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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키득 Feb 05. 2023

뭐 먹을래? 1화: 칼국수

쇠빨대와 집순이의 어쩌다보니 맛기행

위에서부터 비빔밥, 순두부 칼국수, 옹심이 수제비, 해물칼국수 순이다. (컵에 담긴 것은 식혜이다.)

첫 번째 음식은 '칼국수'이다. 

배달도 안 되는 이 집은 우리 동네에 있었나 싶은 뒷 골목에 있었다. 

다행히도 포장은 되서 동생과 함께 사 왔다. 

메뉴는 해물 칼국수, 순두부 칼국수, 옹심이 칼국수 이다. 




1. 집순이

해물 칼국수는 칼칼한 맛이 일품이었다. 토핑이라고 해야 하나 건더기들도 많았고, 면도 딱 알맞았다. 국물은 계속 들어가는 마성의 맛이었다. 칼국수야 누군들 그 맛을 모르겠나 싶겠지만 그래도 잘 하는 집 칼국수는 국물부터 다르다. 


순두부 칼국수는 매웠다. 숟가락에 뻘건 국물과 하얀 순두부를 가득 담아 한 입 했다. 매웠다. 이후로는 거의 손을 안댔다. 순두부는 말캉했다. 


옹심이 칼국수는 옹심이가 맛있다. 식탁에서 나한테서 가장 가까운 음식이어서 첫술은 옹심이 칼국수로 했다. 한 입하니 국물과 함께 옹심이가 어우러져 맛있었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똑같은 밀가루인데도 칼국수면과 옹심이는 다른 맛이 나는 것 같다. 씹는 맛이 더해져서 일테지만 항상 신기하다. 아무튼 적당히 맛있긴 했지만 뭔가 심심했다. 이어서 해물 칼국수를 먹으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집은 해물 칼국수 맛집이다. 


맛점수: 해물칼국수>옹심이칼국수>순두부칼국수  



2. 쇠빨대

때는 연말 어느 겨울의 저녁식사 때 

집에서 저녁을 먹으려는데 친 누나랑 같이 먹게 되었고, 전에 먹고 남은 구이용 삼겹살과 상추쌈이 메인 요리였는데 양이 조금 부족해 먹다 남은 김치찌개까지 함께한 저녁식사였다. 둘이서 먹을 때 평소에는 음식 얘기하면 ‘맛잇어’ 라던가, ‘어, 맛있어’ 라던가, ‘응 맛있어’가 음식평인 사람이 뜬금없이 김치찌개에 관해 말을 걸어왔다.


“야 김치찌개 어떻게 생각해?”

“김치찌개? 맛있지”


실제로 여러 번 끓이긴 했지만 그래도 고기도 들어있었고 훌륭하단 평을 할 수 있다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너무 물려”


뭐 어머니께서 찌개를 하나 끓이면 3인가족 기준으로 30인분을 넘게 끓이고 먹는 사람 체감으로는 300인분즈음 되는 급식 느낌 나게 반복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다. 이후에 서로 김치찌개에 관한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들었던 생각을 입으로 내뱉었다.


“누나 우리 음식 하나 먹고 생각을 쓰면 되게 웃기겠다.”

“오 그렇긴 한데?”

“누나는 한 페이지 기준 반도 안 쓰고, 나는 5p로 거의 두장 쓰는거 아냐?”


서로 괜찮은 아이디어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냥 해볼까?” 

“뭐 나쁘지 않을 지도?”


이렇게 평소에는 잘 되지 않던 동의가 서로 되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맛있는 삼겹살을 다 먹고, 간단하게 제목을 정한 후 음식을 선정하기로 했다. 아이디어를 서로 던지다보니 서로 심플함을 좋아해서 제목은 ‘뭐 먹을래?’ 로 결정하였다. 
 그나저나 음식 선정에 또 다시 의견차가 발생했다. 나에게 있어서 음식선정은 너무 쉬었다. ‘아, 오늘 이거 먹고 싶었으니, 내일은 이거 먹어야지!’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맛있어’가 거의 모든 음식평인 이 인간은 또 ‘그래서 뭐먹어?’를 나한테 물어왔고 그냥 무난한 음식을 말하게 되었다.


“날씨도 추운데 칼국순 어때?”

“오. 좋아.”


이렇게 하여 다음주 주말 즈음에 먹기로 하였고 새해는 밝아왔다. 동네에 흔히 볼 수 있는 칼국수 집 중에 골랐다. 내가 먹었던 동네 칼국수 중에 제일 깔끔한 칼국수집에서 포장해서 먹기로 하였다. 이유는 귀찮아서 나가기 싫어하는 집안 사람들을 내보내기 위함이었고, 배달을 안 하는 집. 두 가지 이유였다. 음식집이 배달을 안 하지만 유지가 된다는 것 은 그만큼 맛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 집에 메뉴는 총 4가지로 심플한 구성이었다. 메인 메뉴 해물 칼국수, 새우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고, 해물의 맛이 엄청 잘 살아있다. 술 마시고 난 다음 날 땡기는 순두부 칼국수, 맵찔이 집안인 우리 집안에서는 조금 매콤한 맛이다. 나중에 따로 생계란 하나 더 넣어먹으면 맛이 괜찮을 듯 하다. 처음 먹어보는 옹심이 수제비 어릴 때 먹었던 옹심이가 진짜 맛집이여서 전문집 아니면 나의 입맛을 충족시키진 못하지만 김가루를 듬뿍 넣어서 분식집 떡국느낌이 절로 났다. 마지막 메뉴는 내가 팥을 안 좋아해서 우리집은 잘 안 먹는 팥 칼국수. 


3명이서 먹을꺼니 팥 칼국수 제외하고 나머지를 시켰다. 이 집에 특이사항은 밥을 안 시켜도 따로 주시는데 비빔밥으로 해먹으라고 초고추장을 살짝 밥 위에 얹어준다. 옆에 무말랭이랑 파김치를 같이 주시는데 그냥 비벼드세요 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밥, 김치들을 슥슥 비벼먹으면 그만큼 손이 간다.


날이 추워 같이 마실 탄산음료는 포기, 마침 집에 있던 남아있는 식혜랑 먹게 되었다. 어머니랑 누나랑 나 셋이서 먹게 되었고, 역시 해물칼국수는 모두에게 ‘맛있는데?’라는 평을 불러왔고, 순두부칼국수는 ‘이건 너무 맵다.’였고 옹심이는 짭짤한 맛에 손이 계속 갔다. 나는 밥을 더 좋아해서 밥 위주로 그릇을 비워나갔다. 밥 한 숟가락, 이후에 해물순두부 국물 한 숟가락. 또 다시 밥 한 숟가락, 이번엔 짭잘한 옹심이 한 숟가락. 각각 시원한 해물 맛과, 매콤한 맛, 짭잘한 맛이 살짝 삼삼한 비빔밥을 더욱이 잘 잡아주곤 했다. 계속 반복 하다 보니 가운데에 음식들을 풀어놓고 먹을 때 원래 숟가락이 자주 겹친다는 느낌을 안 받는데 숟가락이 계속 겹쳤다. 우리 집은 밥 먹을 때 먹고 그 이후에 얘기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집중하며 먹다보니 다음 숟가락을 기다리게 되었다. 


뭐 결과로는 음식들은 15분안에 국물 제외하고 모두 다 알뜰살뜰 건져먹었다. 밥이 양이 많았다 보니 국물까지는 다 먹기엔 양이 많았다. 그 이후에는 세상이야기, 시덥 잖은 농담들로 남은 시간을 따듯하게 채웠다. 여기서 누나랑 엄마는 안 하는 걱정이 내 머리에 떠올랐다.


근데 그래서 다음에 뭐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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