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괜히 어른이 아니야

연락은 없었어요

by 혜림





아버지랑 차에서 둘이 이야기하는데
누군가에게 그대 이름을 듣는 건 참 오랜만이었어
다행히 울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조금 아리더라.




"그 이후로 **이 한테는 연락 없지?"

"으응.."





아빠도 웬만하면 고쳐지겠지 했는데 아니야.

처음에는 괜찮게 봤는데
뭐가 싫으면 나중에 확 돌아설 사람이야.

서로 이해하면서 조금 부드러워야 하는데.






맞아
확 끊어버렸던 순간들


너무 잘 알고 계셔
내가 겪었던 것을 다 알고 계신 것처럼



어른들은


사람을 보는 눈이라는 게 다 있나 봐.










근데

아버지께 전하지 못한 말 있다.






아빠 그 사람은
반대로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퇴근하고 지하철역에서
내가 기다리고 있을까 하고
살펴봤다고 했던 사람이야






아빠 근데 나도 이렇게 하면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


그 사람과 주고받은 마지막 톡은

내가 더 미안하다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나한테 그렇게 말했어.


비록 내가 먼저 부모님께 전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온 대답이었겠지만.






세상 다정했던 사람이 회피형이라서 그래요
그걸 이제 알았어요

아니면 가려져서 안 보였나 봐요




근데

예전처럼 본인 기분 나쁘니까 티를 내야 하는데

유튜브 가족 계정 프리미엄도
끊어야 하는데 내버려 두고



마이크로소프트 가족 그룹 삭제
메일이 와야 하는데 오지 않아



나를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나한테 미안해서 그러는 건지




계산적이라

까먹을 사람은 절대 아니라서.










지금 생각해 보면
결혼하려고 마음을 먹으니까
망설이는 내 모습은 당연했던 거야.


이유가 있었던 거야.


어쩌면 망설일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어.



막상 결혼을 하려고 날짜 잡고
예산 생각하면서 준비하니까
신중해지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냥 난 다른 예비신부처럼

똑같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 것일지도 몰라.












긴가민가 할 때 강의 영상을 봤다.

결혼하려면
화해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안 된다는 것

알았다.





배울 점이 있는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라서

마음의 문을 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고
갉아먹고 있었다.






근데 아빠

난 그럼 이제 사람을 어떻게 만나야 해
사람의 본모습을 알아보려면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해


1년은 만나봐야 알게 될까

처음부터 알았다면 얕게 마음을 줬을 텐데

그걸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난 이제 사람을 못 만날 것 같다고 얘기했어.

그 나이 먹도록

결혼하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위로해 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모를 때 해야 했던 걸까




사람은 누구나 단점이 있고

처음부터 딱 맞는 사람은 없는데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야 하는 건데


우리 정말 안 맞는다

결 맞추기 힘들다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 버리면


그동안 옆에 있는 사람하고는

아무것도 안 한 거야?


지금까지 뭘 한 거야?











사랑

너무 어렵다



어머니 말씀처럼

낯선 사람과 소개팅을 한 것도 아니고
서로 좋아서 연애한 건데.













만감이 교차했어


아버지께 죄송하면서도
내가 그대를 확 놓을 수 없는 딸이라는 것을

감추고 싶어





아직은,


아직도


완벽하게


아무렇지 않은 게 잘 안 되나 봐.






뭘 만들어 먹는데도 그대 생각부터 나는 내가,



고기를 구울 때

닭발을 먹을 때

막창이 먹고 싶을 때


사진 찍는 순간에도.




비슷한 차를 보면
번호판부터 보게 되는 에게 미안해.



소중하게 아껴주고 돌봐야 하는 나에게 말이야.







이 글을 적고 있는데도 눈물을 흘렸네
오늘은 그만 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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