 가는 채 썰기는 어렵지만 야채들이 전부 뭉툭 썰기로 들어가 있어서 식감을 잘 살렸다. 전에도 어머니가 “당근 좀 설익었다.”라고 했지만 두 번째 끓이는 거라 당근도 알맞게 익어 있었고, 카레도 6개월 지난 거치곤 괜찮았다. 누나말로는 “카레는 6개월까진 지나도 먹어도 된데”라는 말을 믿고 그릇을 비워나갔다. 카레와 함께 배추김치를 올리고 떡국하려 많이 사둬서 남은 사골국도 같이 먹으니 조합은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국은 좋지 심심하니 자극적인걸 지워줘서 좋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카레와 사골국 조합은 추천하진 않는다. 그냥 카레만 잘 데워먹으면 필요 없다 생각이 든다. 어쨌든 다 먹고 나서 중요한게 생각이 났다. “이거, 고기가 없는 카렌데?” 그런데도 다 먹고 싱크대에 비운 접시 놓는 순간까지 생각이 안났다. 그만큼 생각보다 맛있게 먹었다.


아마 이 글을 누나도 검수한다고 볼텐데 제발 카레부터 다 먹고 다음요리 할 생각하자. 저거 한달은 족히 먹을거니까. 그리고 그 전에 3화도 써야지 떡볶이있는 분식세트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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