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러버와 플랜트킬러 사이
3년 동안식물을 팔고, 내가 직접 키우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식물을 '잘' 키우는 공식은 없다는 것이다.
흔히들 '안 죽이는 법' 이나 '잘 키우는 법'을 물어본다.
절대로 식물을 안 죽이고, 아름답게 키우는 일종의 마스터 키를 물어보는 것이다.
통상적인 말을 하곤 한다.
'물 잘 주시고요,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키우세요.'
교과서적인 말이다. 나 같아도안 믿을 것 같다.
그런데 진짜로 물만 잘주고, 통풍만 잘되면 대부분의 식물은 잘 산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손님들 중에서 대성한, 자식같은 식물들을 자랑하시는 분들도 꽤 있었다.
그리고 손만 데면 귀신같이 식물을 죽여서 매주 식물 사러 오시는 분들도 있었다.
소름 끼치게 이 n극과 s극 같은 두 부류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대충'이다.
곧잘 키우는 분들은 대게 식물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아니다.
각자 경험에서 얻은 지식은 식물을 키우신다.
제삼자의눈에서 보기에는 '대충' 키우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그 대충이 잘 맞아떨어진다.
아마도 그분들은 식물을 키우면서 많이 죽여도 보았지만 그 정도를 알아가신 것 같았다.
예컨대 얼만큼 물을 주면 죽는지 같은 것 말이다.
할머니들이 김장하실 때 계량해서 고추가루 넣는 게 아니듯이 이 분들은 실제로 겪은 경험들을 토대로 자신들의 식물들을 가꿔나가신다.
또한 숨만 쉬어도 식물을 죽이시는 분들 같은 경우 공통된 모습이 보여지는데보이는데,
'대충' 키운다는 것이다.
그런 분들은 무슨 말을 해도 결국 식물을 죽인다.
선인장에게 매일 '듬뿍' 물을 주는 분은 다음 선인장을 사가셔도 매일같이 사랑의 물을 주신다.
그리고 또 식물을 죽었다면서 시무룩하게 오시곤 한다.
어떤 분은 대충 물을 줘서 잘 키우시는 데, 어떤 분은 대충 물을 줘서 잘 죽이시더라.
이 재밌는 현상은 내가 일하는 3년 내내 반복되었다.
그래서 나는 용심목을 키우기로 마음 먹고 나서 나의 부류를 알 필요가 있었다.
나는 플랜트 킬러(혹은 연쇄살식마)인가 아닌가.
보통 식물을 사고자 할때 나는 관심있는 아이의 이름을 적어간다.
그리고 검색을 해서 내가 알고 있던 지식에 덧붙인다.
얼마만큼의 물이 필요한지, 환경은 어떤게 제일 좋은 지등을 검색해본뒤 고민한다.
'내가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그 고민이 끝나면 산다. 꽤나 골똘히 결정한다. 유난일수도 있겠지만 식물이 죽으면 가슴아프니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한 달 정도 고민하다가 용심목이를 집에 데려왔다.
최선을 다해 대충키우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