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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란 Aug 15. 2018

저 파도를 앞에 두고 가만히 있을 수 없으므로, 도전!

<비트윈 랜드 앤 씨> 이 더위에, 볼 것도 도전할 것도 많아지니 추천함

<비트윈 랜드 앤 씨> Between Land and Sea, 2016 제작  

감독: 로스 휘태커 | 아일랜드 | 다큐멘터리 외 | 2018.08.09 개봉 | 전체관람가 | 94분  

     

        

저 파도를 앞에 두고 가만히 있을 수 없으므로, 도전!

     

     

<비트윈 랜드 앤 씨>는 맨몸으로 파도를 타는 서퍼들의 현실 생존기를 다루고 있다. 그들에게 서핑은 이룰 수 없는 환상적인 꿈이 아니다. 소소하지만, 어마어마한 취미이자 삶의 가치다. 결과적으로 서핑은, 서퍼들에게 ‘자신의 행복을 위한’ 출발점인 동시에 도착점이다.

라힌치의 파도를 본 순간 수많은 서퍼는 자신들의 미래를 기꺼이 라힌치에 내놓았다. 가족을 위해 땅을 새로 일구고, 꿈의 서핑을 현실에서도 즐기기 위해 서핑 학교를 세우고, 후대를 양성하며, 타인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몇십 년째 바다에 뛰어든다.

     

“좋은 파도를 만나면 인생을 걸 수밖에 없어요.”

  

출처: 영화 <비트윈 랜드 앤 씨> 중

   

<비트윈 랜드 앤 씨>엔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뚜렷한 주인공도 없을뿐더러 그의 절망과 아픔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럴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감독은 서핑만을 얘기하고 있지 않다.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족하며 살아가려는 이들의 도전과 끈기가 영화의 주된 뼈대다. 따라서 영화를 보는 내내 서퍼들의 마음이 나의 고심과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비트윈 랜드 앤 씨>의 매력은 서퍼들의 고민을 파도를 타는 서퍼들의 모습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흔한 다큐멘터리의 방식처럼 카메라 앞에 주인공을 앉혀놓고 인터뷰를 하며 감동적인, 혹은 구슬픈 음악을 틀지 않는다. 로스 휘태커 감독은 그 무난한 방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퍼들의 현실을 그들이 모허 절벽을 내려가는 모습으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모습으로, 파도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으로 대신한다. 서퍼들이 파도를 탈 때만큼은 어떠한 배경음악 없이 온전히 그들만의 세계에 들어가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낸다. 감독의 감각적이고, 따뜻한 시선은 곧 <비트윈 랜드 앤 씨>가 품은 인생의 소용돌이로 나타난다.

   

출처: 영화 <비트윈 랜드 앤 씨> 중


“인내심을 갖고 무엇이든 맞설 각오가 되어있어야 해요.”

     

그의 말처럼 우린 바다 위에 표류하는 서퍼들이다. 인생이란 큰 무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 순간 부딪히며 도전하는 일뿐이다. 물론 가끔은 물결에 몸을 맡겨도 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파도가 나를 향해 달려든다는 점은 잊지 않아야 한다. 단순히 할 수 있다는 각오가 아니라, 반드시 넘어보겠다는 강한 집념이 필요하다. <비트윈 랜드 앤 씨>에서 꿈은 곧 현실이니까, 자유의 몸짓이니까.

     

요즘엔 말 한마디를 몇 조각으로 나누는 것을 참 좋아한다. 예를 들어 ‘꿈과 현실은 다르다’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다르다’로, 또 거기서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 등으로 쪼개진다. 그러나 <비트윈 랜드 앤 씨>을 보고 나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반복이 부질없음을 느낄 것이다. 시원하게 부딪히는 파도만큼이나 아찔하고 놀랄 것이며, 자신도 모르게 숨죽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서핑이지만, 결코 서핑만을 보고 있진 않을 테니까.


출처: 영화 <비트윈 랜드 앤 씨> 중

     

서퍼들의 활기찬 도전이 가득한 라힌치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서핑뿐만이 아니라 서핑을 위해 새롭게 시작한 이들의 빛나는 도전을 몰래 엿보고 싶은 마음이다.  

     

모두! 저 파도를 앞에 두고 가만히 있을 수 없으므로, 도전!

     

     

     

     

     

글_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김진실




PS 1. 아무리 시선을 사로잡는 장면이 등장해도, 제발 핸드폰으론 찍지 말자. <비트윈 랜드 앤 씨>엔 눈으로만, 가슴속으로만 담아야 오래가는 귀중한 장면이 가득하니까.


PS 2.  이 글은 페이스북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도 게시된 글입니다.

전주독립영화관 관객동아리 '씨네몽'회원으로 개봉작을 본 후 리뷰를 올리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페이스북에 매주 씨네몽 회원의 개봉작 리뷰가 개제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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