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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렌더 이야기꾼 Apr 27. 2020

랜트

독전포인트

1 소개

작가 척 팔라닉


  일단 나는 척 팔라닉의 글을 좋아한다.

사실 이 작가의 책은 거의 다 읽었다. (시중에 번역된 책은 다 읽었다. 원어로 되어 있는 것은…죽기 전에는 읽겠지...)

척 팔라닉 작품 중 내 애정순위


  실제로 영화화된 작품이 많은 데 대표작이 바로 <파이트 클럽>이다.

나의 뻬이보릿 무비이다. 그 영화의 동명의 원작이 바로 척 팔라닉의 <파이트 클럽>이다.

사족으로는 데뷔작인 <인비저블 몬스처>가 대중들에게 불안을 조성한다라는 이유로 까였는데, 그 분노를 가득담아 <파이트 클럽>을 집필을 하였다는 후일담이 있다. 그래서인지 <파이트 클럽>은 분노가 폭발한다. 개인적으로는 <인비져블 몬스터>도 영화화되었음 한다.


 그리고 이 작가의 작품은 개성이 강하다. 거기다 문체의 특이점 또한 도드라진다. 문체가 짧고, 문장 자체가 설명과 부사여구가 많아 읽는 데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특징이 강렬한 특색으로 다가온다.


 또한 글이 잘 읽힌다는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읽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척 팔라닉의 글이 매력적인 점은 직관적이고, 가감이 없다는 것이다.

분노를 표현할 때는 끝까지 표현한다. 감정 표현에 군더더기가 없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풍자이다. 작가는 매 작품마다 풍자를 놓치지 않는데 이 풍자는 작품을 구성하는 좋은 윤활제로써 작용한다. 나의 애정순위는 <인비저블 몬스터>, <파이트 클럽>, <랜트> 순인데 사실 세 작품 모두가 개성이 강하고, 사회적 문제의식과 풍자가 뛰어나다. 척 팔라닉은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풍자로써 작품에 잘 녹여내는 데 그것이 참 기깔난다.  


 특히 <랜트>의 경우 풍자와 더불어 독전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구성’이다. 이야기가 여러 인물의 인터뷰로 진행이 된다.

실제로 주인공인 랜트의 인터뷰가 주를 이룬다기 보다는 랜트를 아는 주변인들의 인터뷰로 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니까 읽는 우리들은 저마다 나름의 입장으로 랜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로 랜트와 랜트를 둘러싼 사건들을 이해하게 된다. 다양한 계층과 관계의 사람들이 증언한 인터뷰로 우리는 랜트를 퍼즐처럼 맞출 수 있다.


 이러한 흔히 않은 포인트들이 다른 작품에 비해 진하게 매력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매니아층이 많은 척 팔라닉의 작품은 컬트문학이라고 칭할 수 있겠다.


 본 리뷰를 스포없이 기술할 것인데 벌써부터 입이 근질근질하다. 강렬한 이야기 전개와 한 숟갈 하다 씹은 돌마냥 포진되어있는 풍자거리들에 몰입해서 한권을 읽고 나면 기력이 딸리곤 한다. 책을 읽고나면 엄청난 경험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2 독전포인트

독전포인트 1: 시대와 배경

  첫째로 <랜트>는 멀지 않은 미래에 낮에 생활하는 사람과 밤에 생활하는 사람으로 나뉜 시기의 이야기다.

주간 생활자는 밤에 활동할 수 없고, 야간 생활자는 낮에 활동할 수 없다.이 둘을 통금으로 분리해서 관리하고 있다. 통금이후에 돌아다니면 꽤 쎈 벌금을 부여함으로써 이 둘을 구분짓고 있다.

 단순히 생활패턴으로 나뉜 것 같지만 이 두 계급은 다른 차이점을 보인다. 부유층과 빈곤층이다. 많은 부와 권력 그리고 경제적 우위를 낮생활자들이 가져갔고, 그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밤생활자들은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책 안에서 묘사된 부분으로 유추할 수 있는데 린 커피라는 저널리스트가 인터뷰한 대목에서 나오는 ‘야간 생활자에서 대통령이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는 가’라는 지점과 야간 생활자의 노동환경이 육체노동에 분포되어있고, 그마저도 주간 생활자들이 차지하고 남은 부분에서 제한된다는 점에서 야간 생활자들이 겪는 풍경은 상당히 제한적인, 제외된 환경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책에서는 야간 생활자들을 마치 주간 생활자는 겪을 수 없는 터프한 삶을 살게 되고, 정신 이상자들이나 장애인 그리고 소외계층이 다수 포진된 양상을 보이게 된다.   

 실제로 광견병이 인류를 강타하자 이 두 부류는 갈등의 모양을 보이게 된다. 그 모양은 주간 생활자들이 야간 생활자들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식이다. 그런 모양을 보면서 차별의 역사는 결코 모양을 달리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광견병의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이 결코 처음이 아닌 것처럼.


  둘째로 흥미로운 설정은 피크 부스트이다.

일정 시기에 정부가 강제로 하다시피 사람들에게 부스트를 장착시켰다. 사람들은 이 부스트에 여러 경험이 담긴 피크를 주입시켜 생생한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아침으로 먹은 딸기쨈 토스트를 담은 피크를 부스팅하면 남이 먹은 토스트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부가 피크 부스트를 강매하듯이 강요했다는 점이다. 마치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이 있는 듯이 말이다. 이러한 상황은 거대 음모론의 좋은 자양분이 되는 데 후반부에 빵빵 터지는 반전 속에서 좋은 단초로써 작용된다.


  셋째로 광견병이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때마다 거대질병으로 인구감소라는 큰 타격을 입어 왔는데 <랜트>안에서도 그러한 모습이 보여진다. 즉, 주인공 랜트가 광견병의 슈퍼전파자로 대두되고, 이로 인해서 인구가 감소되는 데 한몫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책에서는 정부가 묵인했던 사회적인 실험들이 자주 등장을 한다. 예컨대 터스키기 매독 생체 실험과 같은 실험들이 이른바 소외계층을 상대로 진행이 되어왔다는 점과 이 실험들이 정부의 묵인으로써 고발되기 전까지 계속되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상 혁명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인 것 같다. 거창한 시작점 없이 작은 불평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겪는 불편들을 지나칠 수도 있고, 불만을 터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나온 인터뷰의 한 대목을 인용하겠다.


‘매일 밤 혁명은 거의 일어날 뻔 했고…거의 일어날 뻔 했고… 계속 거의 이러날 뻔 했지만 우리는 혁명을 하는 대신 그저 서로 충돌이나 하지 않았던 가요?’


 현실에서도 많은 문제들이 오가지만 터트리지 않은 쌓여서 문제를 야기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정부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치 않은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들의 작은 불만들이 모여서 문제를 태우기 시작할 때에 불씨가 커지는 것 같다. 작은 불씨는 무시할 수 있지만 큰 횃불은 무시할 수 없지 않은가.

 랜트는 어린시절부터 오소리, 코요테, 독이 있는 거미들에게 물리는 식의 기행으로 단련해왔다. 랜트를 기억하는 주변인들의 증언으로 짜맞춰진 랜트의 모습은 마치 광견병을 시작했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으로 랜트를 그려낸다.

 그러한 랜트가 야간 생활자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그 범위를 넓혀가는 광견병이라는 비극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시의원 갤런 나이가 말했듯이 인류를 위협하는 광견병이 야간 생활자들에게서만 일어나는 비극일때에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독전포인트2: 랜트

  랜트의 삶을 짜맞춰가다보면 인터뷰식으로 구성된 한 사람의 일대기를 보게 된다. 이러한 구성은 흥미를 자아내고, 특히 후반부의 랜트의 태생에 관련된 반전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절정을 치닫게 된다.

 저마다의 입장에서 다르게 서술한 랜트의 단면들을 읽다보면 사실은 다른 모습이지만 그것 또한 전부 랜트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어린시절 이웃들의 증언, 도시생활에서 만난 친구들의 증언, 아이린 케이시와 체스터 케이시의 증언들은 저마다 다른 위치에서 랜트를 증언하고 있다. 랜트의 어린 시절, 랜트의 도시 생활, 랜트의 마지막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 랜트의 삶은 여러 가지 화두를 던지게 된다.

 이빨 요정이라는 동화적 이야기를 가지고 벌이는 금화유통사건, 자발적 야간 생활자로써 살아가는 랜트의 모습, 심상치 않은 랜트의 언행들은 그 자체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면서 랜트가 벌이게 될 다음 행동에 대해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랜트는 출생부터 이미 흥미로운 존재이다. 랜트 자체가 가지는 미스터리함은 이야기 전반을 견인해가는 매력기관차이다. 랜트에 관해 하나씩 알아갈수록 그 다음이 궁금해진다.


독전포인트3: 자동차 충돌파티

  극 초반에는 단순한 청춘들의 기행으로 그려진다. 크리스마스 트리나 매트리스를 매달거나 웨딩카처럼 꾸며서 냅다 달리는 자동차들이 들이받거나 들이박히는 과정을 즐기는 쾌락주의적 기행처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초반부에서부터 줄기차게 묘사하는 이 자동차 충돌파티는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랜트의 생중계된 죽음과 ‘역사가들’의 존재와 함께 버무려져 음모론적인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단순히 치고 받는 기행에서 반전이 숨겨져있는 행위로 탈바꿈되는 것이다. 이미 정부가 알고 있는 그 반전이 암암리에 자동차 충돌파티로 묵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소수만이 불멸의 역사가들이라는 행위에 동참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초반부에서 등장하는 자동차 충돌파티 속 랜트의 일행들은 후반부의 반전의 단추가 된다. 특히 한 사람이 큰 단추이다. 누구인지는 비밀이다. 흥을 깰 수 없다.


독전포인트3: 반전

  사실 <랜트>는 다 읽고 나서야 보여지는 촘촘한 거미줄 같은 서사구조이다. 거미가 거미줄을 칠때는 모르지만 거미줄을 완성시키고 나서 일종의 무늬 같은 것이 보이는 것처럼. <랜트>는 중구난방처럼 보이는 여러 주변인들의 진술과 랜트의 일화들이 마지막에 이르러서 하나의 퍼즐처럼 짜맞춰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대화를 중점적으로 읽다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작가는 첫 장부터 떡밥을 뿌리고 있었다! 차마 다 설명할 수 없지만 자동차 충돌파티와 책에서 다양하게 등장하는 여러 가지 사회적 실험에 대한 설명과 전문가들의 말들을 염두해두고 책을 읽어나가시길. 스포는 아니지만 네디 넬슨은 이렇게 말했다. ‘광견병이 열쇠라는 걸 모르나요?’

 여러 단서들이 짜맞춰지는 순간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3 추천사

 다 필요없다. 인터뷰로만 진행되는 특이한 구성, 디스토피아 시대, 랜트라는 인물이 가지는 인간과 신화적 존재 사이의 미묘함. 이것만으로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쏟아지는 증언들이 다소 당황스러울 수는 있지만 퍼즐 맞추듯이 이야기를 맞춰나가다보면은 완성된 퍼즐이 전혀 생각지 못한 그림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주는 쾌락이란!

읽어보시라! 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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