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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키득 Jan 29. 2023

뭐 먹을래? 에필로그

쇠빨대와 집순이의 어쩌보니 맛기행.


내 동생은 얼렁뚱땡이다. 

늘 다이어트를 한다하지만 얼렁뚱땅 넘어가는 얼렁뚱땡이.


어릴 적부터 입맛이 없던 나에겐 동생은 늘 미지의 존재 같았다. 예를 들면 있다고는 했지만 정작 본적없는 해태 같은 존재 말이다. 차이점은 나의 해태는 눈 앞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동생은 늘 먹는 것에 진심이었다. 

나는 늘 이 점이 신기했다. 


'어떻게 매일 먹고 싶은 게 생기지?' 


여러모로 나와 다른 내 동생은 늘 신기하고, 때론 한심해 보인다. 

하지만 음식에 있어서는 동생이 멋있을 때가 있다. 

바로 '메뉴 정할 때' 이다. 


'뭐 먹을래?'


동생은 주말이 되면 항상 나에게 물어온다. 

나는 동생의 물음으로 밥 때가 되었음을 알 게 된다. 

항상 나의 답변은 비슷한대도 동생은 끈기있게 물어봐 준다. 


'그냥 아무거나.'

'너 먹고 싶은 걸로 해'


그럼 동생은 고심하는 '척'을 하고,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를 당당히 꺼내 든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한번은 동생이 중식을 추천해서 '나는 짬뽕'이라고 답했더니, 동생은 자신이 먹어보고 싶었던 '차돌짬뽕'을 시킨 적이 있었다. 주도면밀한 자식이다.)

이럴 것이면 처음부터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한다. 그런데 일종의 프로세스 같은 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동생이 엄선한 메뉴들은 한번도 맛없던 적이 없었다! 기가 막힐 일이다. 


메뉴 하나 제대로 못 고르는 나에게 있어 동생은 맛 가이드이자 든든한 별점 지킴이 이다. 

동생과 하는 식사는 적어도 별 4개는 가지고 간다. 



여느 때처럼 동생이 나에게 '뭐 먹을래?' 라고 물어오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이 순간 웃겼다. 

사실 딱히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우리 남매에게 함께 하는 한끼 식사만큼 재밌는 일도 없다. 

그러다 문득 이걸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재밌는 식사들이 가득 생길 것만 같았다. 


동생과 나는 앞으로 10번의 식사를 함께 할 것이다. 

동네 근처의 숨은 맛집에서 먹을 수도 있고, 늘 시켜 먹던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즐거운 식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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